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을 몰랐던 父子… 병상의 아들을 위한 아비의 마지막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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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말청초 77세의 노학자 부산(1607∼1684)은 아들 부미(1628∼1684)가 세상을 뜨자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곡자시(哭子詩)' 16수를 썼다.
그중 아들이 남긴 시를 대상으로 쓴 시의 마지막 부분은 다음과 같다.
아들은 임종 무렵 입으로 불러 쓴 시에서 부자가 함께 고초를 겪어온 60년 세월에 대한 감회를 드러냈는데('臨終口呼'), 시인은 그 시를 차마 다 읽지 못하고 피눈물을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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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머우 감독의 ‘천리주단기’(2006년) 속 아버지 다카타도 아들이 남긴 작품을 보며 아들을 생각한다. 아들과 친밀했던 시인과 달리 영화 속 부자는 서로 멀어진 지 오래다. 아버지는 아들의 투병 소식을 듣고 도쿄로 찾아오지만, 병상의 아들은 끝내 외면한다. 아들이 촬영한 비디오테이프를 보던 아버지는 아들이 중국 윈난성에 가면극을 조사하러 갔지만 ‘천리주단기’라는 가면극을 미처 찍어오지 못했음을 알게 된다. 아버지는 그 가면극을 대신 찍어오기 위해 중국으로 떠난다. 아버지로선 가면극 연구자인 아들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었다.
시인은 시에서 자신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 주던 아들을 장자(莊子)의 논쟁 호적수였던 혜시에 빗댔다. 혜시가 죽은 뒤 장자가 더 이상 자신을 진정으로 이해해줄 상대가 없다고 애도했던 것처럼(‘장자’, ‘徐无鬼’), 시인도 동지이자 지기(知己)인 아들에 대한 특별한 슬픔을 드러냈다. 아들은 임종 무렵 입으로 불러 쓴 시에서 부자가 함께 고초를 겪어온 60년 세월에 대한 감회를 드러냈는데(‘臨終口呼’), 시인은 그 시를 차마 다 읽지 못하고 피눈물을 떨궜다.
부자유친이라 하지만 부자 사이가 늘 친밀한 건 아니다. 서로의 삶을 받아들이지 못할 때도 있다. 아들과 동고동락한 시인과 달리 영화 속 아버지는 아들이 죽을 때가 돼서야 부자간의 정을 회복한다. 아들은 죽기 직전에야 아버지의 진심을 확인하고 기뻐한다. 영화 제목인 ‘천리주단기(千里走單騎)’는 조조에게 잡힌 관우가 유비를 만나기 위해 단기로 오관(五關·다섯 관문)을 돌파하는 내용의 가면극이다.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마음도 이처럼 간절하지 않을까. 시와 영화 속 아버지는 각자의 방식으로 아들의 지난 여정을 따라가며 아들을 그리워한다.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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