[C컷] 비원(祕苑), 왕의 정원을 거닐다
비원(祕苑), 궁원(宮苑), 금원(禁苑), 북원(北苑), 후원(後園)...
창덕궁 후원(昌德宮 後苑)의 또 다른 이름이다. 우리나라 최대의 궁중 정원이라 불리는 이곳은 조선시대 때 임금의 산책지로 만들어진 곳인데, 임금님이 머리를 식히거나 휴식을 위해 찾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비원의 가을은 한 번도 못 본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선물한다. 그 아름다운 풍경을 하늘 위에서 본 느낌은 어떨지 궁금했다.
창덕궁을 들어서면 중간 중간 붉게 물든 단풍나무가 수줍은 듯한 모습으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샛노랗게 물든 겹 벚나무도 담장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었다. 후원으로 들어가는 입구 쪽으로 들어서니, 울긋불긋 가을이 왔노라 소리치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다가왔다. 마치 빨강·주황·노랑·초록 옷을 입은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 같았다.
후원에는 영화당, 주합루, 서향각, 연경당 등 여러 정자와 부용지, 애련지, 관람지 등 연못들, 물이 흐르는 옥류천도 있다. 또한 130종의 나무들이 28,593그루나 심어져 특히 가을이면 오색찬란한 풍경을 시간별로 다르게 선보인다.
후원을 대표하는 부용지는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는 동양의 우주관을 본떠 만들어졌다고 한다. 부용지에는 연꽃이 활짝 핀 독특한 모양새의 부용정과 왕실 도서관이자 학문을 연구했던 규장각이 있는 주합루가 있다.
숲은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다양한 자연환경 요소들을 활용해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신체와 정신 건강을 회복시키는 활동을 한다. 도심 속 숲, 자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정원에서 매일 일하시는 분들이 부러웠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손사래를 친다. 깨끗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창덕궁과 창경궁의 정문이 열리기 전 새벽부터 일하는 분들은 “좋은 것도 일주일밖에 안 가더라”라고 했다.
한편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창덕궁관리소는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공공복리 증진에 이바지하고 있는 소방관, 사회복지사, 노인요양 자원봉사자 등을 초청해 세계문화유산 창덕궁 후원 숲길(1.8km)을 특별 개방하는 ‘2023년 창덕궁 왕의 숲길 걷기’ 행사를 개최했다.
이 행사에서는 문화유산 해설사로부터 ‘정조의 주합루 숲길, 효명세자의 연경당 숲길, 정조와 순조의 청심정 숲길’, ‘동궐도에 그려진 나무 이야기’, ‘숲이 주는 탄소 저감, 치유 기능’ 등 창덕궁 후원의 역사와 함께 숲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특히 그동안 일반에 공개하지 않았던 청심정(淸心亭)과 빙옥지(氷玉池)도 둘러봤다.
창덕궁관리소의 홍동기 주무관은 “청심정 등 창덕궁 후원의 비공개 구간 개방으로 일반 관람객에게 국가문화유산의 향유 기회를 더욱 넓혀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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