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걸으란 거야"…길바닥 방치된 자전거들, 강풍 불자 픽픽
지난 7일 오전 11시쯤 서울 마포구의 한 버스 정류장 앞. 시민들이 지나다니는 보도 한 가운데 전기 자전거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 바로 옆에는 빨간색 개인 자전거가 힘 없이 쓰러져 있었다. 이날은 서울 지역에 강풍 특보가 발효된 다음날로 도심 곳곳에 차가운 칼바람이 불고 있었다.
길을 가던 시민들은 자전거를 힐끗 쳐다보더니 다른 쪽으로 피해 지나갔다. 버스 정류장 앞에 자전거가 세워진 것을 보고 인상을 찌푸리는 시민도 있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자전거나 전동킥보드 등은 버스 정류장 표지판이 설치된 곳으로부터 10m 이내에 주·정차하면 안된다.
이곳을 지나가던 20대 직장인 김모씨는 "여기저기 자전거가 쓰러져 있으니까 이동 통로도 좁고 보기도 안좋다"며 "바람 부는 날엔 픽픽 쓰러지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최근 전동 킥보드, 전기 자전거 등 개인형 이동수단(PM)이 인도 위에 무분별하게 주차되면서 시민들이 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비바람이나 강풍이 불 때는 PM이 도로나 보도 위에 쓰러지면서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PM은 △교차로, 횡단보도, 건널목 △교차로의 가장자리나 도로의 모퉁이로부터 5m 이내인 곳 △버스 정류장 표지판이 설치된 곳으로부터 10m 이내인 곳△횡단보도로부터 10m 이내인 곳 등에는 주차 또는 정차가 금지된다. PM은 차량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인도가 아닌 차도에서 이용해야 한다. 전용 주차 공간이 아닌 인도 위에 주차하는 것도 불법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같은 사정을 아는 이들이 드물다. 실제로 인도 위 여기저기 세워져 있는 전동 킥보드와 자전거를 찾아보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에서 마포구까지 보도 위를 살펴본 결과 30개가 넘는 킥보드, 전기 자전거들이 지하철 출구 앞, 신호등 옆, 쓰레기통 뒤편 등에 주차돼 있었다. 몇몇 자전거들은 도로 쪽에 아슬아슬하게 서있어 잘못 넘어지면 통행하는 차량과 부딪힐 것 같았다.
30대 직장인 최모씨는 "지난달 길가에 놓인 전동 킥보드가 갑자기 차에 쓰러져 자동차 문에 기스가 난 적이 있다"며 "자동차를 구입한 지 얼마 안됐을 때였는데 견적 비용만 엄청 나왔다"고 말했다.
거리에서 일하는 작업자들 역시 불편함을 토로했다. 보행신호등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김모씨는 이날 인도 위에 세워진 전기 자전거 때문에 작업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트럭에서 장비를 빼서 나르려면 이동 동선이 효율적이어야 하는데 중간에 전기 자전거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허리를 한껏 접어서 장비 용품을 꺼내들고 움직였다.
김씨는 "오늘 작업할 곳이 트럭 바로 앞이라 이곳에 주차해야 하는데 전기 자전거 때문에 영 불편하다"며 "자전거 주인이 누구인지도 몰라서 함부로 옮기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무분별한 주차를 막기 위해 지하철역 출입구 전면 5m 이내, 버스 정류소, 택시 승강장 5m 이내, 횡단보도 3m 이내, 점자블록 위, 교통약자 엘리베이터 진입로 등에 세워진 킥보드를 견인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실제로 서울시가 2021년 7월부터 올해 9월까지 견인한 전동킥보드 건수만 12만9131건에 달한다.
전문가는 단순히 킥보드를 견인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통 전문가인 한상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사람들이 PM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에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며 "인도 위에 무분별하게 킥보드, 전기자전거를 방치한 이용자에 대해서는 PM 관련 업체가 불이익을 주는 등의 시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PM은 차도로만 다녀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인도에 주차할 공간을 만드는 건 쉽지 않다"며 "보도와 건축물이 맞닿아 있는 여분의 공간을 임대해서 주차장을 만드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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