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하마스만 옹호하는 언론
그들에게 총소리는 폭죽 소리 같았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펑펑’ 소리에 그들은 “우후!” 하며 환호성을 내질렀고 검지를 하늘 위로 치켜들었다. 이들의 총부리는 목숨만 붙어 있다면 가정집이나 도로 위 차량의 작은 움직임에도 반응했다. 총알은 여성이나 아이를 가리지 않고 꿰뚫었다.
6일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이 한국 언론을 상대로 공개한 43분 분량의 영상 속 이들에게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는 말은 마치 “영차” 하는 구호와 같았다. 피를 흘린 채 숨만 간신히 붙어 있는 듯한 남성의 목을 베려고 7~8차례 괭이를 내리찍을 때마다, 많아 봐야 중학생도 안 됐을 것 같은 남자아이 둘을 속옷 차림으로 양손으로 들고 도망가는 아버지에게 수류탄을 툭 던질 때도 이들은 “알라후 아크바르”를 외쳤다.
이번에 공개된 영상은 모두 한 달 전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지난달 7일 벌어진 일을 찍은 것이었다. 하마스 대원들이 공격 당시 착용한 보디캠과, 폐쇄회로(CC)TV, 차량 블랙박스 등에 담긴 영상을 모았다.
이스라엘 측이 이 영상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달 23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현지에서 한 번, 지난주 뉴욕에서 한 번 공개했다. 그다음이 서울이었다.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국제적 언론 보도가 균형을 잃고 있다”며 “일부 한국 언론도 이스라엘 공습 사망자는 ‘학살’의 희생자라 쓰면서 하마스 학살로 숨진 이들은 ‘살해’의 희생자라고만 표현하는데, 이는 불공평하다”고 했다.
실제 최근 일부 진보 언론이 이번 전쟁을 대하는 태도는 이상하리만치 하마스의 편에 서 있다. 하마스보다는 ‘약자’인 팔레스타인인들의 편에 서는 모양새이지만 이스라엘 역시 이번 전쟁의 피해자라는 사실은 애써 무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한 신문은 이스라엘이 공격을 받은 지 이틀 뒤 만평에서 이번 전쟁을 윤석열 정부를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을 무리하게 견제하는 바람에 이번 공격이 발생했으며, 마찬가지로 북한도 공격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진보 일각의 이런 움직임은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미국에서도 ‘약자에 대한 옹호’라는 PC(정치적 올바름) 주의를 바탕으로 대학가에서 비슷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갈등의 중심이 된 대학들은 외부인 출입을 막거나 아예 휴교하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약자에 대한 보호는 필요하다. 실제 이스라엘은 그간 ‘강함’을 활용해 팔레스타인에 지나친 압박을 가해왔다. 앞선 수차례의 전쟁에서도 이스라엘은 과한 보복으로 또 다른 저항의 씨앗을 키워왔다.
그러나 이런 이스라엘의 잘못이 이번 전쟁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몰아세우는 태도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팔레스타인 속에 숨어 있는 하마스는 더 이상 약자가 아니며, 하마스의 공격으로 하루아침에 목숨을 잃은 이스라엘 민간인은 분명한 약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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