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국가 아닌 도시 경쟁”… 세계 33곳이 메가시티 프로젝트

정순우 기자 2023. 11. 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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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대세가 된 메가시티

“지금은 국가 아닌 도시 간 경쟁의 시대가 됐다. 메가시티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최근 정치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메가시티’는 전문가 중심으로 ‘국토 업그레이드’ 차원에서 30여 년 전부터 논의돼 왔었다. 도시 팽창과 지역 불균형 등에 따른 사회적 문제를 개별 도시 단위에서 해결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이를 광역 단위에서 해결하면서 인재와 자본을 끌어들이는 방안으로 ‘메가시티’ 전략이 제시된 것이다. 특히 전 세계 산업이 집적 효과를 노린 클러스터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글로벌 기업과 투자,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선 국가가 아닌 메가시티 단위의 경쟁력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일본 경제학자 오마에 겐이치는 1995년 발간한 책 ‘국가의 종말’에서 “전통적인 민족 국가는 종말하고 비즈니스 중심의 지역 국가(regional state)가 등장할 것”이라며 메가시티가 주도하는 세상을 예언하기도 했다.

그래픽=박상훈

◇'메가시티 서울’은 미완성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인구 약 1000만명이 거주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메가시티 관점에서는 ‘미완성’이란 평가를 받는다. 경기·인천과 사실상 같은 생활권이지만, 지자체 간 유기적인 연계가 이뤄지지 못한 탓에 잠재력을 100% 발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주선 홍익대 교수는 “서울 주변으로 베드타운 성격의 신도시만 계속 지으면서, 기능적으로 메가시티로서 서울은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메가시티 담론이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것은 ‘지역 간 이해관계’와 ‘수도권 과밀화’라는 문제에 밀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도권과 지방을 달리하는 ‘투 트랙 전략’을 통해 서울 경쟁력 업그레이드와 국토 균형 발전을 함께 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서울 중심의 수도권 메가시티가 주변 지역과의 통합으로 행정적 비효율을 없애 글로벌을 지향하는 성장 전략을 추구하고, 지역 메가시티는 지방 소멸과 인프라 과잉 투자를 막아 독자적인 생존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메가시티 이슈의 경우 서울은 생활권과 행정권을 조율하는 차원이라면 지방은 존망이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윤주선 교수는 “서울은 주변 지역과 기능적으로 통합하면, 도심에 IT·금융·문화 관련 인프라를 더 투자할 수 있고, 글로벌 인재를 더 끌어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쪼개기나 지자체 협력 모델로는 한계

메가시티와 유사한 개념의 광역 개발은 그동안 현 야당 측에서 더 많이 주장해 왔다. 노무현 정부는 국가 균형 발전 차원에서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연계한 혁신도시를 추진했다. 문재인 정부도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만들어 지방 거점 도시 육성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 같은 광역 개발은 경쟁력보다는 균형이라는 관점에서 추진되다 보니, 서울·수도권 기능을 단순 분산하거나 공항·철도 같은 인프라를 투자하는 차원에 그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에 공항이나 산업단지 짓는 식으로 광역 개발을 하다 보니, 과잉·중복 투자만 발생하는 문제가 생겼다”며 “오히려 메가시티 전략으로 지역을 통합하면 투자가 훨씬 효율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메가시티 전략은 지자체 간 대립으로 인한 비효율과 갈등을 해소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광역 개발의 경우 관련된 지자체가 동등한 자격으로 협의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철도 같은 광역 교통망을 하나 건설할 때도 지자체별 분담 비율과 역의 위치를 두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게 어려웠다. 하지만 메가시티가 되면, 거점 도시가 이런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이전에도 균형발전위원회 같은 조직이 있었지만 강제력이 없어 한계가 있었다”며 “행정구역이 통합되면 이런 비효율은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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