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독' 걸린 채 태어난 아기 10년새 10배 늘어"···美, 공중보건 붕괴 우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이미지투데이

[서울경제]

미국에서 성병인 매독에 걸린 채 태어난 신생아 수가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모에게 직접 매독을 물려받은 선천성 사례들로 그만큼 매독 환자가 미국 내에서 크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7일(현지시간)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P)는 지난해 발생한 선천성 아기 매독환자의 수가 약 3761명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사산 231건(6%), 영아 사망 51건(1%)을 포함한 수치로 2012년 335건에 비해 10배가 늘었다.

CDCP는 이 가운데 약 90%는 임산부가 적절한 시기에 검사와 치료를 받았다면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선천성 매독 신생아의 약 38%는 산전진료를 받지 않은 여성에게서 태어났다. 산전진료를 받았더라도 이 중 약 30%는 매독 검사를 한 번도 하지 않았거나 너무 늦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매독 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인된 여성의 88%가 적절치 않거나 기록에 남지 않은 치료를 받은 여성, 또는 아예 치료를 받지 않은 여성으로 집계됐다.

임신 중 매독은 유산, 사산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아기가 살아남더라도 귀나 눈이 멀거나 심각한 발달지체를 겪을 수 있다.

CDCP의 성병 예방 분과 최고 의료 책임자인 로라 바크먼은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를 통해 "신생아 매독이 계속해서 늘고 있고, 상황이 심각하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바크먼은 "(선천성 매독) 1건도 공공보건 인프라의 붕괴를 보여주는 것인데 이제는 그 사례가 3700건"이라고 지적했다.

전국 성매개질환(STD) 이사 연합은 선천성 매독 증가는 자금 삭감과 관료주의적인 장애물로 가속화된 '부끄러운 위기'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이를 근절하기 위한 연방자금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와 백악관 내 매독 대응 조정관 신설을 요구했다.

미국 내 매독은 약 20년 전에는 거의 사라졌다가 2017∼2021년 74% 급증, 17만7000건에 이른다. 다른 성매개감염(STI)도 증가 추세다. 2021년 클라미디아 160만건, 임질 70만건이 보고됐다.

이와 관련, NYT는 "매독 감염 사례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도 늘고 있었지만, 특히 최근 몇 년간 정기적인 예방 진료 감소, 원격 산전 진료 증가, 진료 시간 단축 등으로 상황이 악화했을 수 있다"고 했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