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끝도 없는 안철수·이준석의 소아적 감정 충돌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가 같은 식당의 다른 방에서 식사를 하다 말소리가 들려 신경전을 벌였다고 한다. 이 전 대표가 인요한 혁신위원장에게 영어를 사용한 것에 대해 안 의원이 비판하자, 옆 방에 있던 이 전 대표가 이를 듣고 “안철수씨 조용히 하세요”라며 큰 소리를 냈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하던 얘기를 계속했고, 두 사람은 식사를 마치고 얼굴도 마주치지 않고 식당을 나갔다고 한다. 두 사람은 보통 정치인이 아니다. 100석 이상 정당의 대표를 지냈고 대선 주자급으로도 거론된다. 현재 같은 당 소속이기도 하다. 그런데 만나기만 하면 이런 수준의 다툼을 벌인다. 벌써 몇 년째인지 모른다.
두 사람은 2016년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선거에서 각각 국민의당과 새누리당 후보로 맞붙은 이후 앙숙이 됐다고 한다. 2018년 함께 바른미래당에 있을 때도 노원병 보궐선거 공천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이 전 대표는 안 의원이 당시 자신의 공천을 방해했다고 주장하고, 안 의원은 그런 적 없다고 한다. 안 의원이 국민의힘에 입당한 뒤로도 반목을 거듭했다. 이 전 대표는 안 의원이 국민의당 몫으로 추천한 최고위원 임명을 거부했다. 강서구청장 선거 때는 안 의원이 선거 유세 때 한 시민의 막말을 되받아쳤는데, 이 전 대표는 이 때문에 선거에 졌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자 안 의원은 이미 징계를 받고 있는 이 전 대표에 대해 제명 운동까지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이번 식당 신경전이 벌어진 것이다.
같은 선거구에서 경쟁했다는 이유로 다 이렇게 되지는 않는다. 그러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 둘 사이에 좁힐 수 없는 정치적 이념적 견해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모두 자유시장 경제를 신봉하고 대북관, 안보관도 별 차이가 없다. 공정한 경쟁과 기회를 강조한다는 점에서도 같다. 그런데 만나기만 하면 충돌한다. 그 소재도 나라와 당이 나아갈 방향 같은 의제가 아니라 순전히 개인의 감정이 얽힌 지엽적인 것들이다. 마치 아이들의 싸움을 보는 것 같다.
두 사람은 기존 정치권의 구태를 깨는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다. 많은 유권자가 그 점을 인정해 둘을 지금의 위치까지 올려줬다. 그랬던 사람들이 수준 이하의 감정 다툼으로 날을 새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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