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극성"…수원 군공항 이전 '개발안'에 들끓는 화성 부동산

CBS노컷뉴스 박창주 기자 2023. 11. 9.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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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공항 후보지 인근 '국제공항' 간판
화옹지구 인접지역 부동산 홍보 활발
매물 홍보용 콘텐츠에 '개발안 도면'
벌집주택 투기 논란 이후에도 되풀이
김경희 의장 "투기장으로 분란 조장"
전문가 "혈세낭비…투기정보 차단해야"
장안면 중심가에 설치된 지주간판. 경기국제공항 건설을 환영하는 내용 등이 적혀 있다. 박창주 기자


"비행장 들어온다는 소문에 외지에서 투기꾼들만 몰려들었죠. 벌써 몇 년째인지…"

경기 수원 군공항의 예비이전후보지 '화성 화옹지구'에 인접한 장안면 소재지. 드문드문 식당과 카페를 지나 중심가로 향하자 "신성장동력, 경기국제공항 건설" 등이 적힌 대형 지주간판이 눈에 띄었다.

반면 얼마 떨어지지 않은 도로변에는 "균형발전 저해하는 군공항 화성이전" 등이 적힌 '결사반대' 현수막이 나붙어 대조를 이뤘다.

화옹지구를 품은 우정읍 곳곳에는 '토지개발, 급매토지, 투자상담' 등의 홍보물이 붙은 공인중개사무소들이 즐비해 있었다. 단층 건물 위로 '땅, 부동산' 간판이 설치된 한 중개사무소는 굳게 닫힌 출입문 손잡이에 각종 우편물들이 꽂혀 있었고, 안은 텅 빈 상태였다.

화옹지구로 향하는 길가 곳곳에 공인중개사무소와 부동산컨설팅 업체들이 들어서 있다. 박창주 기자


이곳에서 차량으로 20여 분쯤 달려 도착한 화옹지구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바다와 맞닿은 구역으로, 성인 남성 키보다 높게 자란 수풀들이 우거진 허허벌판이었다.

인근의 한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매물이 많이 나오기는 하는데 요새 거래는 많이 죽었다"면서도 "서울이나 수원 등 타지에서 기획부동산 같은 게 예전부터 많이 들어왔다"고 귀띔했다.

이전지 '발전 구상안' 나오자 또 부동산 들썩

 
화성 화옹지구 주변에 대한 '공항 배후부지 개발' 등을 염두에 둔 부동산 투기가 여전히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화성지역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화옹지구가 위치한 우정읍을 비롯한 인접 지역 토지 매물의 홍보글과 콘텐츠가 일대 주택가와 인터넷 등을 통해 끊임없이 확산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 부동산 매물 검색에서 주요 공항 예정 배후부지로 분류되는 우정읍(430여 건)과 장안면(500여 건)의 토지매물은 1천 건에 달한다. 지목은 주로 논·밭·임야·공장부지 등이다.

수원시가 지난해 공개한 군공항 '종전부지 및 이전부지 주변지역 발전구상안' 도면. 수원특례시청 제공


수원시가 군공항 이전사업의 예비후보지 선정 이후 5년여 만에, 다음 단계인 '이전부지 지원계획 수립'을 위한 밑작업에 들어가면서 화성 부동산이 들썩이게 됐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실제 지난해 2월 수원시는 '종전부지 및 이전부지 주변지역 발전구상안' 도면을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했다. 화옹지구 인근 △배후주거단지 △상업·업무 시설 △복합단지 △골프장 △주요 철도·고속도로 노선 등이 상세히 표기돼, 이를 토대로 투기 수요가 자극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지역 부동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와 유튜브에는 '경기국제공항 예정지 토지매매 이슈', '우정읍 ○○리 미래가치 최고의 땅'이라는 제목 등으로 군공항 후보지 주변에 대한 토지 거래를 유도하는 게시글과 동영상들이 다수 올라와 있다.

경기도가 앞세우는 경기국제공항에 인접한 땅으로 공공개발지원과 연계해 투자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게 주된 내용으로, 일부 콘텐츠에는 수원시의 발전방안 도면도 함께 담겨 있다.

홍보영상을 올린 한 수원지역 중개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군공항 이전이 이미 공식화된 데다 이전지 개발에 관한 업그레이드 된 도면까지 나오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서둘러 사지 않으면 과열 예방을 위한 거래제한이 돼 향후 가격이 비싸질 수 있다"고 말했다.

