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유럽 혁신도시의 진화와 유성구

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2023. 11. 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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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지난달 29일부터 5박 8일의 일정으로 영국 런던과 핀란드 헬싱키 출장을 다녀왔다. 첫 번째 공식 방문지였던 '이스트 런던 테크시티(East London Tech City)'는 세계 3번째 규모의 창업클러스터다. 이곳에 전 세계 관심이 집중되고 기업이 몰리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런던 동부는 오랜 기간 낙후된 지역이었다. 소규모 공장이 밀집하고 가난한 노동자들이 거주했다. 100년 가까이 정체되었던 이곳이 2010년대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지방의 혁신적인 도시재생과 중앙의 과감한 지원이 더해지면서 첨단산업단지이자 청년 스타트업의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런던의 'CPC(Connected Places Catapult)'도 방문했다. CPC는 연구기관이나 기업에서 개발한 제품·서비스가 실험실 환경에서 벗어나 실제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지 실증하는 테스트베드 전문 기관이다. 국내 기업도 현지까지 날아가 실증을 의뢰할 정도로 명성이 높다.

다음 방문지인 헬싱키의 '칼라사타마(Kalasatama)'는 핀란드 수도 헬싱키 북동쪽에 위치한 옛 항구지역이다. 항만산업 퇴조 등으로 쇠락을 거듭하던 이곳은 세계적인 스마트시티로 변모 중이다. 칼라사타마의 슬로건은 '하루 한 시간 더(One more hour a day)!'로 모든 시민이 매일 1시간을 아낄 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핀란드의 스타트업 지원 네트워크인 '에이 그리드(A Grid)'를 공식 방문해 산학연 클러스터 협업 체계와 지자체의 역할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이와 함께 도시재생 성공 사례인 런던의 킹스크로스, 사우스뱅크 아트센터, 퀸스 엘리자베스 올림픽파크를 비롯해 북유럽 최대 스타트업 클러스터 공간인 헬싱키의 마리아01, 알토대학교에 입주한 창업 지원시설 스타트업 사우나와 디자인 팩토리 등을 둘러봤다.

5박 8일의 촘촘한 일정이었지만, 도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혁신생태계를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위기를 돌파하고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도시 구성원들의 고민과 노력도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도시는 생명체를 닮았다. 성장과 쇠락을 반복한다. 생명체의 개체는 사라져도 유전자는 대를 이어 보존된다. 도시도 그렇다. 공간으로서의 도시는 소멸해도 한 도시가 남긴 산업적·문화적 유전자는 남는다. 산업과 인구 구조 등의 변화로 수많은 도시가 명멸(明滅)했지만, 어떤 도시는 환경변화에 대응하며 진화하고 발전했다. 유성구도 마찬가지다. 유성구가 추진하는 도시 혁신생태계 구축은 유성구의 고유 유전자를 진화시켜 도시 발전의 근간으로 삼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유성구는 지난 2020년 전국 지자체 최초로 테스트베드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매년 실증 지원사업 횟수와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또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충남대 사이의 어은동·궁동을 기반으로 한 혁신생태계 구축 사업도 추진 중이다. 이곳은 풍부한 인적자원, 창업 공간, 로컬 공간, 각종 지원기관 등을 갖추고 있어 창업생태계 구축을 위한 최적의 입지로 평가받는다. 어은동·궁동을 과학기술 기반의 창업생태계 중심지로 조성하기 위해 창업 열린공간을 조성하고 어은동·궁동 혁신포럼 정례화와 추진협의체 구성을 추진할 방침이다.

도시 혁신생태계 구축에 성공한 도시들은 공통점이 있다. 무엇보다 민간 영역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성공의 열쇠였다. 그것이 가능하도록 무대와 장을 마련해 주는 게 관(官)의 역할이다. 이번 출장에서 둘러본 유럽의 도시에서 혁신을 통한 진화는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동시에 미래형이다. 유성구도 우성(優性) 유전자를 찾아 현재는 물론 미래 세대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귀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으며 한 다짐이다. 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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