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현장] 그래서, 서울은 왜 더 커져야 합니까
국민의힘이 ‘메가 서울’ 카드를 꺼내 들면서 연일 시끄럽다. 경기도 김포시를 서울로 편입한다는 건데, 서울 인구가 940만 명이니 여기에 49만 명에 가까운 김포가 더해지면 서울은 1000만 명 도시가 된다.
솔직히 털어놓자면 처음 저 소식을 접했을 때 잘못 본 줄 알았다. ‘부울경 메가시티’ 아니고? ‘메가시티 서울’이라고?
사실 부산이라는 ‘지방’에서 태어나 ‘지방’에서 대학 나오고 그 ‘지방’에서 취직해 40 평생 살고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경기도도 결국 수도권이다. 그러니 수도권 안에서 이쪽에서 저쪽으로 붙이는 게 뭐 그렇게 큰 문제인가 싶은 생각도 들긴 했다. 일단 수도권을 더 키우겠다는 건 아니니까. 김포로 가는 철도 노선을 놓는 데 도움이 되니 마니 하는 논쟁도 부산에 사는 나의 관심사는 아니다. 그렇다고 그냥 두고볼 수 만은 없었던건 ‘메가 서울’을 생각해낸 발상의 위험성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이 왜 더 커져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세계적 추세를 이야기한다. 1000만 명 넘는 메가시티가 세계적 대세이니 국가 경쟁력을 위해서 우리도 따라가야 한다는 논리다. 전혀 근거 없는 말은 아니다. 규모가 경쟁력을 불러오는 건 사실이다. 문제는 다른 나라와 우리 사정이 같지 않다는 데 있다. 단순히 생각해보자. 인구가 2억 명인 나라의 1000만 명 도시와 5000만 명 나라의 1000만 명 도시가 갖는 의미가 같을 수가 있나. 중국에는 1000만 명 넘는 도시만 7개 라는데 그 도시들이 하나 같이 서울보다 더 큰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할 수 있나.
또 하나 간과한 것은 다른 나라의 메가시티 만들기 방식이다. 다른 국가들은 특정 도시의 규모를 키우는 게 아니라 큰 도시와 주변 지역을 엮어 상위 개념의 메가시티를 만들고, 동시에 여러 곳에 거점 도시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 2005년 일찌감치 대도시권 개념을 도입해 11개 대도시권을 운영하고 있으며, 프랑스도 지난 2010년 국토2040 계획을 발표하고 22개 레지옹을 13개로 통합, 지방 대도시화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역시 2014년 국토 그랜드비전을 발표하고 도쿄권, 나고야권, 오사카권으로 나눈 슈퍼 메가 리전(region)을 만들겠다고 나선 바 있다. 이런 추세에 발 맞춘다면 메가시티 서울이 아니라 부울경 메가시티가 맞는 방향이다.
‘규모의 경제’가 이전만 못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UN이 지난 2014년 내놓은 ‘세계 도시화 전망’ 보고서를 보면 1990년 10곳에 불과했던 인구 1000만 명 이상 메가시티는 2014년 28곳으로 늘었으며 2030년이 되면 41곳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수치만 보면 메가시티가 대세처럼 보인다. 그런데 UN은 1000만 명 이상 도시는 인구가 폭증하는 개발도상국에 집중될 것이며, 선진국 메가시티 인구는 오히려 지금보다 소폭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을 덧붙였다. 우리가 1000만 도시를 만들려고 하는건 개발도상국을 앞서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선진국과 같은 대열에 올라서기 위한 것인가 묻고 싶은 대목이다.
무엇보다 고려 대상이 국내 다른 도시가 아니라 외국인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우리나라는 수도권 집중 현상이 어느 나라보다 심각한 국가다. 우리는 인구의 절반이 서울 경기 인천으로 대변되는 수도권에 쏠려있다. 이에 반해 독일의 수도권 인구 비율은 약 7%, 영국은 20%, 프랑스는 18%에 불과하다. 비교적 수도권 쏠림이 심한 일본도 34%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키우기에 나선 것은 서울, 수도권 중심주의적 발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국가 경쟁력 때문에 서울을 키워야 된다고 하면 다른 지역은 그럼 국가를 위해 희생하라는 건가.
‘메가 서울’ 아이디어는 부디 여당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 후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표를 잡기위해 꺼낸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길 바란다. 서울만 메가시티 하려다 당내에서도 비난이 빗발치니 그제서야 메가시티 3각축 이야기하는 것도 준비 안된 모습 티내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수도권 표 잡으려다 지역 표 놓치는 역풍을 맞지 않길 바란다.
하송이 정치부 차장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