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못 버텨 속속 매물로…서울 아파트 경매 7년來 최다
부동산 경기 선행지표 경매 주춤…부동산 침체기 계속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부동산 경매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이달 서울 아파트 경매진행건수가 7년 5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고,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경매 시장 매수세도 위축되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채무자들의 부담이 불어나면서 경매 시장에는 물건이 쌓이고 있지만, 경매 참여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뚜렷해지면서 낙찰률이 떨어지고 있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10월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2629건으로, 2020년 11월(3593건) 이후 2년 11개월 만에 최다 진행 건수를 기록했다. 이 중 1046건이 낙찰되면서 낙찰률은 전달(34.9%) 대비 4.9%p 상승한 39.8%를 기록했다. 이는 강원과 전북 지역의 법인 소유 아파트 수십 채가 저가에 낙찰되면서 낙찰률이 반등한 것으로 보인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84.1%로 전월(83.5%)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고, 평균 응찰자 수는 전달(8.3명) 보다 2.0명이 줄어든 6.3명으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23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6년 5월(291건) 이후 7년 5개월 만에 월별 최다 건수다. 낙찰률은 26.5%로 전달(31.5%) 대비 5.0%p 하락하면서 지난 6월(28.3%) 이후 4개월 만에 다시 20%대로 내려앉았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고금리 여파로 아파트 경매 신건이 늘어났고, 선호도 낮은 단지의 거듭된 유찰이 진행 건수 증가와 낙찰률 하락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낙찰가율은 86.7%로 전월(85.2%) 대비 1.5%p 상승했는데, 여의도, 압구정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재건축 단지 아파트가 낙찰가율 상승을 견인했다.
경기도 아파트 진행 건수는 592건으로 2015년 6월(652건) 이후 처음으로 최다 진행 건수를 기록했다. 낙찰률은 39.5%로 전달(43.4%) 보다 3.9%p 하락했고, 낙찰가율은 전달(84.8%)과 비슷한 85.2%를 기록했다. 평균 응찰자 수는 8.4명으로 전월(11.2명)보다 2.8명이 감소했다.
인천 아파트 낙찰률은 39.1%로 전월(35.1%) 대비 4.0%p 상승했다. 낙찰가율은 82.1%로 전달(78.4%) 보다 3.7%p 오르며 올해 처음으로 80%대를 회복했는데, 연수구 송도동에 위치한 아파트가 강세를 보이면서 낙찰가율이 상승했다. 평균 응찰자 수는 8.7명으로 전월(9.1명)과 비슷한 경쟁률을 보였다.
지방 5대 광역시에서는 유일하게 대구 아파트 낙찰가율이 상승했다. 대구 낙찰가율은 전달(81.0%) 대비 5.1%p 상승한 86.1%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4월(91.9%) 이후 1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84.6%를 기록한 대전은 전월(88.3%)보다 3.7%p 하락했다. 광주(85.5%) 역시 1.2%p 하락했으며, 부산(78.5%)과 울산(83.3%)은 각각 1.0%p, 0.6%p 떨어졌다.
부동산 경기의 '선행지표'로 여기는 경매시장에서 부진이 이어지면서 부동산시장 침체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경매시장 낙찰가가 낮게 유지되는 것은 집값 하락을 전망하는 참여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기조 장기화와 집값 상승에 따른 피로도 누적으로 당분간 경매시장의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경매 건수가 늘어나고, 유찰이 계속되는 건 부동산 침체기에 경매시장에서 나오는 대표적인 신호"라며 "집값 상승에 따른 피로감 누적과 고금리 기조 장기화 등이 겹치면서 주택 매수세가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경매지표 위축은 부동산 시장의 선행 지표로 집값이 조정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매시장도 위축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sky03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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