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끝도 없는 안철수·이준석의 소아적 감정 충돌

조선일보 2023. 11. 9.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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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가 같은 식당의 다른 방에서 식사를 하다 말소리가 들려 신경전을 벌였다고 한다. 이 전 대표가 인요한 혁신위원장에게 영어를 사용한 것에 대해 안 의원이 비판하자, 옆 방에 있던 이 전 대표가 이를 듣고 “안철수씨 조용히 하세요”라며 큰 소리를 냈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하던 얘기를 계속했고, 두 사람은 식사를 마치고 얼굴도 마주치지 않고 식당을 나갔다고 한다. 두 사람은 보통 정치인이 아니다. 100석 이상 정당의 대표를 지냈고 대선 주자급으로도 거론된다. 현재 같은 당 소속이기도 하다. 그런데 만나기만 하면 이런 수준의 다툼을 벌인다. 벌써 몇 년째인지 모른다.

두 사람은 2016년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선거에서 각각 국민의당과 새누리당 후보로 맞붙은 이후 앙숙이 됐다고 한다. 2018년 함께 바른미래당에 있을 때도 노원병 보궐선거 공천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이 전 대표는 안 의원이 당시 자신의 공천을 방해했다고 주장하고, 안 의원은 그런 적 없다고 한다. 안 의원이 국민의힘에 입당한 뒤로도 반목을 거듭했다. 이 전 대표는 안 의원이 국민의당 몫으로 추천한 최고위원 임명을 거부했다. 강서구청장 선거 때는 안 의원이 선거 유세 때 한 시민의 막말을 되받아쳤는데, 이 전 대표는 이 때문에 선거에 졌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자 안 의원은 이미 징계를 받고 있는 이 전 대표에 대해 제명 운동까지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이번 식당 신경전이 벌어진 것이다.

국민의힘 이준석(왼쪽)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6월 25일 오후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열린 6·25전쟁 제72주년 ‘백선엽 장군 서거 2주기 추모 행사’에 참석해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다./뉴스1

같은 선거구에서 경쟁했다는 이유로 다 이렇게 되지는 않는다. 그러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 둘 사이에 좁힐 수 없는 정치적 이념적 견해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모두 자유시장 경제를 신봉하고 대북관, 안보관도 별 차이가 없다. 공정한 경쟁과 기회를 강조한다는 점에서도 같다. 그런데 만나기만 하면 충돌한다. 그 소재도 나라와 당이 나아갈 방향 같은 의제가 아니라 순전히 개인의 감정이 얽힌 지엽적인 것들이다. 마치 아이들의 싸움을 보는 것 같다.

두 사람은 기존 정치권의 구태를 깨는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다. 많은 유권자가 그 점을 인정해 둘을 지금의 위치까지 올려줬다. 그랬던 사람들이 수준 이하의 감정 다툼으로 날을 새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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