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신드롬' 일으키더니 공매도 금지까지…2차전지 '개미군단'의 힘
'관행적 불법 공매도 적발'이 기폭제…정치권도 움직여
(서울=뉴스1) 공준호 기자 = 금융당국이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금지하는 초유의 강수를 두면서 국내외 금융권에서는 상반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한참 뒤처질 위기라며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는 모습이다. 반면 당국을 비롯한 반대편에서는 이번 계기를 통한 제도개선이 장기적으로 선진금융 시장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 상황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브리핑에서 "우리나라 특유의 (관행적으로 불법공매도가 이뤄지는) 상황을 고치지 않고는 자본시장이 건실하게 발전하기가 어렵다"며 이번 조치가 "오히려 중장기적으로는 외국인 투자자들한테도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의 결단을 이끈 결정적인 배경 중 하나로는 에코프로(086520)로 대표되는 '2차전지 개미 주주군단'의 성토가 꼽힌다. 이들은 올해 초부터 제기돼온 과열논란을 이겨내고 2차전지 대세 상승장을 이끌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종종 이성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며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지점에서 누구의 목소리가 더 큰 지에 따라 언제든 변화가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금융당국이 외국인보다는 내 자식, 즉 '2차전지 개미군단'으로 대표되는 개인투자자의 얘기에 더 귀를 기울인 셈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2차전지 간다" 믿음에 결집, 외국인 쇼트스퀴즈 이끌어내
올해 증시의 주요한 특징인 '종목 쏠림현상'은 2차전지, 그 가운데서도 에코프로가 주도했다. 전통적인 기관 리서치센터 의견이 아닌 '배터리 아저씨'와 같은 제도권 밖 미디어의 분석을 중심으로 이들은 똘똘 뭉쳤다. 특히 상반기 개인은 1조9144억원에 이르는 에코프로는 순매수하면서 11만원이던 주가를 75만원선까지 올려놨다. 이 기간 외국인은 1조2006억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에코프로 주가가가 과열됐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연초부터 있어왔지만 개인은 주식을 계속해서 사들인 셈이다.
상반기가 지나고 7월 들어 에코프로 주가는 100만원을 돌파하며 정점을 맞았다. 특이한 점은 상반기 1조원 넘게 에코프로 주식을 팔았던 외국인이 7월에는 반대로 1조1440억원 규모의 에코프로 주식을 사들이면서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는 점이다. 반면 개인은 1조708억원 규모의 주식을 팔았다. 그동안 공매도 포지션을 유지해오던 외국인이 주가가 너무 오르자 주식을 다시 사들이면서 '쇼트스퀴즈'(공매도 상환에 따른 주가급등)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6월 말 166만539주에 달했던 에코프로 공매도 잔고는 7월말에 60만5510주로 63.54% 급감했다. 외국인이 공매도 포지션 유지를 포기하면서 주가가 급등했고, 개인이 차익실현을 하면서 결국 '개미가 공매도를 보기 좋게 이겼다'는 분석이 나온 이유다.
이후 개인들은 에코프로에 대해 매도세를 지속했다. 대신 유망한 2차전지 종목을 찾아 또 한번의 '대박'을 노렸다. 그들의 눈에 들어 온 종목은 바로 포스코홀딩스다. 7월부터 이달 7일까지 개인은 포스코홀딩스 주식 6조5873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전체 순매수 규모 1위로, 2위 LG화학(1조2734억원)의 5배가 넘는 규모다. 다만 이번에도 개인들은 외국인 투자자와 대립각을 세웠다.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 종목 1위는 포스코홀딩스로, 5조4203억원 규모를 팔아치웠다.
7월 초 1683억원 규모였던 포스코홀딩스(005490)에 대한 공매도 잔고금액은 한달도 지나지 않아 1조원을 넘겼다. 10월 중순까지 대체로 1조원대 수준을 유지하다가 지난달 19일 이후 점진적인 감소세를 나타내면서 지난 2일 6563억원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관행적 불법 공매도 적발'이 기폭제…여당·금융당국 움직여
상반기 높은 상승률을 보였던 것과 달리 하반기 들어서는 2차전지 종목이 대체로 약세를 보였다. 전기차 수요감소 우려에 따른 배터리 산업의 전망이 악화됐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의 우려로 불확실성도 커진 탓이다. 특히 2차전지 종목은 상반기 큰 폭의 상승세를 보여왔던 만큼 조정폭도 컸다. 장중 150만원대를 기록했던 에코프로는 이달 초 50만원 후반까지 내려앉았고, 포스코홀딩스 주가는 7월 말 60만원대 중반에서 40만원 초반선까지 하락했다.
지난 7월에는 '쇼트스퀴즈'를 이끌어내며 공매도 세력에 승리를 거뒀던 '2차전지 군단'도 대내외 악재에 따른 주가하락에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그러던 와중 지난달 15일 글로벌 투자은행(IB) 2곳의 관행적인 불법 공매도가 적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군단은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국내 증시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세력이 주식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고 주장해왔는데, 이같은 주장에 현실적인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올해 들어 공매도 세력과 전장을 옮겨가며 싸워온 2차전지 투자자들이 주로 목소리를 냈다. 이에 국회 공매도 제도 개선 국민청원 참여 인원이 5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결국 내년 총선을 앞둔 여당 내부에서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중단한 뒤 거래를 재개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금융당국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사상 초유의 공매도 금지사태가 벌어졌다. 현재 공매도 전면금지를 이끌어 낸 개미군단은 대체로 당국의 이같은 결정에 환호했다. 공매도 거래가 금지된 첫날인 지난 6일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모두 상한가를 기록했다. 다른 2차전지 종목들도 대부분 20%가 넘는 상승세를 보였고, 코스피 2위 종목인 LG에너지솔루션도 하루만에 시가총액 20조원이 불어나며 115조원을 넘겼다. 다만 다음날인 7일, 8일에 이어 2차전지 종목 주가는 대체로 조정세를 보이고 있다.
zer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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