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딘딘의 10년, 흑역사 아닌 마스터피스
"흑역사 많지만…방송에선 밝은 모습만"
"본업은 음악, 포기하고 싶었던 적 없어"
"10년간 성숙해져…어른 되는 것 목표"
[서울=뉴시스]추승현 기자 = 래퍼 혹은 예능인 딘딘. 대중이 기억하는 그의 첫 이미지는 힙합 뮤지션을 선발하는 오디션 '쇼미더머니2'에서 '엄카'(엄마 카드) 찬스로 생활하고 있다고 서슴없이 말하는 철부지다. 거침없지만 밉지 않은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오디션에서 예능 캐릭터로 먼저 통했다. 그를 보는 대중도, 스스로도 혼란스러운 시기가 있었지만 뿌리를 놓지 않는 것으로 돌파했다. 간혹 무대 위에서 전혀 다른 에너지를 내뿜을 때마다 '재발견'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스스로 만든 자리에서 묵묵하게 10년. 딘딘의 이름 앞에는 가수, 예능인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어색하지 않다.
주말 황금 시간대 예능 고정 멤버. 라디오 DJ, 그리고 1년에 3장 이상 발표하는 음악. 딘딘의 10주년은 안정 궤도다. 특별하게 기념할 법 하지만, 딘딘은 "너무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고 했다. "선배님들을 뵙는데 10주년이라고 까부는 게 부끄럽더라고요. SBS TV 예능물 '미운 우리 새끼'에서 10주년 축하 파티를 했는데 배우 김영옥 선배님이 오셨거든요. 저는 어디 가서 명함도 못 내밀겠다 싶었어요. 20주년이 되면 내밀어 봐야겠어요."
그간의 기록이 더 오래 일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져다준 것은 분명하다. 그는 "오래 했다고 느낄 줄 알았는데 3년 정도 한 기분이다. 난 어떤 일을 10년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며 "더 하고 싶은 게 많은데 10년밖에 안 됐다고 하니까, 나만 조심하면 앞으로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큰 의미를 두진 않아도 팬들과 함께 축하하는 자리는 필요했다. 해마다 생일인 11월에 맞춰 공연을 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생일과 10주년을 동시에 기념하며 단독 콘서트 '딘비테이션 : 더블 파티(Dinvitation : Double Party)'를 마련했다. 신곡 2곡과 10년을 돌아볼 수 있는 곡들로 셋 리스트를 준비했다. 그와 추억을 공유한 래퍼 슬리피, 그룹 B.A.P 출신 방용국, 가수 정세운이 게스트로 무대에 오른다. "'쇼미더머니2' 때 했던 곡도 준비했어요. '들이부어'(2015)라는 수치스러운 흑역사가 있는 곡도 하고요. 팬들이 꼭 듣고 싶다고 해서 넣었는데, 그냥 할 수 없어서 새롭게 편곡했어요. 저의 10년이 담겨있는 과거 현재 미래가 담긴 콘서트예요."(웃음)
이번 콘서트는 새삼스레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자신이 직접 쓴 노래를 곱씹어 보면서 '어떻게 이런 노래를 냈을까' 자문했다. 그러면서도 그때의 패기가 부럽기도 했다. "제 예전 방송을 못 보겠어요. 왜 아무도 제지하지 않고 잘했다고 해줬을까 싶어요. 이렇게 오래갈지 모르셨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땐 제 능력치를 벗어나는 것도 다 하면서 말실수도 많이 했어요. 그래도 그때의 저에게 고마워요. 그래서 지금이 온 것 같아요. 이제야 조금 정서적으로 바로 잡혔거든요. 앞으로의 제가 기대돼요."
딘딘은 자기 객관화가 분명하다. 과오는 인정하고, 스스로 칭찬도 할 줄 안다. 그는 "바로 지난주 방송도 흑역사 같다. 매번 부끄럽고 저건 하지 말 걸 후회가 있다"면서도 "최근 MBC TV 예능물 '라디오스타' 방송은 마스터피스(걸작)였다. 완급조절이 소름 끼칠 정도로 베테랑의 품격이 느껴지는 방송이었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렇게 유연해질 수 있었던 건 남들의 시선에 매몰되기보다 본인이 성장해야 한다는 걸 깨달으면서부터다. "이전에는 '예능인 아니냐'는 댓글들이 힘들었다. 어느 순간 왜 몰라주냐고 대중을 탓하고 있는 나를 봤다"며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몰라주게 행동하고 있었다. 내가 바뀌어야 한다는 걸 알고 나서는 그런 생각이 덜하다"고 털어놨다.
