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일간 한국시리즈 준비→1아웃 4실점 우승 청부사, 아직 기회 남았다 "4차전 등판 고민"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최악의 투구였다. 그러나 다음 기회가 있다. 2차전이 뜻밖의 불펜게임으로 진행된 가운데 LG 염경엽 감독은 최원태를 4차전에 기용할지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LG 트윈스는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kt 위즈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5-4로 역전승했다. 1회 최원태의 4실점 이후 불펜 7명을 투입해 추가 실점을 막았고, 차근차근 따라붙으면서 결국 역전 드라마를 썼다.
선발 최원태는 ⅓이닝 동안 안타 2개와 볼넷 2개를 내주고 4실점했다. LG 선발진이 kt에 비해 약하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정도로 무너지는 일은 없어야 했다. 최원태는 구단이 출혈을 감수하며 데려온 '우승 청부사'이자 염경엽 감독이 꼽은 '우승 키 포인트'였다.
한국시리즈를 준비할 시간은 충분했다. 최원태의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은 지난 9월 30일 잠실 두산전. 당시 4⅔이닝 2실점을 기록했는데 경기 내용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웠다. 홈런 1개 포함 안타 5개를 맞았고, 볼넷 4개를 허용하는 동안 탈삼진은 3개 기록했다. 5이닝도 못 채웠는데 투구 수는 99개에 달했다.
이 경기 후 11월 7일까지 38일을 한국시리즈 준비에 쏟았다. 시간이 약이라고 생각해서다. LG는 최원태가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서 한국시리즈에만 집중할 수 있게 일정을 잡았다.
최원태는 지난해 정규시즌 26경기에서 105⅔이닝을 투구했다. 포스트시즌 8⅓이닝을 더하면 114이닝. 그런데 올해는 개막 후 20번째 등판에서 118⅓이닝으로 전년도 기록을 넘어섰다. 최원태가 8월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9.00으로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자 염경엽 감독은 체력 문제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지난달 23일부터는 실전 투구를 시작했다. 첫 청백전에서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데 이어 26일 청백전에서 3⅓이닝 5피안타 2실점을 남겼다. 최종 점검이었던 1일 상무와 연습경기에서는 4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이때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8㎞까지 나왔다. 구속이 올라오면서 최원태에 대한 기대가 다시 살아났다.
염경엽 감독은 한국시리즈 2차전을 앞두고 "시리즈 전부터 최원태를 키포인트로 꼽았다"며 "퀄리티스타트 해주면 충분히 자기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페넌트레이스도 그랬지만 3점 이내로 막고 우리가 5점 정도를 뽑아야 이기는 경기를 했다. 한국시리즈도 같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최원태는 퀄리티스타트는커녕 1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4점을 헌납했다.
대신 LG는 불펜 총동원으로 버티며 한 점씩 추격했다. 이정용(1⅔이닝 28구) 정우영(1⅓이닝 26구) 김진성(⅔이닝 13구) 백승현(⅔이닝 22구) 유영찬(2⅓이닝 22구) 함덕주(1이닝 11구) 고우석(1이닝 10구)이 구원 등판했다. 이정용 함덕주 고우석은 이틀 연투했다.
공격에서는 3회 오스틴 딘의 적시타, 6회 오지환의 솔로포, 7회 김현수의 1타점 2루타로 1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그리고 약속의 8회, 선두타자 오지환이 볼카운트 0-2의 불리한 상황을 딛고 볼넷으로 출루했다. 문보경의 희생번트에 이어 박동원이 kt 박영현의 초구 체인지업을 공략해 좌중간 역전 2점 홈런을 쏘아올렸다. 고우석이 마지막을 장식하며 LG가 시리즈 전적 1승 1패 균형을 맞췄다.
경기 후 염경엽 감독은 최원태 카드를 아직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최)원태가 제구가 안돼 어려운 경기를 했다. 불펜들이 자기 역할을 해주며 승리의 발판을 만들었다"며 "5이닝을 던질 거로 생각했는데 제구가 안 돼 일찍 무너졌다. 전력분석파트와 상의해야겠지만, 일찍 내려오면서 4차전에 쓸 수 있는 또 하나의 카드가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원래 4차전을 맡기려 했던 김윤식 대신 최원태를 다시 선발로 기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염경엽 감독은 이어서 "4차전을 김윤식으로 갈지 최원태로 갈지 고민해보겠다. 상의를 해봐야겠지만 최원태가 4차전에 나서지 않으면 이정용이 선발로 들어갈 수도 있다. 휴식일에 많은 고민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우승 청부사에게 아직 한 번의 기회가 더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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