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이스라엘 감옥서 썩던 그 남자…전쟁 죄책감은 없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2023. 11. 9.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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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6일 (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 군이 발사한 포탄이 가자 지구로 향하고 있다. 2023.11.8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우리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투쟁에서 승패보다는 일단 전쟁을 일으켜 서방은 물론 아랍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 자체를 성공이라고 여기고 있다.

8일 뉴욕타임즈(NYT)는 하마스 최고 지도부 위원인 칼릴 알 하야(Khalil al-Hayya)를 카타르 도하에서 인터뷰했는데 그는 "(이 전쟁의 의미는) 단순한 충돌이 아니라 전체 방정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며 "우리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시 (전세계인들의) 테이블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고 이제 이 지역의 어느 누구도 평온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무고한 수만명의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하마스는 전쟁을 일으켰다는 진술이다.

NYT는 하마스 지도자들의 계산은 이른바 '피비린내 나는 계산에 따른 것'이라며 대학살은 큰 오산으로 인한 유감스러운 결과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하마스는 정반대라고 말하면서, "그것은 위대한 성취, 즉 현상 유지를 무너뜨리고 이스라엘과의 싸움에서 더욱 불안정한 새 장을 여는 데 필요한 대가"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하마스 미디어 고문인 타헤르 엘 누누는 더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과의 전쟁 상태가 모든 국경에서 영구적이 되고 아랍 세계가 우리 편에 서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실제 하마스 지도자들은 지난 10·7 테러가 가자지구 사령관들에 의해 계획되고 실행됐다고 말했다. 지난 테러는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같은 지역 동맹들까지도 공격의 잔인함과 규모 및 범위에 놀랄 수준이었다.
하마스와 신와르는 천천히 죽기보단 강한 순교를 바란다
(가자 로이터=뉴스1) 정지윤 기자 = 이스라엘이 공격을 예고하며 가자 북부 주민들에게 피난을 명령한 가운데 7일(현지시간) 가자 지구의 주민들이 피난길에 오르고 있다. 2023.11.08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번 테러는 이스라엘 감옥에서 20년 이상을 보낸 야히야 신와르(Yahya Sinwar, 가자지구 내 하마스 지도자)와 이스라엘이 지속적으로 암살을 시도했던 베일에 쌓인 하마스 사령관 모하메드 데이프(Mohammed Deif) 등이 주도했다. 하마스는 자신들이 자랑스러워하는 공격의 성공으로 전쟁을 일으켜 팔레스타인 사망자수만 1만명을 넘긴 전쟁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테러 이전부터 팔레스타인의 대의가 중동에서 밀려나고 있으며 자신들이 과감한 행동을 벌어야만 이를 되살릴 수 있다는 인식을 가졌다.

하지만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의 오랜 후원자였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위해 접촉하고 미국이 이를 적극 지원하자 넘지 못할 선을 무너뜨린 것으로 본 듯하다.

그 어떤 명분으로도 무고한 이스라엘인과 외국인들, 그리고 여자와 어린아이를 죽인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하지만 하마스는 그 수준의 만행을 일으켜야 세계의 관심을 다시 끌어들일 수 있다고 판단했고, 이들의 테러는 전쟁으로 실제 비화한 셈이다.

칼릴 알 하야는 "진행되던 공식을 바꾼 것은 대단한 행위였으며, 의심할 여지 없이 이 위대한 행위에 대한 반응이 클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고 테러를 정당화했다. 이어 "팔레스타인 운동이 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사람들에게 말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신와르는 2017년부터 하마스 수장을 맡았다. 그는 짧게 자른 흰 머리와 손질된 턱수염을 가진 강인하고 웃지 않는 남자로 하마스 1세대로 분류된다. 그는 1980년대 후반부터 활동했고, 그가 이끄는 활동은 궁극적으로 미국과 기타 여러 국가에 의해 테러 조직체로 분류됐다.

신와르는 무장 부대인 카삼 여단(Qassam Brigades) 창설을 주도했다. 카삼 여단은 이스라엘 도시에 자살 폭탄 테러범을 파견하고 가자에서 이스라엘 마을에 로켓을 발사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그는 이스라엘이 투입한 스파이를 감시해 하마스 사이에서도 '칸 유니스의 도살자'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잔인한 명성을 쌓았다.

(가자 AFP=뉴스1) 정지윤 기자 = 가자 지구의 한 청년이 5일(현지시간) 두 손 가득 봉지를 든 채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인해 무너진 건물 더미 옆을 지나고 있다. 2023.11.06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스라엘 법원 기록에 따르면 그는 1988년 기밀을 적에게 넘긴 팔레스타인인 4명을 살해했다. 이스라엘은 그 혐의로 신와르를 20년간 구금했다. 신와르는 그러나 이에 대해 "그들은 감옥이 우리의 무덤이 되기를 원했지만 (감옥은) 우리의 의지와 결단력, 육체를 갈아주는 공장"(2011년)이라고 말했다. 또 "알라께 감사하게도 우리는 우리의 대의에 대한 믿음으로 감옥을 예배의 성소와 연구를 위한 학원으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신와르는 교정이 불가능한 확신범인 것이다.

실제로 신와르는 히브리어를 배워 이스라엘 사회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갖게 됐다. 이스라엘에 수감된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포로들을 석방하기 위한 노력을 구체화했다. 이스라엘은 이들 중 다수를 폭력 범죄로 유죄 판결했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그들이 부당하게 억류되고 있다고 여기게 됐다.

신와르는 2011년 포로 교환으로 풀려났고 하마스는 이걸 교훈으로 삼았다. 이스라엘은 포로들을 위해 높은 대가를 치를 생각이 있다는 판단이다. 하마스가 이번 테러에서 무고한 인질을 잡은 까닭은 이런 배경으로 풀이된다.

하마스는 당시 이스라엘 군인 길라드 샬릿(Gilad Shalit) 한 명을 협상에 참여했던 교도소 지도자 신와르를 포함해 1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과 교환했다. 하지만 신와르의 석방은 하마스에게는 큰 기회가 됐고, 그는 자신의 처지와 같은 수감자들을 더 석방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신와르는 2018년 인터뷰에서 "내게 있어 그것은 도덕적 의무"라며 "아직 안에 있는 사람들을 구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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