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이런 마무리 없다” 1차전 좌절 딛고 1이닝 퍼펙트…LG는 고우석을 믿었다 [KS]
[OSEN=잠실, 이후광 기자] 한국시리즈 1차전 좌절에도 감독과 동료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은 고우석(25·LG 트윈스)이 우리가 알던 고우석으로 돌아왔다. LG는 고우석을 믿고 있었다.
고우석은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KT 위즈와의 2차전에 구원 등판해 1이닝 2탈삼진 무실점 10구 완벽투를 펼치며 데뷔 첫 한국시리즈 세이브를 신고했다.
고우석은 5-4로 근소하게 앞선 9회 경기를 끝내기 위해 팀의 8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문상철 상대로 결승타를 허용한 1차전과는 전혀 다른 구위를 뽐냈다. 대타 출전한 선두 김민혁을 헛스윙 삼진, 후속 조용호를 루킹 삼진으로 돌려보낸 뒤 마지막 김상수를 2루수 땅볼로 잡고 경기를 끝냈다.
고우석의 완벽 마무리를 등에 업은 LG는 2002년 11월 8일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삼성에 8-7로 승리한 이후 21년 만에 한국시리즈 승리를 맛봤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클로저인 고우석은 지난 7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쓴맛을 봤다. 2-2로 맞선 9회 마운드에 올랐지만 2사 후 배정대를 9구 끝 볼넷으로 내보낸 뒤 문상철 상대 뼈아픈 1타점 2루타를 맞고 고개를 숙였다. 고우석은 LG 팬들이 21년을 기다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패전투수가 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8일 경기 후 만난 고우석은 “확실히 어제 경기하고 나서 등판한 거라 그런지 괜찮았다”라며 “어제 경기는 어제일 뿐이니까 오늘 다시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했고 똑같이 준비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조금 더 힘을 빼고 던졌다. (박)동원이 형 미트 보고 던지려고 했던 게 도움이 많이 됐다”라고 한국시리즈 첫 세이브 소감을 전했다.
염경엽 감독의 멘탈 케어도 반등에 도움이 됐다. 고우석은 “감독님이 제구가 안 됐을 때 제구를 잡는 나만의 노하우를 만들어 가야한다고 이야기해주셨다. 오늘 경기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또 (박)동원이 형 사인대로 던지라고 이야기해주셨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오늘 경기장에 다시 나왔을 때 (김)현수, (박)해민, (오)지환, (박)동원이 형이 몸이 아픈지만 물어봤다. (임)찬규 형은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라며 “2019년부터 가을야구에 계속 진출하면서 계속 실패를 맛봤다. 물론 한국시리즈가 다른 무게감이긴 하지만 과거 실패 경험이 있어서 조금 더 리프레시에 도움이 됐다”라고 덧붙였다.
함께 인터뷰실에 들어온 박동원도 고우석의 구위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박동원은 “어제도 너무 잘 던졌는데 커브 하나가 실투가 되는 바람에 안 좋은 상황이 됐다. 어제 아쉬우니까 다음에는 그쪽으로 공이 가지 않게 잘 준비하자고 했다. 어제 공을 너무 많이 던져서 컨디션을 물었고, 괜찮다고 해서 또 준비 잘하자는 말도 했다”라며 “고우석은 충분히 공이 좋은 선수다. 대한민국에 이런 좋은 마무리 투수는 없다. 잘 던질 거라고 항상 믿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데뷔 첫 한국시리즈 세이브를 확정지었을 때의 기분은 어땠을까. 고우석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내가 막아낸 그 순간보다 (박)동원이 형이 홈런 친 순간이 더 짜릿했다. 나도 동참해서 때리지 못한 게 아쉽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고우석은 잠실구장을 노란 물결로 가득 메운 LG 팬들을 향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고우석은 “어제 결과가 좋지 않았음에도 던지는 순간마다 이름을 연호해주실 때 이 팀 속해 있다는 기쁨을 느꼈다. 그래서 더 힘이 났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엘린이’ 출신인 고우석에게 이번 한국시리즈는 남다르게 다가온다. 승패 여부를 떠나 한국시리즈 출전 자체가 기쁨이고 영광이다. LG는 2002년 이후 21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1994년 이후 29년 만에 우승을 노리고 있다.
고우석은 “기쁘다. 코리안시리즈는 처음이지만 가을야구에 나갈 때마다 이 경기를 하기 위해 정규시즌을 치르고 야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마음은 계속 즐거웠다”라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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