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섬에 쌓인 은행잎 고향은…‘서울 송파구’
경남 창원 의창구, 농가 무상 공급…충북 제천시는 퇴비 판매
해외선 종이 제조 등 사용…“국내서도 경제적 활용 연구 필요”
“가을바람에 떨어진 낙엽을 보기 위해 오늘 하루 수천명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아왔다니 쉽게 믿기지 않네요.”
지난 4일 오후 강원 춘천시 남산면의 남이섬에 들어서자 국내외 관광객 수백명이 ‘중앙잣나무길’을 걷기 위해 줄지어 서 있었다. 남이섬 남쪽의 ‘송파은행나무길’에선 웨딩 촬영을 하는 동남아 관광객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예비 신부는 양손 가득 은행잎을 담아 머리 위로 뿌리며 탄성을 내질렀다.
이 광경을 지켜본 박서현씨(42·경기 성남시)는 “남이섬이 낙엽을 재활용해 동남아 관광객들에게 가을의 정취를 팔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남이섬은 2006년부터 매년 가을 송파구로부터 15~20t의 은행잎 낙엽을 받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오는 15일 낙엽이 반입된다.
남이섬은 북한강 상류 한가운데 위치해 다른 지역보다 일찍 단풍잎이 떨어진다. 그러나 송파구로부터 받은 은행잎 덕분에 11월 말까지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풍광을 연출하며 보다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게 됐다.
송파구는 매년 10월 가로변에서 수거한 은행잎 20t가량을 남이섬으로 옮겨주고, 600t의 낙엽을 수도권 인근 농가 10여곳에 퇴비용으로 무상 제공한다. 낙엽 발생량의 90% 이상을 재활용하면서 매년 1억여원의 낙엽 소각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민간 소각장에서 낙엽을 소각할 경우 t당 19만~20만원의 비용이 든다. 자치단체와 유명 관광지가 ‘가로수 낙엽’ 교류를 통해 상생의 묘를 살리고 있는 셈이다.
남이섬 관계자는 “지난해 150만명에 이어 올해 10월 말까지 100만명이 방문했고, 이 가운데 가을철 방문객이 35~40%에 달한다”며 “송파구로부터 받은 낙엽은 초겨울부터 수거해 속성용 미생물 부숙제를 섞어 발효시킨 후 이듬해 조경용 퇴비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는 2016년부터 매년 300ℓ짜리 포대 7000~9000여개 분량의 가로수 낙엽을 수거해 퇴비용, 축사 깔개용, 특용작물 보온재용으로 농가 등에 무상으로 공급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100포대 이상 신청한 농가에는 배달도 해준다. 이해원 의창구 청소행정팀 주무관은 “공공근로자 등을 투입해 이물질을 골라낸 양질의 낙엽을 공급하니 농민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며 “올해 수거한 낙엽은 오는 27일부터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충북 제천시는 2018년부터 제천산림조합과 위·수탁 협약을 맺고 주민들이 도로변 등에서 수거해 오는 낙엽을 ㎏당 250~300원을 주고 수매해 친환경 퇴비를 만들어 다시 판매하고 있다. 낙엽에 톱밥과 발효 미생물(EM)을 혼합한 뒤 2년간 부숙(썩혀서 익힘) 과정을 거쳐 퇴비를 만들었고, 지난해 500만원가량의 판매액을 올렸다. 올해도 낙엽 300t을 활용해 퇴비를 생산할 예정이다.
전국 17개 시도의 가로수 950만여그루에서 연간 발생하는 낙엽은 2만2000여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낙엽을 농업용뿐 아니라 해충 방제 용품이나 종이 제조의 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반면 국내 대부분의 자치단체는 마땅한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한 채 매립 또는 소각 처리하고 있다.
서울 광진구 관계자는 “대도시의 경우 퇴비용으로 공급하려 해도 희망 농가를 찾기 힘들어 대부분 소각 처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낙엽의 경제적 가치를 재창출할 방안을 체계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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