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비혼 출산이 어때서
사실혼 상태인 친구가 있다. 얼마 전 그 친구로부터 자신의 혼인 관계에 대한 증인이 되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정부로부터 난임 지원을 받으려 하는데 사실혼일 경우 혼인 상태에 대한 타인의 인증이 필요하다는 거였다.
기혼이 아니면 아이를 갖기 위한 공적 지원을 받을 수 없음을 알려주는 이 에피소드는 한두 살 터울로 이루어진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적잖은 화제가 됐다. 결혼은 하기 싫지만 아이는 갖고 싶다는 생각이 삼십대 후반을 지나고 있는 우리에게 향후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방식으로 제법 진지하게 고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식의 변화와는 별개로, 결혼을 전제하지 않는 자식 만들기란 현실에선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현실적 조언이라고 해야 대개 이렇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난자를 냉동해라, 나이 들수록 해동된 난자를 사용할 수 있는 확률이 떨어진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무엇보다 정부 지원이 된다.
그럼에도 난자 냉동은 좀처럼 내키지 않는다. 미지의 확률보다는 다음과 같은 통계에 더 마음이 쓰인다. 프랑스의 혼외 출생 비율은 2022년 기준 63.8%, 한국의 혼외 출생 비율은 2021년 기준 2.9%. 이 통계가 보여주는 사실은 명확하다. 한국에서 아이를 낳으려면, 결혼이란 전제 조건을 가장 먼저 충족시켜야 하는 것이다.
출산율 추락은 사회 진출과 결혼이 늦어지고 1인 가구가 늘어나는 것 같은 문화적 진화의 일부다. 진화에는 후퇴가 없기에, 웬만한 대책들은 먹히지도 않는다.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선 굳이 결혼을 하지 않아도 다양한 형태의 관계에서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도록 출산과 육아의 개념을 더 넓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낳기 위해 꼭 결혼을 해야만 하는가라고 묻는 것이다.
문제는 현실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사회적 포용이다. 혼인 없는 가족이 말뿐이 아니라 실제로도 소외받지 않을 때 비로소 출산율은 상승하기 시작할 것이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태어난 아이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고, 혼자 아이를 낳는 여성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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