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요금'만 6.9% 올렸다…전기절약‧부채감소 효과는 의문
서민부담 우려 주택‧일반용 등 요금 동결…내년 총선 의식한 듯
소비절감‧한전정상화 도모 한계…물가인상 대책 제한적
정부가 주택‧일반용 전기요금은 동결하는 대신 산업용만 6.9% 인상에 나선 가운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 악화를 의식해 '땜질 처방'을 택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소비 절감과 공기업 부채 감소 등 일반 효과조차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4분기 전기요금은 '대용량 산업용'만 인상됐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8일 세종청사에서 원자재 가격 폭등과 누적 적자 등을 고려해 오는 9일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10.6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중소기업들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갑)과 대기업들이 주요 고객인 산업용(을)로 나뉘는데, 이 중에서 산업용(을)만 인상했다. 주택용과 일반용, 산업용 등 모든 영역 중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층에게만 선별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산업용(을) 소비층의 경우, 비중은 전체의 1%도 되지 않지만 전체 전력의 절반 가까이를 쓰고 있다. 지난해 기준 산업용(을) 고객은 전체의 0.2%이었지만, 전력 사용량은 26만7719GWh(기가와트시)로 총 사용량의 48.9%를 차지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선별 요금인상과 관련해 서민경제 부담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고물가와 고금리 등 힘든 경제 여건을 감안해 주택용과 일반용 요금은 동결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물가 인상을 우려해 선별적 요금 인상을 선택했다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대표적 공공요금 중 하나인 전기요금이 오를 경우 연쇄적인 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경기 둔화와 함께 고물가 사태가 겹칠 경우 정부‧여당을 향한 심판론이 거세질 우려가 크다는 분석이다.
주택용을 포함해 모든 분야 전기요금은 현 시점 기준으로 '역마진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석유와 LNG(액화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에 이후 잠잠해지는 듯 했지만,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영향으로 인해 재차 상승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이후 한전의 누적 적자는 47조원을 초과했고, 올해 상반기 기준 총부채는 201조원에 육박하는 등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결과적으로 한전의 현 위기는 전기요금 '역마진 구조'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전 영역에서 요금 인상 요인이 존재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대용량 산업용만 콕 집어 인상한 것은 사실상 내년 총선 표심을 의식한 조치라는 게 중론이다. 문제는 이같은 선별 요금 인상 단행으로 인해 향후 에너지 시장에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기요금을 인상하면 누적 적자 해소로 한전 정상화, 높은 단가 책정으로 고객들의 전기 절약 유도 등 다중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처럼 산업용 요금만 선별적으로 올릴 경우엔 적자 해소나 소비 절감 등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학과 교수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전력 소비 절약을 유도하려면 일반용과 주택용 요금을 올려야 한다"며 "이번처럼 산업용만 소폭 인상하면 소비절약 효과도, 재무개선 효과 측면에서도 크게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물가 인상을 우려해 주택‧일반용은 동결하고 산업용만 올렸다면 이 또한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산업용 요금만 올린다고 해서 물가가 오르지 않는 게 아니다"라며 "결국 대기업들이 생산하는 최종 제품 가격에도 전기요금 상승분이 포함되면서 장기적으론 물가가 오르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했다.
강경성 산업부 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기업들은 그동안 값싼 전기를 대량으로 사용한 혜택을 누려왔다"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커서 (요금 인상을) 부담할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요금 인상을 통해 소비 절감과 역마진 구조 개선으로 한전 정상화 등을 도모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감당할 능력이 있는 소비층을 대상으로 인상을 단행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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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 sagamor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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