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 작은 체구에서 어떻게 저런 힘이' 19세 한화 신인, 천재 타자 빈자리 채울까... 류중일도 눈여겨봤다 [APBC]
한국 대표팀은 8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비 연습경기에서 국군체육부대(상무)에 10-3으로 승리했다.
대표팀에서 문동주(한화 이글스), 상무에서 곽빈(두산 베어스)이 선발 투수로 나온 가운데 경기는 의외로 6회말까지 3-3으로 팽팽하게 흘러갔다. 승부처는 상무 측에서 박주성(키움 히어로즈)이 올라온 7회말이었다. 선두타자 김도영이 볼넷, 노시환이 우전 안타로 무사 1, 3루를 만들었고 윤동희가 중전 1타점 적시타로 4-3 역전에 성공했다. 여기서 문현빈(19·한화)의 한 방이 승부를 결정지었다. 문현빈은 3볼 1스트라이크의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박주성의 5구째를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크게 넘어가는 쐐기 스리런 아치를 그렸다. 이 홈런 이후로 박주성은 더욱 흔들렸고 2개의 볼넷과 2개의 적시타를 허용한 후에야 마운드를 내려올 수 있었다. 7회말에만 타자 일순으로 7점을 뽑은 대표팀은 그대로 점수 차를 유지하며 마무리 짓었다.
류중일 감독의 고민을 어느 정도 풀어준 깜짝 활약이었다. 경기에 앞서 류중일 감독은 한 방을 보여줄 중심 타자의 부재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이달 16일부터 19일까지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한국, 일본, 대만, 호주의 24세 이하(1999년 1월 1일 이후 출생) 또는 입단 3년 차 이내(2021년 이후 입단) 선수와 함께 와일드카드로 29세 이하(1994년 1월 1일 이후 출생) 3명까지 출전 조건이 제한적이다.
그 탓에 최근 젊은 거포 자원이 실종된 KBO리그 현실과 맞물려 장타를 기대할 타자가 부족했다. 설상가상으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클린업을 이루던 문보경은 LG 트윈스의 한국시리즈 진출로 빠지고, '천재 타자' 강백호는 오른쪽 내복사근 부상으로 빠지면서 'KBO리그 홈런왕' 노시환(한화)과 함께 어울릴 클린업 구성조차 빠듯해졌다.
류 감독은 "강백호가 부상을 빠졌기 때문에 (라인업 구상이 어려울 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다. (강백호 대신 나설) 지명타자와 3번 타자가 가장 고민"이라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 놓았다. 이어 "어떤 타자가 3, 4번에 잘 어울리는지는 정답이 없다. 다만 개인적으로 3번 타자는 정교하면서도 중장거리형 유형의 타자가 생각난다. 홈런을 잘 치면서 2루타도 많이 뽑아내는 선수들이 3번, 홈런을 많이 치는 선수가 4번 타자로 나가야 할 것 같다"고 자신만의 기준을 설명했다.
그나마 김도영(KIA)의 존재가 있어 한 조각은 채울 수 있었다. 뛰어난 타격을 지녀 제2의 이종범이라 불린 김도영은 소속팀에서도 테이블세터와 3번 타순에 곧잘 이름을 올렸다. 올해는 2개월을 부상으로 빠졌음에도 84경기 동안 2루타 20개 포함 타율 0.303(340타수 103안타), 7홈런 47타점 72득점 25도루, OPS 0.824를 기록하며 류중일 감독의 성적에 걸맞은 활약을 보였다. 또 다른 한 자리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막차로 승선해 6경기 타율 0.435(23타수 10안타) 1홈런 6타점 6득점, OPS 1.196으로 맹활약한 윤동희(롯데)에게 돌아갔다.
어렵게 클린업을 채우고 나니 이번엔 이들을 불러들일 6번 타자가 필요했다. 류 감독은 "난 6번을 폭탄 타순이라 부르는데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타순이다. 팀에서 가장 잘 치는 3~5번이 앞에서 출루하고 6번이 터지면 이기고, 안 터지면 진다. 그래서 10개 팀 라인업을 보면 6번에는 장타력 있는 선수들이 포진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문현빈이 보여준 모습이 류 감독이 표현한 '폭탄' 그 자체였다. 앞선 세 타석에서 삼진-중견수 뜬 공-3루수 뜬 공으로 침묵했으나, 주자가 모인 7회말 결정적인 스리런으로 상대 팀에 폭탄 하나를 투척했다. 경기 후 류 감독 역시 "누가 추가 합류할지는 한국시리즈 결과를 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다"면서 "오늘(8일) 경기에서 나승엽이 하나 치고 문현빈도 홈런을 친 것을 좋았다"고 눈여겨봤다.
최종 엔트리 26인에 승선하지 못한 문현빈으로서는 절호의 기회다. 대전유천초-온양중-북일고를 졸업한 문현빈은 2023년 KBO리그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11순위로 한화에 입단했다. 작은 키에도 빠른 배트 스피드와 근성 있는 플레이로 데뷔 첫해부터 주전을 차지했고, 올해 137경기 타율 0.266, 5홈런 49타점 47득점 5도루, 출루율 0.324 장타율 0.362를 기록하며 APBC 대표팀 예비 엔트리에 포함됐다.
예비 엔트리에는 있었으나, 그가 소화할 수 있는 2루수와 중견수 자리에 김혜성(키움)과 최지훈(SSG 랜더스)이 있어 두드러진 타격 성적을 내지 않는 이상 최종 엔트리에 포함되긴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예상대로 결원이 생기면서 문현빈에게도 희망이 생겼다. APBC 대표팀이 6일부터 13일까지 대구 삼성라이온즈 파크에서 훈련 및 연습경기를 진행하는 가운데 최종 엔트리 26명 중 정우영, 문보경(이상 LG) 박영현(KT) 등 한국시리즈에 참가 중인 인원과 플레이오프까지 9경기를 치른 김영규, 김형준, 김주원 등 NC 다이노스 선수들이 제때 참석하지 못하게 된 것. 일본 미야자키 캠프에서 훈련을 하던 문현빈은 그렇게 투수 조병현(SSG), 이병헌(두산), 김태경(상무), 포수 허인서(상무), 내야수 한태양(상무), 나승엽(롯데)과 함께 마지막 기회를 얻었다.
APBC 대표팀은 11일 오후 1시 30분에 상무를 상대로 그동안 못 뛴 NC 3인방까지 포함해 최종 리허설을 치른다. 이때 대표팀 소속으로 뛸 선수들이 주전 라인업으로 예고된 가운데 문현빈이 과연 최종 엔트리 26인에 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대구=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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