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성공시킨 김동선… 본업은 내리막길

연희진 기자 2023. 11. 9.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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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한화 3남'] ②백화점과 신사업 균형 이뤄낼까

[편집자주]한화 3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한화그룹은 일찌감치 김동관·동원·동선 삼형제가 각각 방산·태양광·화학 부문, 금융, 호텔·유통을 맡는 방식으로 승계 구도를 그리고 있다. 김 본부장은 형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사업·매출 규모가 작은 부문에서 시작했다. 미국 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를 론칭한 그가 본업인 백화점서도 경영 능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이 신사업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백화점 사업의 부진이 전망된다. 파이브가이즈 여의도 오픈 기념 테이프 커팅식에서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왼쪽에서 네번째)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에프지코리아
◆기사 게재 순서
①개미는 울상 vs 3남은 기회… '시총 반토막' 한화갤러리아
②햄버거 성공시킨 김동선… 본업은 내리막길
③셋째 밀어주기?… 마트에 항공사까지 M&A설 솔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3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이 유통 분야 포트폴리오를 키우며 그룹 내 지배력 높이기에 집중한다. 하지만 갤러리아 백화점이 상대적으로 부진하면서 '본업 살리기'에 성공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승계를 위한 교통정리를 마무리한 상황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슬하에 세 자녀를 두고 있다. 장남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방산과 석유화학, 신재생에너지를 맡고 있다.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금융 부문을 총괄한다. 막내인 김동선 본부장은 유통 사업을 이끄는데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과 한화호텔앤리조트 미래전략실장 전무를 겸임하고 있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이 파이브가이즈 1호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 본부장은 삼형제 중 경영 참여가 가장 늦다. 승마선수 출신인 김 본부장은 2015년 한화건설에 입사했다가 회사를 떠난 후 2021년 5월 한화호텔앤드리조트를 통해 경영에 복귀했다. 김 본부장의 포트폴리오는 백화점과 호텔·리조트로 현재 규모의 면에서 상대적으로 다른 형제에 비해 차이를 보인다.

이런 상황을 인지한 듯 김 본부장은 적극적으로 신사업을 추진하며 덩치를 키우고 있다. 김 본부장의 첫 작품은 미국 3대 버거 중 하나인 '파이브가이즈' 국내 론칭이다. 김 본부장이 브랜드 도입을 위한 초기 기획부터 계약 체결에 이르기까지 사업 추진의 전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직접 미국에 수차례 오가며 창업주와 신뢰를 쌓았다.

김 본부장은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로봇 사업을 포트폴리오에 편입시키기도 했다. 지난 10월 출범한 한화로보틱스의 전략기획 부문 총괄을 맡았다. 한화로보틱스는 협동로봇을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조사 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세계 협동로봇 시장규모는 2020년 약 1조원에서 지난해 2조2000억원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2025년에는 6조45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명품 수요 '주춤' 갤러리아 타격



서울 압구정에 위치한 갤러리아 명품관. /사진=한화갤러리아
본업인 한화갤러리아는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한화갤러리아는 백화점 중에서도 프리미엄 백화점을 지향한다. 압구정에 있는 점포는 이름부터가 '서울 명품관'이다. 한화갤러리아를 비롯한 백화점업계는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기간 보복소비 효과로 고공성장했다.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을 맞으면서 여행 수요가 증가하고 경기 침체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꺾이면서 성장세가 둔화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9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현황'에 따르면 9월 백화점 명품 매출 성장률은 -3.5%로 8월(-7.6%)에 이어 역신장했다. 백화점 명품 매출이 두 달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15년 2·3월 이후 8년 6개월 만이다. 한화갤러리아의 경우 롯데쇼핑, 신세계와 다르게 순수하게 백화점 사업에 주력하고 있어 타격이 더 클 것으로 분석된다.

