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카카오 때리기, 과도하면 시장경제 왜곡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호출 앱 ‘카카오 T’ 개발에 쓴 돈은 수천억원이다. 한국선 아무도 하지 않던 서비스였던 만큼 인력과 시간도 필요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그제, 이렇게 공들인 서비스를 경쟁 업체에 개방하겠다고 했다. 아직 돈도 제대로 못 번 사업인데 사실상 공공에 헌납한 꼴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사태의 발단은 스스로에게 있다. 택시 호출 시장 95%를 장악하고 월간 이용자 1000만명에 이르는 카카오모빌리티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건 당연하다. 가맹 택시에 콜을 몰아주고, 경쟁 서비스에 가입만 해도 불이익을 준 것은 엄연히 횡포이다. 다만 카카오모빌리티가 왜 독점 기업이 됐는지 따져볼 필요도 있다. 지난 정부와 정치권은 ‘택시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며 카카오모빌리티와 경쟁하겠다던 타다 같은 업체들의 시장 진출을 막았다. 경쟁자 진입은 못 하게 하고, 왜 독점하냐며 비판하는 모양새가 됐다.
미국 택시 시장의 90%를 장악했던 우버는 독점 기업이 되자 기사들에게 돌아가는 요금을 줄이면서 큰 반발을 샀다. 기사들이 이탈했고, 사내 성추행과 불법 소프트웨어 운영까지 폭로되며 이용자들이 우버 앱을 지우는 ‘#딜리트우버(DeleteUBER)’ 운동이 이어졌다. 결국 후발 주자였던 리프트에 시장점유율을 30% 이상 내줬다. 독점을 막는 건 소비자의 힘과 시장의 자정 능력이라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다.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 사태는 우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 카카오 택시 독점을 지적하자 카카오모빌리티는 스스로 손해를 보겠다는 이상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수수료를 대폭 낮추겠다고 하는가 하면, 핵심 수입 모델인 가맹 택시 사업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고 했다. 마치 자선활동 같은 대책은 카카오모빌리티 투자자 입장에서는 모두 배임으로 보일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사례는 선례가 될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그룹이 벼랑 끝으로 몰리면 기업은 다음 차례가 누구일지 궁금해진다. 튀지 않으려면 엎드려야 하고,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은 안 하는 것이 최선의 보신책이 된다.
독점 기업이 비판받는 것은 독점을 무기로 시장 질서를 흔들기 때문이다. 수익성만 좇으며 권력을 휘두르는 독점 기업 앞에는 소비자의 심판과 강력한 경쟁자가 필연적으로 등장한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이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해 온 민간 중심의 시장경제이다. 과도한 카카오 때리기는 오히려 왜곡을 부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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