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서울]②지도 길쭉해지는데 왜 '김포' 콕 집었을까
'지옥철' 김포골드라인 해결책으로 서울 편입 카드
서울, 한강 낀 김포 편입하면 '그레이트 한강' 가속화
국민의힘의 '메가시티 서울' 구상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는 물론 국내 부동산 시장에도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김포뿐 아니라 고양, 하남, 구리 등도 서울 편입 여부를 놓고 들썩이는 분위기다. 이번 이슈의 의미와 전망을 짚어봤다. [편집자]
김포시가 뜨거운 관심을 받는 건 지난달 30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김포를 비롯해 고양, 구리 등을 서울에 편입하는 '메가 시티 서울'을 당론으로 추진하면서다. 최근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병수 김포시장이 만나 김포시의 서울 편입 효과를 심층적으로 연구하는 '공동연구반'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언급했던 경기북부특별자치도(경기북도) 논의를 다시 꺼냈다. 김포를 경기북도와 경기남도 중 어디에 넣을지 혼란한 가운데 9월 국민의힘 소속 홍철호 김포을 당협위원장 주도로 '경기북도 싫어요, 서울특별시 좋아요'라는 현수막이 등장했다. 이후 김병수 김포시장이 언론을 통해 "김포는 서울 강서구와 양천구와의 연결성이 크다"며 서울 편입론을 본격화하면서 갈수록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경기북도 들러리 싫고 '지옥철' 해결도 시급
김포는 경기도 서북부에 위치한 도시로 북쪽에 북한, 남쪽과 서쪽에 인천광역시가 있다. 동쪽으로는 경기도 파주시와 고양시, 서울특별시 강서구를 접하고 있다. 김포시 인구는 9월말 기준 48만5943명이다.
김포는 경기북도가 아닌 서울 편입을 원하고 있다. 김포시청은 지난 6일 "김포시는 경기남도와 북도 어디와도 지리적인 연결성이 없다"며 "서울시 편입 여론은 비공식적으로 언제나 우세했고 김병수 시장의 현장 행정에서도 꾸준히 들려왔다"고 밝혔다. 향후 김포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대면조사를 실시해 정확한 여론을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김포는 고양, 파주와 함께 경기북도로 묶이기에는 한강에 가로막혀 있다. 부천, 광명 등 경기남도와 김포 사이에는 인천이 있어 '섬' 같은 모양새가 된다. 전문가들은 위치가 '애매한' 김포가 경기북도에 속해 변두리 취급을 받느니 서울에 편입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경기북도가 설치된다면 도청 소재지는 의정부가 될 텐데 서울과 가까운 김포가 경기북도의 외곽지역이 되는 걸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경기남도와 북도에 속하지 않는다면 인천과 서울 편입이라는 선택지가 있는데 그중 가장 좋은 대안을 제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포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인구가 많은데 교통이 불편한 점도 서울 편입론의 주된 이유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김포에서 서울로 통근·통학하는 인구는 6만명 수준이다. 양촌역에서 출발한 김포골드라인 열차는 32분 후 종점 김포공항역에 도착한다. 2019년 개통한 김포골드라인은 2량뿐이라 '지옥철'로 악명이 높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서울과 인접한 김포신도시와 달리 외곽 쪽은 농촌이라 전체적으로 보면 다른 지역보다 서울 통근 비율은 낮을 수 있다"면서도 "김포신도시 주민들에겐 서울과의 연결성을 대중교통으로 확대하는 게 중요한 이슈"라고 설명했다.
김진유 교수는 "향후 교통량 증가를 감안해 승강장을 넓게 짓는 게 일반적인데 김포골드라인은 외부 지원 없이 김포신도시의 광역교통부담금만 가지고 하다보니 2량에 맞췄다"며 "승강장 공사를 새로 할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5호선 연장 등 다른 해결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봤다.
다만 교통 혼잡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 편입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서울에 편입된다고 교통 문제가 자동적으로 해결되는 건 아니다"며 "버스를 증차하는 등 당장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손 놓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김포·검단 연장도 논의 중이나 김포와 인천이 이견을 보이고 있다. 김진유 교수는 "김포가 서울에 편입되더라도 차량기지 문제 등을 인천과 협의해야 한다"며 "교통 문제가 금방 해결될 것 같진 않다"고 봤다.
김포에서 출발하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D노선의 경우 완공 시기를 가늠하기 이른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일 '광역교통 국민간담회'에서 "D·E·F 노선은 대통령 재임 중에 예비타당성조사를 비롯한 모든 절차를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김포 품어 '그레이트 한강' 이뤄낼까
오세훈 서울시장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6일 김병수 김포시장과 만나 '김포시 서울 편입 공동연구반'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오 시장은 "김포시의 서울 편입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의 의견"이라며 "김포시민과 서울시민 모두의 공감대 형성과 동의를 바탕으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편입을 대가로 김포에 쓰레기 매립지를 이전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주민기피시설을 주변 지자체에 넘길 생각은 없고 그럴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서울이 김포를 품는다면 오 시장의 역점사업인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에 긍정적일 거라 전망했다. 이 프로젝트는 조성된 지 평균 18년이 지난 한강생태공원을 재정비해 휴식·문화 예술 중심의 시민 여가 공간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이다. 2007년 재임 당시 추진했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김포의 지리적 특징을 보면 길게 이어져있다. 한강과의 연결 측면에서 서울 편입을 언급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도 "서울시가 한강 르네상스 전략을 좀 더 확대된 구도에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희정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역시 "서울시는 '그레이트 한강'을 내세우며 한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김포, 고양 등 한강과 연결된 도시가 서울에 편입되면 수변공간 조성 등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포 인구를 흡수함에 따른 세수 증대 효과는 미지수로 보인다. 김진유 교수는 "인구가 늘면 세수총액도 늘겠지만 서울시 다른 구와 형평성을 맞춰 투자해야 하는 만큼 플러스가 될지, 마이너스가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포 입장에서도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 김포시청은 지난 6일 "김포가 서울로 편입될 경우 재정력이 좋은 서울특별시의 조정교부금 일부가 이전돼 증가하고 지방세와 지방교부세가 감소·상쇄돼 재원의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김포가 서울에 편입되지 않는 게 이득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송승현 대표는 "아직 성장하려면 한참 남았고 개발 필요성도 큰 김포가 과밀억제권역인 서울에 편입된다면 전반적인 개발에 있어 규제를 받게 된다"며 "김포가 많이 발전한 다음에라면 모를까 지금 시점에서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은영 소장은 "경기북도·남도 설치와 김포의 서울 편입 등 행정구역 개편에 관해 공론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신중하게 논의하고 합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진수 (jskim@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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