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럿코 악몽' 극복한 LG 대역전승…그러나 1회도 못 버틴 우승 청부사, 다음 기회 있을까 [KS]
[OSEN=잠실, 이상학 기자] LG가 8회 박동원의 짜릿한 역전 투런 홈런으로 한국시리즈 반격의 1승을 거뒀다. 무려 7670일 만의 한국시리즈 승리로 1승1패 균형을 맞췄지만 유망주들을 주고 데려온 ‘우승 청부사’ 최원태(26)가 1회도 못 버티면서 팀에 고민을 안겼다.
최원태는 지난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2차전에 선발등판, KT 상대로 ⅓이닝 2피안타 2볼넷 4실점으로 무너지면서 초고속 강판됐다. 투구수가 20개밖에 되지 않았지만 염경엽 LG 감독은 고민하지 않고 내렸다.
1회 1번 김상수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하면서 먹구름이 드리웠다. 황재균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뒤 김경태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왔지만 불안불안한 흐름이 끊기지 않았다. 앤서니 알포드도 5구 만에 볼넷으로 내보내며 순식간에 무사 만루 위기를 초래했다.
박병호를 3루 땅볼 유도하며 3루 주자를 홈에서 잡았다. 귀중한 아웃카운트 하나를 만들었지만 계속된 1사 만루에서 장성우에게 슬라이더를 공략당해 좌측 2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그러자 다시 김경태 코치가 마운드로 올라왔다. 두 번째 마운드 방문으로 투수 교체를 의미했다.
투구수가 20개밖에 되지 않았지만 1차전을 내준 LG로선 최원태를 두고 볼 여유가 없었다. 최고 148km 직구(10개), 슬라이더(6개), 체인지업(3개), 커브(!개)를 구사했지만 원하는 곳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1회부터 이정용이 불펜에서 급하게 몸을 풀었고, 2점을 허용한 1회 2사 2,3루에서 투입됐다. 이정용이 배정대에게 좌중간 2타점 적시타를 맞으면서 최원태는 ⅓이닝 4실점을 기록했다.
⅓이닝은 역대 한국시리즈 선발 최소 투구 이닝 역대 공동 2위 불명예 기록. 1995년 한국시리즈 7차전 롯데 윤학길의 0이닝이 최소 기록이다. 윤학길은 당시 OB 상대로 시작부터 3연속 안타를 맞은 뒤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내려갔다. 실점은 2점. 이날 최원태의 ⅓이닝 교체는 1986년 4차전 삼성 권영호(해태전), 1993년 6차전 해태 문희수(삼성전), 1994년 4차전 태평양 최창호(LG전), 2002년 3차전 LG 최원호(삼성전)와 함께 역대 최소 이닝 공동 2위였다.
LG는 최원태가 1회부터 무너졌지만 철벽 불펜이 추가 실점을 주지 않았다. 이정용(1⅔이닝), 정우영(1⅓이닝), 김진성(⅔이닝), 백승현(⅔이닝), 유영찬(2⅓이닝), 함덕주(1이닝), 고우석(1이닝)으로 이어진 불펜이 8⅔이닝 무실점 합작을 했다. 타선도 3회 오스틴 딘의 적시타와 6회 오지환의 홈런, 7회 김현수의 우익선상 1타점 2루타로 야금야금 따라붙더니 8회 박동원의 역전 투런 홈런이 터지며 5-4로 역전승했다. 시리즈 균형을 1승1패로 맞췄다.
21년 기다린 한국시리즈 무대인데 LG는 하마터면 홈 1~2차전을 모두 패하는 충격을 입을 뻔 했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2차전 2연패를 한 팀의 우승 확률은 10%(2/20)에 불과하다. 하지만 2차전 역전승으로 시리즈 균형을 1승1패로 맞추면서 분위기를 가져왔다.
승리는 기분 좋지만 LG로선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큰 마음먹고 데려온 최원태의 부진이 뼈아프다. 지난 7월30일 키움에 외야 유망주 이주형과 신인 투수 김동규 그리고 2024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전체 8순위 투수 전준표)을 주면서 최원태를 데려왔다. 우승을 위해 미래 자원들 출혈을 감수했다.
이적 후 9경기에서 3승3패 평균자책점 6.70으로 부진한 최원태이지만 LG는 그래도 한국시리즈에서 한 방을 기대했다. 지난 9월30일 잠실 두산전을 끝으로 38일간 충분한 회복기를 거쳤지만 결과는 충격의 1아웃 4실점이었다.
이날 등판 전까지 포스트시즌 통산 13경기(3선발)에서 승리 없이 1패1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9.50으로 부진했던 최원태에겐 여러모로 부담이 큰 경기였다. 1차전 패배로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의 중압감을 버티지 못했다. 이날 경기까지 최원태의 포스트시즌 통산 평균자책점은 11.29로 치솟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LG로선 플럿코가 두고두고 생각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원래 같으면 이날 2차전은 최원태가 아니라 플럿코가 나설 차례였지만 그는 이미 한국을 떠났다. 전반기에는 에이스로 활약했으나 후반기부터 이상 조짐을 보였다. 감기 몸살, 고열에 시달리더니 8월26일 창원 NC전에서 골반뼈 타박상을 입었다. 복귀를 위한 준비를 잠시 했지만 회복 과정에서 구단과 의견 차이를 보였다. 미국 주치의 소견을 이유로 복귀를 차일피일 미뤘고, 돌아올 기미가 안 보이자 LG는 플럿코를 전력 외로 결정했다.
플럿코는 한국시리즈 준비 기간이었던 지난달 27일 미국으로 돌아가며 “LG는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것이다. 선수단도 원팀 마인드를 갖고 있다. 평생 LG를 응원할 것이다”라는 덕담을 남겼다. 1~2차전에서 2연패를 당할 뻔한 LG는 강력한 불펜 힘과 타선의 저력으로 반격하며 플럿코 악몽을 극복했다.
한편 2차전 경기 후 염경엽 감독은 최원태의 다음 등판에 대해 언급했다. 염 감독은 "최원태가 5이닝 이상은 던져줄 거라 생각했는데 초반에 제구가 안돼 빨리 뺐다. 코칭스태프, 전력분석 파트와 상의해야겠지만 오늘 빨리 빠지면서 4차전에 쓸 수 있는 카드가 생겼다. (4차전 선발을) 김윤식으로 갈지, 최원태로 갈지 고민해보겠다. 이정용이 들어갈 수도 있다. 내일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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