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제보] 못믿을 유명 쇼핑몰…가짜 캐시미어 머플러 또 나와
무신사·29CM·SSF샵·EQL·W컨셉 등
(서울=연합뉴스) 윤성우 인턴기자 = 주요 쇼핑몰들에서 가짜 캐시미어 머플러가 또 판매됐다. 이번에도 싸구려 원단을 캐시미어로 속인 업체의 제품이었다.
8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무신사와 29CM, SSF샵(삼성물산), EQL(한섬), W컨셉(SSG 자회사) 등 유명 쇼핑몰은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1년간 캐시미어가 포함되지 않은 할렌(HALDEN)의 3개 제품을 캐시미어 머플러라고 판매해 왔다.
연합뉴스가 한국의류시험연구원에 직접 성분 분석을 의뢰한 결과 이들 쇼핑몰에서 판매된 할렌의 '프리미엄 캐시미어 머플러(M014)'는 폴리에스터 82.4%, 레이온 17.6%, '솔리드 캐시미어 머플러(M012)'는 폴리에스터 72.5%, 레이온 27.5% 등으로 구성됐다.
최근 247서울에 이어 할렌까지 캐시미어 성분을 속인 사실이 드러나자 쇼핑몰들은 소비자 보상에 분주하다.
EQL은 할렌과 247서울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개별적으로 문자를 보내고 홈페이지에 환불 안내문을 게시했으며, W컨셉은 할렌과 247서울 제품에 대해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안내문을 게시했다.
SSF샵은 아무런 공지사항을 올리지 않았다.
판매량이 많은 무신사와 29CM의 경우 앞으로 입점 업체들에 원단의 시험성적서를 제출토록 했다.
그러나 무신사의 원단 소재 확인은 '캐시미어'가 들어간 '머플러' 제품만 해당하고, 캐시미어가 들어가지 않은 머플러나, 캐시미어가 들어갔더라도 머플러가 아니라면 해당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니트·카디건 등 다른 의류에서도 허위 기재가 많다"고 증언하고 있어 무신사의 조치는 업체들의 고객 기만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무신사를 비롯한 여러 쇼핑몰은 캐시미어 혼용률 허위 기재로 논란이 커진 뒤에야 조치를 취해 '늦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무신사는 지난 6일 247서울에 이어 7일 할렌의 캐시미어 머플러 제품을 환불한다는 공지사항을 홈페이지에만 게시하고 구매자에게 개별적으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
무신사 관계자는 "캐시미어 머플러 전 제품 소재 조사와 더불어 판매량 상위권의 브랜드는 블라인드로 구매 후 직접 성분 시험을 의뢰하는 쇼핑몰에선 전례가 없었던 조치를 할 예정"이라며 "입점 브랜드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믿을 수 있는 점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상장을 준비하며 기업 가치가 3조 중반에 이른다는 대형 쇼핑몰 무신사의 이번 조치에 소비자들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할렌 머플러를 구매한 이모씨는 "쇼핑몰이 해야 할 검사를 개개인이 하는 게 회의감이 든다"며 "앞으로 최소 머플러만큼은 무신사에서 구매하지 않을 거다"라고 말했다.
논란되자 슬쩍 품절 처리한 할렌…'모르고 그랬다'
할렌은 지난달 27일 돌연 상품명을 바꾸면서 '23년도 겨울 제품부터 제품 소재가 바뀌었으며, 품질은 기존 상품과 동일한 제품으로 최대한 구현했다'고 안내했다. 이를 본 소비자들의 문의가 잇따르자 할렌은 지난달 30일 해당 제품을 품절 처리하고, '혼용률 변경 이전 출고 건은 기존 혼용률이 맞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는 거짓말이었다.
사건 축소나 은폐를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생산 공장에서 이번 제품부터 혼용률이 바뀌었다고 말해 선조치를 한 것"이라며 "최근 직접 확인한 혼용률 검사 결과에서 이전 제품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사과문을 게시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판매 제품이 많다 보니 의류 업계에선 모든 제품의 성분 검사를 못 하는 경우가 많다"며 "검사하지 않은 건 당사의 잘못이므로 고객이 구입한 모든 머플러 제품을 회수하지 않은 채 전액 환불을 진행하고 있으며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할렌은 247서울과 마찬가지로 자사 일부 제품에 캐시미어가 포함되지 않은 것을 소비자의 지적을 통해 알았다고 한다. 업체는 사과문에서 "해외 생산공장에서 제공한 정보를 근거로 상세 페이지를 작성했지만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당사에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섬유 소재 관계자는 "의류 업계에서 원단 소재를 속이는 공공연한 비밀이 드러난 것"이라며 "기사가 나가고 나서야 많은 업체가 혼용률 검사를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dub@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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