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정의 음악 정류장] [106]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옛날 노래책에서 뜻밖의 노래를 발견하곤 한다. 1929년에 발간한 ‘신식유행 이팔청춘 창가집’은 외국 노래 번안곡에서 우리나라 잡가에 이르기까지 그즈음에 유행하던 노래를 모아놓은 책이다. 그중 판소리를 소재로 한 ‘심청가’가 흥미롭다. “옛 도화동 한 가정에 그의 식구 세 사람, 계집 아해 심청이요 그의 부친 심학규”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죽음을 무릅쓴 심청의 효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심청이가 눈먼 아버지를 위해 공양미 삼백 석에 몸을 파는 대목까지만 다루고 있다.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나의 사랑 심청이, 눈먼 아비 혼자 두고 영영 어데 갔느냐”라는 심봉사의 절규로 끝나면서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애끊는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이 노래가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제목 아래 ‘클레멘타인 곡과 동일’이라 덧붙은 문구 때문이다. 통상 ‘클레멘타인’이라 부르지만 ‘오 내 사랑, 클레멘타인(Oh My Darling, Clementine)’이 원래 명칭이다. 유래와 관련해서 여러 이설이 있으나, ‘클레멘타인’은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인 19세기에 황금을 캐던 광부가 어린 딸을 잃은 실화를 소재로 한 것이라 한다. 혈육을 잃은 광부의 안타까운 심정을 그린 이 노래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퍼져 나갔다. 우리나라에는 1919년 삼일운동 직후에 소개되었는데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 고기 잡는 아버지와 철모르는 딸 있네.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늙은 아비 혼자 두고 영영 어딜 갔느냐”는 노랫말은 음악가 박태원(朴泰元)이 지은 것이다.
딸을 잃은 아버지 처지에서 전개되는 원곡과 달리, 1971년 양희은 데뷔 음반 ‘고운 노래 모음’에 수록된 ‘엄마! 엄마!’는 곡조는 같지만 노랫말은 죽음을 앞둔 자식의 독백으로 이루어져 있다. 애잔한 하모니카 선율에 이어 우수에 찬 양희은의 목소리가 청아하게 흘러나온다. “엄마 엄마 나 잠들면 앞산에 묻지 말고 뒷산에도 묻지 말고 양지바른 곳으로, 비가 오면 덮어주고 눈이 오면 쓸어 주. 정든 그 임 오시거든 사랑했다 전해 주”라며 엄마에게 유언처럼 슬프게 당부하는 말을 남긴다. 자식을 잃은 슬픔의 정서가 ‘클레멘타인’에서 시작하여 ‘심청가’와 ‘엄마! 엄마!’로 시대와 장소를 넘나들며 이어져 오니 그 고통의 울림이 잦아들지 않는다.
전쟁에 따른 가자지구의 상황은 참혹함 그 자체다. 다치고 죽은 아이만 해도 1만명을 넘어섰다. “우리는 잘못한 게 없어요”라는 한 아이의 울부짖음이 아직도 귓전에 아른거린다. 부디 전쟁을 멈추고 우리 아이들을 지켜달라고 기도하는 날들이다. 더 이상 슬픈 클레멘타인의 노래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사생팬’ 그 시절 영광 다시 한 번... 정년이 인기 타고 ‘여성 국극’ 무대로
- 러시아 특급, NHL 최고 레전드 등극하나
- 김대중 ‘동교동 사저’ 등록문화유산 등재 추진
- 국어·영어, EBS서 많이 나와... 상위권, 한두 문제로 당락 갈릴 듯
- 배민·쿠팡이츠 중개 수수료, 최고 7.8%p 내린다
- 다음달 만 40세 르브론 제임스, NBA 최고령 3경기 연속 트리플 더블
- 프랑스 극우 르펜도 ‘사법 리스크’…차기 대선 출마 못할 수도
- [만물상] 美 장군 숙청
- 檢, ‘SG발 주가조작’ 혐의 라덕연에 징역 40년·벌금 2조3590억 구형
- 예비부부 울리는 ‘깜깜이 스드메’... 내년부터 지역별 가격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