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현장]주전 절반 부상-FA컵 우승에도 동기부여 이상 무, 김기동의 포항은 정말 강하다

▲ 포항 스틸러스가 우라와 레즈에 2-1로 이기면서 4전 전승을 달렸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포항, 이성필 기자] 우승이라는 결과물을 만들고 난 뒤에는 다소 허탈하거나 동기 부여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김기동 포항 스틸러스 감독은 선수들을 다그치고 칭찬하는 쌍끌이 전략으로 흐트러짐 없는 시즌 막판을 보내고 있다.

포항은 지난 4일 프로와 아마추어 최강을 가리는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전에서 전북 현대에 4-2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다. 정규리그에서는 1위 울산 현대에 승점 10점 차이라 역전 우승이 요원해 FA컵이라도 건지는 것이 중요했고 이를 해냈다.

세계 잼버리 스카우트 대회 파행으로 일정이 엿가락처럼 변경되는 변수에 홈경기 개최권을 가져오는 운이 따르면서 냉철한 승부에서 승리하며 우승이라는 기쁨을 맛봤다.

정상을 맛보면 긴장이 풀릴 법도 하지만, 포항이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있었다. 8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렸던 2023-24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J조 4차전 우라와 레즈(일본)전에 이어 12일 울산 현대와의 올해 마지막 동해안 더비다.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우라와전 전까지 완델손, 김용환, 오베르단, 백성동, 정재희 등 주전급이 모두 부상으로 빠졌다. 16강에 최대한 근접하려면 부상자 없는 승리가 필요했다.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지만, 제카의 페널티킥 골과 김인성의 결승골로 2-1 승리를 거두며 4전 전승에 승점 12점으로 웃었다. 1위를 고수했고 우한 싼전(중국, 7점)이 하노이FC(베트남, 0점)를 이기면서 더 편해졌다. 오는 29일 하노이전에서 이기면 16강이 확정된다.

우라와는 '디펜딩 챔피언'이다. 알 힐랄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광적인 응원에 잔패스 중심의 팀 컬러는 K리그 팀들이 늘 어렵게 상대하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포항은 이날까지 네 번의 맞대결에서 3승1무로 절대 우위다.

경기 당일 오전 클럽하우스에서 가볍게 체조하면서 선수들에게 "어제(7일) 울산 현대, 인천 유나이티드가 졌다. 우라와와는 한일전이니 힘들어도 꼭 잘 뛰어서 이겼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었다"라며 여전히 수행 과제가 있음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K리그 우승을 확정한 울산은 조호르 다룰 탁짐 원정에서 결정력 부족으로 패했다. 16강 진출을 가볍게 생각했으나 오히려 조호르의 양탄자 잔디 위에서 당황함의 연속을 노출했다. 첫 경험은 인천은 이해가 된다고 하더라도 전북 현대는 라이언 시티(싱가포르) 원정에서 무슨 경기를 보여주는지 이해가 어려울 정도로 졸전을 펼치다 0-2로 졌다.

그만큼 김 감독이나 포항 선수단에는 압박으로 작용했지만, 할 일에 최선을 다했다. 김 감독은 "울산이 우승했어도 ACL에서 패하니까 팬들의 비판이 있지 않던가. 우리도 그런 것을 알아야 한다. FA컵 우승했다고 긴장의 끈을 놓으면 곤란하다"라며 아직 남은 K리그 두 경기와 ACL 두 경기를 아름답게 끝내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우라와전에서는 주전인 김승대, 고영준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검사 결과를 확인해야 하지만, 쉽지 않은 환경인 것은 분명하다. 이들이 최종적으로 울산전에 나서기 어렵다면 주전 절반이 사라지는 셈이다. 고영준은 동료에게 업혀서 나갔다. 파리 올림픽 준비에 나서는 22세 이하(U-22) 팀에도 악영향이다.

김 감독은 또 대체자를 찾아 나서야 한다. 일단 이날 출전했던 홍윤상, 이호재, 윤재운, 김준호 등이 모두 적절한 시간을 뛰며 자기 역할을 해줬다. 풀어지고도 남고 긴장의 끈도 떨어질 시기에 더 죽어라 뛰는 포항의 역주행이 인상적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