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만난 그린에너지, 제주 미래 가치 키운다
고장 예측부터 대처까지 한번에
실제-예측 발전량 비교 분석하는 통합모니터링 시스템도 구축
효율적 설비 운영-관리에 도움
제주도는 2012년 ‘탄소 없는 섬 제주 2030(CFI 2030)’ 계획을 발표한 이후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자립을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그린에너지 산업을 지역특화산업으로 삼고 필요한 전력을 풍력과 태양광으로 바꿔 공급하고 있다.
제주에서는 전체 설비용량 보급 중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36%를 넘었다. 전체 전력소비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도 16.9%였다. 설비용량 보급은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으며 발전량 점유율은 전국 최고다.
지난해 5월 제주도와 제주테크노파크 컨소시엄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인공지능(AI) 융합 지역특화산업 지원사업’에서 국비 18억6600만 원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그린에너지 산업에 AI를 융합하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문용석 제주테크노파크 원장은 “이번 AI 융합 지역특화산업은 그린에너지 전후방 산업 확대를 통해 제주도 에너지 선순환 생태계 구축에 기여할 것”이라며 “제주테크노파크도 AI 기술혁신과 융복합 서비스로 산업 발전과 기업 미래 가치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에스에스엠아이, AI로 태양광 발전소 고장 예측
지금은 발전소 시스템의 고장이 의심될 경우 관리자가 시스템에서 제공되는 통계와 경험으로 판단해 조치를 취하고 있다. 시간 지체와 함께 정확하지 않은 판단으로 시스템 다운 등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에스에스엠아이(대표 박해정)는 AI가 태양광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각종 고장에 사전 대응할 수 있는 진단 및 예측 솔루션을 신재생에너지 전문 업체인 E2Z(대표 송기택)에 공급해 이런 문제를 예방하도록 했다.
에스에스엠아이의 솔루션은 발전소 발전설비에서 전류와 전압, 전력, 발전량 등과 고장 조치 이력을 미리 받아 AI가 분석해 고장을 진단하거나 예측한 후 고장 유형에 맞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한다. 1660개소의 발전설비로부터 700만 건이 넘는 인버터 데이터와 3년간의 보전 이력을 AI가 분석해놓은 이 솔루션은 무엇보다 모듈화가 가능해 기존의 시스템을 고도화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 애틱, 태양광 발전량 예측 솔루션 개발
분산형 태양광 발전소 고장 진단 예측 시스템 신재생에너지 전문 업체인 E2Z에 설치된 분산형 태양광 발전소 고장 진단 예측 시스템. 이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 감시를 할 수 있게 됐다. E2Z 제공 |
애틱이 개발한 솔루션은 학습 모델을 활용해 기상예보 데이터만으로 24시간 후에 생산될 태양광 발전량을 보다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에너지의 효율적이고 계획적인 사용이 가능할 뿐 아니라 노후화 등 점진적 설비 이상 및 성능 저하의 조기 탐지가 가능하게 됐다. 신재생에너지 분야 제주도 내 선두 기업인 E2Z는 이 솔루션을 활용해 현재 운영하고 있는 분산 발전소의 유지보수 효율을 높이고 신규 비즈니스 모델에도 확장 적용할 계획이다.
● 인포마인드, AI 분석 기반 설비진단 관리
이미지 분석 기반 설비 고장 진단 관리 솔루션 인포마인드의 이 솔루션은 폐쇄회로(CC)TV가 촬영한 태양광 패널의 영상 이미지를 인공지능(AI)으로 실시간 분석해 패널의 파손 여부를 알려준다. 인포마인드 제공 |
이에 따라 인포마인드는 △공공기관 기상데이터 △현장 설치된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기상 데이터 △폐쇄회로(CC)TV 및 인버터에서 관측된 실시간 데이터 등 데이터 3종을 활용해 설비 고장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 솔루션은 기상 데이터를 활용해 예측 발전량과 실제 발전량의 차이값을 분석해 인버터의 고장 여부를 판단한다. 또 정기적으로 수집되는 CCTV의 영상 이미지를 AI 솔루션이 실시간으로 분석해 태양광 패널의 파손 여부도 감시한다.
