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마르는 증시…쏠림현상 또 재연하나
2차전지 거래대금만 급증…SK하이닉스는 0.2%↓
'증시대기자금' 예탁금도 하반기 들어 4조원 줄어
주식 매력 떨어지는 시장…단타매매 급증 우려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증시를 둘러싼 자금이 쪼그라들고 있다. 금융당국이 공매도 전면 금지라는 강수까지 들고 개인투자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구애를 펼쳤지만, 정작 코스피는 오락가락 행보하며 제자리걸음을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이 증시 자체에 흥미를 잃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시장에 돈이 유입되지 않는 현상이 장기화할수록 또 테마주 중심의 쏠림 장세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2.34포인트(0.91%) 내린 2421.62로 장을 마쳤다. 거래대금은 7조5457억6700만원으로 공매도가 금지된 지난 6일을 기점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이달 일 평균 거래대금은 9조5529억원으로 지난 10월 일 평균 거래대금(8조3868억원)보다 13.90%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늘어난 거래대금이 대부분 ‘2차전지’라는 특정 테마에 쏠려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이달 LG에너지솔루션의 일 평균 거래량은 3229억5684만억원으로 지난 10월 일 평균거래대금(1880억3748만원)보다 71.75% 증가했다. POSCO홀딩스(005490)의 11월 일 평균 거래대금 역시 7179억원으로 10월(5381억원)보다 33.4% 늘었다.
하지만 삼성전자(005930)의 11월 일 평균 거래대금은 1조791억원으로 10월 일평균 거래대금(1조377억원)보다 3.99% 늘어나는 데 그쳤고, SK하이닉스(000660)의 이달 일 평균 거래대금은 5204억원으로 10월(5215억원)보다 오히려 0.22% 감소했다. 현대차의 일 평균 거래대금 역시 같은 기간 0.15% 증가하는데 그쳤다.
예탁금도 줄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일 기준 예탁금은 47조8101억원으로 하반기 들어서만 4조741억원 줄었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서 찾지 않은 돈이다. 증시 진입을 준비하는 대기성 자금이기에 주식투자 열기를 나타내는 지표로도 통한다.
시장에서는 금리가 급등하면서 증권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저축은행의 정기예금(만기 12개월) 평균금리는 연 4.10%로 수준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요 정기예금(12개월) 상품 금리는 연 3.95~4.05%로 나타났다.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예금금리가 소폭 내려오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큰 증권에 무리하게 투자하기보다 안전하지만 이자율이 결코 낮지 않은 예·적금에 투자하는 이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매력 떨어지는 증시…또다시 쏠림 우려도
에프앤가이드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투자와 채권투자 사이의 기대 수익률 차이를 의미하는 코스피 ‘일드갭(yield gap·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의 역수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를 뺀 값)’은 코로나19로 막대한 유동성이 풀린 2020년∼2022년 상반기까지는 7∼8%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이 시작되며 2022년 10월 5%대로 낮아졌다. 주식 투자의 매력도가 채권 대비 감소했다는 얘기다.
김종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의 중장기 방향성은 미국 증시가 결정하는데 미국 증시 역시 금리에 높은 영향을 받고 있다”라며 “확실한 금리 하락이 나오지 않는다면, 공매도 금지조치 등과 별개로 코스피의 상승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평가했다.
주식투자 매력 자체가 감소한 상황에서 거래대금이 늘어난다는 것은 신규 자금이 유입되기보다 기존 투자자의 투매가 급증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단타 매매를 통한 수익 추구가 늘어날 수 있다고도 우려한다.
한 자산운용사 최고운용역은 “증시로 들어오는 자금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수익을 확대하려면 거래가 잘 일어나는 종목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면서 “적정 가격 형성의 순기능이 있는 공매도 제도까지 막아놓은 상태라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인경 (5too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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