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칠십 평생 첫 '새집' 사나 했는데"…피해자 310명의 눈물

장성희 기자 2023. 11. 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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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하려면 가입하라'…'152억 은평 지역주택조합' 사기 사건
조합원별로 5500만원에서 1억원 납부…대행사 대표 등 9명 피소
불광2동 지역주택조합 사무실. 근무하는 사람 없이 텅 빈 상태다. (불광2동 지역주택조합 제공)

(서울=뉴스1) 장성희 기자 = 새 아파트에서 아내와 여생을 보내는 게 A씨(70대)의 꿈이었다. 그러나 요즘 그의 속은 바싹 타들어 가고 있다. "난생처음으로 새집에 산다는 꿈에 부풀었는데 이런 사기를 당하다니. 대한민국이 사기공화국입니까."

결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30대 딸에게 '새 아파트'를 장만해 주려 했던 것은 B씨(60대)의 계획이었다. "'결혼 안 할 거면 집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설득해 딸에게 받은 돈을 지역주택조합비로 넣었다가 이 꼴을 당했습니다."

A씨와 B씨는 사기 사건 피해자다. 그것도 '국민 역린'이라 불리는 '부동산'과 관련 있는 사건이다. 전날(8일) <뉴스1>이 단독 보도한 '152억 은평구 지역주택조합 사기' 사건이다. 이 사건 피해자는 고소인 기준으로 310명에 달하고, 피해액은 152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들에게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사건의 시작은 2019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무렵 'GTX연신내역 북한산 파크뷰'라는 이름의 모델하우스와 현수막이 등장했다. 연신내역 인근에 세워질 25층 아파트 단지 입주를 원한다면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하라는 내용이었다.

조합 설립에 필요한 토지 사용권원을 거의 확보했으며 2~3년 안에 입주가 가능하다는 한 대행사의 광고였다. 당시 은평구 일대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들어온다는 기대감으로 들썩이고 있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673명이 해당 조합에 가입했다. 이른바 '은평구 불광2동 지역주택조합'(가칭)이다. 조합원들은 적게는 5500만원, 많게는 1억원가량을 계약금 명목으로 납부했다.

GTX연신내역 북한산 파크뷰 책자(불광2동 지역주택조합 제공)

하지만 '2~3년 안 입주 가능'이라는 광고는 허위였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2019년부터 3년여 시간 동안 대행사가 얻어낸 토지사용권원 확보율은 27.7%에 불과했고 주택 단지 건설을 위해 매입한 땅도 전무했다는 것이다.

사업에 문제가 생길 시, 납부 금액을 전부 돌려주겠다던 약속도 현재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대행사는 사업추진비 명목으로 금액의 대부분을 이미 사용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문제는 조합 업무를 담당하던 대행사가 사업 추진 없이 몇 년을 끈 데다 최근 대행사 대표도 사무실에 나오지 않아 원금조차 회수하기 어렵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조합원들은 정신적 피해까지 호소하고 있다. 조합원 C씨는 "대행사의 거짓말을 알게 된 후 현재 신경정신과를 다니면서 치료 중"이라고 말했다.

결국 A씨와 B씨, C씨 등 조합원 310명은 지난 9월 업무대행사 대표 곽모씨 등 관련자 9명을 152억원 상당의 사기 혐의로 서울 은평경찰서에 고소했다.

경찰은 지난 8일 업무대행사 사무실과 피의자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후 자세한 사건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 추진위원장 "대행사 업무 제대로 수행"

<뉴스1>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입장을 듣기 위해 업무대행사 측에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다만 대행사와 함께 고소당한 전 추진위원장 김모씨는 "대행사와의 계약은 문제없었으며 대행사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또 다른 전 추진위원장 김모씨는 "업무는 전적으로 대행사가 하는 것인데 대행사가 어떤 식으로 조합원들에게 설명했는지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을 변호하는 장우진 법무법인 제이엘 변호사는 "지난 구로지역주택조합과 거의 유사한 사기 방식"이라며 "사업부지조차 매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전 사례보다 악질"이라고 말했다.

앞서 구로 지역주택조합의 업무대행사도 피해자들에게 조합 설립에 필요한 사용권원의 확보율이 70~80%라며 조합 가입을 종용했다. 대행사의 말이 거짓으로 드러나자, 조합원들이 대행사를 고소했고 지난달 서울고법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배임) 등 혐의로 관련자들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구로지역주택조합 업무대행사 대표가 징역 23년, 전 추진위원장이 징역 7년, 조합원 모집대행사 대표가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2일 서울 은평구 (가칭)불광2동주택조합 업무를 담당하던 대행사 사무실 모습.ⓒ 뉴스1 장성희 기자

grow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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