● 넥스트이지, AI 기반 태양광 발전소 발전량 예측
태양광 발전량 예측 시스템 넥스트이지의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과거 발전량 및 기상정보 데이터를 분석해 향후 발전량을 예측해 준다. 넥스트이지 제공 |
특히 AI 발전량 예측 모델을 적용한 AI 알람을 통해 현재의 실제 발전량값과 예측 발전량값을 비교해 알려줘 설비 운영 및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지금까지 수기로 관리되던 발전소 점검 이력을 모바일 기반으로 개발해 현장 점검 작업의 효율을 높였다. 이 솔루션은 최근 전력거래소(KPX) 시험도 통과했다. 이에 따라 해당 솔루션을 도입한 기업들은 KPX의 예정산금제도에 참여해 매달 전력거래수익 외 수익도 얻을 수 있다.
● 지디에스컨설팅그룹, 일간 태양광 발전량 예측
지디에스컨설팅그룹(대표 김은석)은 태양광 발전소의 공간위치 정보, 기상예보 정보, 발전량 정보, 발전설비 정보 등을 이용해 다음 날의 태양광 발전량을 일간 시간대별로 예측하는 AI 솔루션을 개발해 나눔에너지(대표 양지혁)에 공급했다. 이 솔루션은 태양광 발전소 운영 최적화는 물론이고 분산 에너지관리 효율성 증가, 유지·보수비 절감 측면에서 효과가 크다.
과거의 기상 정보와 태양광 발전소에서 얻은 100만 건 이상의 발전량 데이터 사이의 상관관계와 패턴을 분석한 최적의 AI 예측 알고리즘을 활용했다. 이 알고리즘이 기상 데이터, 발전량 데이터 등을 학습해 발전소의 일간 및 시간대 단위의 발전량과 예상 발전량을 알려준다. 담당자가 수동으로 통계를 추정해 발전량을 예상하는 데 따른 오차율 높은 기존 방식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시간대별로 오차가 적은 발전량을 예측할 수 있어 일 단위의 정확한 전력자원 관리가 가능한 게 장점이다.
저탄소 전환에 힘 싣는 제주… 지역 대체에너지 육성 집중
제주형 뉴딜은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청정 제주를 실천한다’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2020년 10월 처음 발표됐다. 저탄소 사회 및 디지털 경제 전환이라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춘 움직임이었다. 2025년까지 6조4469억 원을 투입해 일자리 4만5000개를 만드는 게 목표다.
제주형 뉴딜은 1년 뒤 ‘제주형 뉴딜 2.0’으로 재탄생했다. 2.0은 1.0의 ‘안전망 강화’를 ‘휴먼 뉴딜’로 재편하고, ‘지역균형 뉴딜’을 보강해 디지털, 그린, 휴먼, 지역균형 뉴딜의 4축 체제로 바뀌었다.
지난해 초에는 그린에너지 산업이 제주의 주력 산업으로 선정됐다. 제주도에 따르면 그린에너지 산업은 지능형 전력 서비스, 전기차 충전 인프라, 풍력 태양광 유지·보수·정비(MRO), 에너지저장장치(ESS) 연계 시스템 등이다. ‘탄소 없는 섬 제주 2030(CFI 2030)’과 에너지 수급 자족화 및 효율화를 위한 지역 대체에너지 육성 산업들이다.
이와 관련된 기업들이 최근 3년 동안 매출 부가가치율 50% 안팎을 유지하며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하지만 핵심 기술 개발과 연관 기업 유치를 통한 기술 경쟁력 제고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따라 제주의 그린에너지 발전을 위해 인공지능(AI) 도입이 필수적인 상황이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지난해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추진하는 ‘인공지능(AI) 융합 지역특화산업 지원 사업’에 제주도와 제주테크노파크가 주관하는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지역 기업들은 사업 2차 연도인 올해 딥러닝, 기계학습, 음성 인식, 화상 처리, 패턴 인식, 시계열 분석 등 10개의 그린에너지와 AI 융합 솔루션 현실화를 앞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미 넥스트이지의 솔루션을 공급받은 제주탑솔라가 전력거래소(KPX)의 예측정산금 제도 참여 자격을 얻으면서 추가 매출을 확보하는 등 일부 지역 기업들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제는 그린에너지 전후방산업 확대를 통해 생산-활용-산업화의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을 통해 연구개발(R&D) 및 사업화 중심의 기업을 제대로 지원하는 일도 중요한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AI를 포함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융합한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사업 관계자는 “AI 융합 지역특화산업 지원 사업이 제주 그린에너지 산업에 불씨를 지폈다면 앞으로 불씨를 타오르게 하는 역할이 제주도와 지역 기업들 앞에 놓여진 셈”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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