벌집주택 논란 이후 사라지지 않은 '욕망의 손길'

 
화성지역 내 한 도로변에 내걸린 수원 군공항 이전 반대 현수막. 박창주 기자

화성 지역사회에서는 일방적인 개발계획 노출로 시민들이 혼란을 겪는 것은 물론, 지역 부동산 시장까지 교란시켜 땅투기 피해를 조장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화성지역은 수년 전부터 군공항 이전 보상 등을 노린 이른바 '유령주택', '벌집주택' 논란에 휩싸여 왔다. 전국 각지의 매수인들이 필지들을 쪼개 조립식 주택 수십 채를 허술하게 지어 방치하거나 일부 임대를 놓는 방식이다.

군공항이 이전될 경우, 배후지 땅값 상승과 군소음 보상지 관련 토지 수용에 따른 분양권(대토)·현금 보상, 편입 가구 수 10채 이상에 주어지는 이주정착금 등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 기준으로 화성시 토지거래는 군공항 예비후보지가 발표된 2017년 8만 5천여 필지로 기존 연간 거래량의 두 배로 늘었고, 이듬해 9만 8천여 필지로 최고점을 찍었다.

이 같은 사안은 CBS노컷뉴스에서 보도된 바 있다. 특히 우정읍 원안리와 호곡리 내 밀집주택의 토지대장·부동산등기부등본을 전수 분석한 결과, 소유주 가운데 경찰 간부들도 확인돼 빈축을 사기도 했다. (관련기사: 2021년 4월 14일자 "확정도 안됐는데…" 군공항이전설에 '유령주택' 지은 투기꾼들 / 2021년 4월 28일자 [단독]수원 軍공항 '보상계획' 나오자…'땅' 산 경찰간부들)

우정읍 지역에 배포된 전단지 모습. 독자 제공


지금도 우정읍 등지에서는 소형주택 관련 매물 홍보가 지속되고 있다. 해당 지역에 배포된 전단지에는 '공항유치를 위한 단독, 다세대주택 모임'의 홍보내용이 담겨 있다.

이 홍보물을 뿌린 중개사는 "보상에 이주 딱지까지 받으니까 동탄, 평택, 안산 이런 데서 4년 전부터 많이들 매입했다"며 "경기도와 국방부가 이전을 확정했고, 나중에 다 부숴버릴 건물들이라 예쁘게 만들 필요가 없어 패널로 지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주거 목적이 아닌 공항 건설을 전제로 한 투기성 매물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화성시는 수년간 지속된 군공항 이전사업에 관한 갈등을 심화하고, 지역 부동산을 교란시켜 매수인들의 금전적 손해만 초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화성시 관계자는 "화성시 동의 없이 군공항 이전은 불가능한 사업이다"라며 "사업 자체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왜곡된 정보가 퍼져 부동산 시장만 교란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경희 화성시의회 의장은 "군공항 이전이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았는데 허위 정보를 가지고 지역주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며 "지역을 투기장으로 만들어 분란을 조장하는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전문가 "혈세 낭비 초래…투기 유발 정보 차단해야"

 
경기 화성시 화옹지구 일대 모습. 박창주 기자

전문가는 애초 이전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후보지에 대한 개발정보 등이 무분별하게 공개된 게 화근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과도한 투기심리를 부추겨 토지 보상비 상승에 따른 이전사업비 증가, 지역 부동산 시장 교란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적절한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권대중 서강대 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전사업과 이전지가 최종 확정되지 않았는데 비밀 유지가 돼야 할 개발구상안부터 나와 알박기, 지분 쪼개기로 수년 전부터 투기가 횡행했다"며 "그런데 또 다시 개발방안 도면이 공개되면서 기름을 끼얹게 됐다"고 판단했다.

이어 "국가적인 사업인데 지가 상승을 초래해 토지 보상비를 증가시켜, 사업비 급증에 따른 혈세 낭비를 초래할 여지가 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시세차익에 대한 광고에 현혹된 개인 매수자들도 이전사업이 장기간 지연되거나 방향이 틀어지면 손해를 보게 된다"며 "이전사업 추진을 위해 무리하게 홍보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못하게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수원 군공항 이전은 2013년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과 이듬해 수원시의 이전건의를 거쳐 본격화됐다. 2017년 국방부가 예비후보지로 화성 화옹지구를 선정했으나 강한 반대에 부딪혀 이전지 지원방안 수립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답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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