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법원장 공석 45일 만에 후보 지명, 사법 공백 더는 안 된다

조선일보 2023. 11. 9.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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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대법원장 후보자로 조희대 전 대법관을 지명했다. 앞서 이균용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지 33일 만이다. 이 인준안 부결로 대법원장 공석 사태가 45일째 이어지고 있다. 조 후보자는 2027년 6월 정년(70세)이 돼 임명되더라도 임기 6년을 채우지 못하고 3년 반 만에 퇴임해야 한다. 그럼에도 그를 후보로 지명한 데는 공백 사태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을 것이다.

대법원은 이미 파행 운영되고 있다. 상고심 심리에 차질을 빚고 있고 전원합의체 선고도 중단됐다. 두 명의 대법관이 내년 1월 퇴임하는데 대법원장 임명이 늦어져 후임 대법관 인선도 미뤄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상고심 재판 전체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결국 국민이 입게 된다. 무엇보다 지금의 사법부는 전임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 벌어진 재판 지연과 특정 정치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판결로 국민적 신뢰 붕괴라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이를 정상화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그간 대법원장 후보에 대해선 야당도 대부분 인준해줬다. 법원의 안정적 운영과 사법부 독립을 위해서였다. 이균용 후보자 경우도 재산 신고 누락 등 문제가 있었지만 대법원장 직무를 못할 정도로 치명적이라고 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민주당은 당론으로까지 정해 인준 부결을 밀어붙였다. 이재명 대표 방탄과 법원 압박을 위한 것이란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조 후보자는 과거 대법관이 될 때 국회 재적 의원 234명 중 230명의 찬성표를 받았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도 문제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그는 중도·보수 성향이지만 정권을 가리지 않고 소수 의견을 내는 등 원칙을 지켜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퇴임 후에도 로펌에 가지 않고 대학 석좌교수로 일했다. 그런 후보자를 민주당이 이제 와 안 된다고 하면 발목잡기일 뿐이다.

지금은 대법원장 외에도 헌법재판소장 공백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유남석 헌재소장 임기가 10일로 끝나지만 후임으로 지명된 이종석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13일에야 열린다. 잠시라고 해도 사법부 양대 수장이 공석이 되는 기간이 생긴다. 대법원장과 헌재소장은 국회가 철저하게 검증해야 하지만 초유의 사법 공백이 더 길어져선 안 된다. 민주당이 다시 대법원장 인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역풍을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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