명품에 초점을 맞춘 한화갤러리아의 실적을 보면 지난해와 올해 추이가 다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의 지난해 매출(이하 순매출 기준)은 ▲1분기 1239억원 ▲2분기 1319억원이다. 올해는 ▲1분기 420억원 ▲2분기 1271억원이다. 1분기의 경우 한화솔루션에서 독립한 후 올해 3월 실적만 반영한 것으로 전년도와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48억원 감소했다. 백화점 점유율 역시 2020년 8.0%에서 2021년 8.5%까지 뛰었다가 2022년 8.1%로 다시 내려왔다. 올해 상반기에는 6.9%로 떨어졌다.



모그룹 연고지서 첫 패



대전에서 백화점 1위를 차지한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점./사진=뉴스1
지난해에는 연고지인 대전에서 신세계에 쓴맛을 봤다. 1980년대 동양백화점 시절부터 대전 지역 1위 백화점 위상을 지켜온 갤러리아 타임월드점이 신규점인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점에 처음으로 왕좌를 내줬다. 갤러리아 타임월드는 서울 명품관과 함께 한화갤러리아의 주요 점포로 꼽힌다.

지난해 한화갤러리아 타임월드의 매출은 전년 대비 2.4% 감소한 1371억원이다. 같은 기간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점을 운영하는 대전신세계의 매출은 1661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점은 2021년 8월 문을 열었다. 대전 지역 터줏대감이었던 갤러리아 타임월드점을 뛰어넘기까지 1년밖에 걸리지 않은 셈이다.

갤러리아 타임월드는 지난해 신세계에 밀린 이후 남성 명품관인 '럭셔리 멘즈' 오픈으로 승부수를 뒀다. 남성 명품이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점에 비해 밀린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럭셔리 멘즈 라인업 중 명품 브랜드는 지방시와 발렌티노, 구찌 세 군데뿐이다.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의 경우 멘즈 럭셔리관에 구찌, 디올, 버버리, 프라다, 발렌시아가, 돌체앤가바나, 보테가베네타 등이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한화갤러리아는 앞으로도 명품과 VIP 관련 콘텐츠를 강화해 프리미엄 백화점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서울 명품관이 위치한 압구정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돌아온 외국인에게 의료 관광의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어 외국인 매출 비중을 전체 매출의 15%로 올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동선의 야심작 '파이브가이즈'



파이브가이즈 1호점 오픈 첫날 서울 강남구 파이브가이즈 강남 매장 앞에 입장을 기다리는 고객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사진=뉴스1
지난 6월 파이브가이즈 1호점이 문을 열었다. 이에 앞서 진행된 파이브가이즈 오픈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김 본부장은 라이벌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다른 라이벌 경쟁 업체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직접 먹어보면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자신만만한 김 본부장의 첫 신사업인 파이브가이즈는 일단 흥행에 성공했다. 론칭 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매장 오픈일, 위치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문을 연 첫날부터 꾸준히 오픈런(매장 문을 열자마자 달려가는 것)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호점은 오픈 이후 4개월 넘게 하루 평균 1800~2000명의 고객이 방문 중이다.

파이브가이즈는 1986년 미국 버지니아에서 시작한 버거 브랜드다. 쉐이크쉑, 인앤아웃과 함께 미국 3대 버거 브랜드로 꼽힌다. 파이브가이즈는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23개 국가에서 1700여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아시아에서는 홍콩, 싱가포르, 중국, 말레이시아에 이어 한국이 5번째 진출 국가가 됐다.

김 본부장의 '유통 데뷔작'인 파이브가이즈가 흥행하면서 그의 입지도 이전보다 힘이 실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0월6일 한화갤러리아는 파이브가이즈를 운영하는 자회사 에프지코리아의 오민우 대표이사를 신임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오 대표는 김 본부장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오 대표는 김 본부장과 함께 파이브가이즈 론칭을 이끌었고 이를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평가를 받아 부장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연희진 기자 to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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