"2년 정도 방송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그 삶에 너무 빠져있었어요. 연예인이 됐다는 것에 빠져서 본업에 대한 생각을 아예 놓고 있었던 거죠. 그런데 어딘가 결핍과 공허함이 있으니까 자격지심이 생기더라고요. 코미디언 양세형 형과 촬영 끝나고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세형이 형은 공개 코미디를 하던 사람이잖아요. 그때 '우리는 본업이 있는 사람이니까 너도 음악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했어요. 한대 맞은 느낌이더라고요. 그렇게 2019년부터는 진지하게 안 쉬고 음악을 했어요."
진의는 아니었지만 '힙합을 잘 하는 예능인이 되고 싶다'고 한 적도 있다. 이제 딘딘은 '예능을 잘 하는 뮤지션'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의 음악을 접해보지 못한 이들이라도 방송에서 그가 무대를 할 때면 놀라곤 한다. 2017년 연말 시상식에서 KBS 2TV 드라마 '김과장' OST 무대를 펼친 것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MBC TV '복면가왕', 엠넷 '더 콜' 등 음악 예능물에서 랩이 아닌 호소력 짙은 보컬 실력을 선보인 것도 그렇다.
"세상에 알려진 건 방송이 컸겠지만 시작이 음악이었잖아요. 음악을 계속하는 것도 이거 안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에요. 가끔 저와는 안 맞는 방송이라면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거든요. 음악은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어요. 방송 끝나고 피곤할 때도 작업실로 가요. 그럴 때 저한테 취해요. 작업을 같이 하는 친구한테 '나 되게 열심히 하지?'라고 하기도 해요."(웃음)
음악은 예능인 딘딘이 아닌 가수 딘딘으로서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창구이기도 하다. 예능은 시청자들이 웃고 싶어 보는 것이기 때문에 힘든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는 소신이 확실하다. 그러면서 방송에서는 밝은 모습만 보여주고 감정을 숨기는 것이 익숙해졌다. 그의 자작곡이 어두운 분위기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난 9월 발매한 '속는 중이야'는 이때까지 발매한 곡 중 유일하게 밝은 스타일이다. "제 노래 중에 광고 음악, OST 말고는 행복한 분위기가 없어요. 힘들고 슬픈 노래밖에 없죠. '속는 중이야'를 쓰고 좋더라고요. 왜인가 했더니 그동안 긍정적인 바이브를 풍기는 노래가 없어서더라고요. 음악할 때 제 감정을 온전히 드러내니까 편해요. 일기장 같은 거죠."
가수로서 발전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단지 래퍼로 국한시키고 싶지 않다. 발라드를 발표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내가 랩을 특출나게 잘해서 이 바닥을 엎을 수 있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럴 생각도 없다"며 "랩은 나에게 악기의 요소 중 하나"라고 했다. 아직 완벽한 실력은 아니라고 자평한다. 아직 10주년이고, 앞으로 더 해나갈 것들이 많으니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발성과 랩 공부를 다시 하고 있다는 그는 "내가 생각보다 근본이 있는 녀석이라는 걸 알았다"며 뿌듯해했다.
"'김과장' 무대를 하고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했는데 기분이 좋으면서도 당혹스러웠어요. 전 늘상하던 일인데 왜 이렇게 반응이 좋지 싶었죠. 지금도 노래를 하면 '왜 잘하지?'라는 반응이에요. 최근에는 KBS 2TV 음악 토크쇼 '더 시즌즈-최정훈의 밤의 공원'에서 테이 형과 '모놀로그'를 불렀는데 관객들 표정이 재밌었어요.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언젠가는 절 바라보는 관객들도 테이 형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바뀌지 않을까요?"(웃음)
딘딘은 "1~2년만 하다가 말 게 아니니까 점차 키워가는 게 목표"라고 한다. 사고뭉치 이미지이지만 성실하게 커리어를 쌓아가는 것도 이런 목표가 있어서다. 그는 "사건 사고를 치는 게 잘못된 게 아닌가? 그러니까 사건사고라고 표현하는 것"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 혼나고 자연스럽게 이런 건 안 해야겠다는 걸 알게 된다. 어른이 된다고 다르지 않다"며 "이런 행동을 했을 때 우리 가족이 실망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세상에 가족 얼굴이 다 알려졌다는 걸 생각하면 정신 차릴 수밖에 없다. 되게 심플한 일"이라고 했다.
대중이 바라는 모습과 진짜 나의 모습 사이에서 고민하기 보다 성숙한 사람이 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희망적이게도 스스로 바라보는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달라졌다. 이상적인 어른이라 생각한 흔들리지 않고 굳건한, 안정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누나들도 '너 정말 사람 됐다'고 해요. 얼마나 더 건강하고 올바른 사람으로 자랄 수 있을지가 중요해요. 일적인 부분은 제가 원하는 대로 컨트롤할 수 없잖아요. 그런데 제가 온전히 서있으면 계속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10년 후에 저는 어른이 돼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공감언론 뉴시스 chuch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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