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폭의 디지털 병풍 위를 흐르는 몽환적 ‘AI 산수화’
구름과 안개, 폭포, 암석 같은 이미지가 화면 속에서 출렁인다. 중국의 미디어 아티스트 차오 위시(Cao Yuxi)의 ‘AI 산수화’다. 인터넷에 있는 동양 산수화에서 수만개의 픽셀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대자연을 닮은’ 이미지를 생성해냈다. 병풍에 그려진 산수화처럼, 디지털 8폭 병풍 위에서 물감 입자들이 끊임없이 요동치고 충돌하며 몽환적인 영상을 빚어낸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의 시각 효과 디렉터를 맡아 주목받은 30대 작가의 신작이다.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열리는 미디어 아트 전시 ‘럭스: 시적 해상도(Poetic Resolution)’는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12팀의 작품 16점을 선보인다. 전시 기획사 숨 프로젝트가 기획해 2021년 영국 런던에서 15만명을 불러모은 대규모 미디어전의 두 번째 해외 순회 전시다. 한국에선 뽀로로 제작자로 잘 알려진 오콘과 공동 주최한다.
이탈리아 예술 스튜디오 그룹 퓨즈의 ‘인공 식물학’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식물 도감을 탐구한 결과물이다. 의자에 앉아 11개 스크린에서 식물들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영상을 감상하다 보면, 마치 디지털 식물원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거대한 나무의 뿌리가 폐의 모세혈관처럼 퍼져 있는 작품 ‘발견되지 않은 숲의 영역’은 예술 그룹 마시멜로 레이저 피스트가 실제 아마존을 방문해 ‘세이바 트리’라는 나무를 360도 촬영하고 소리까지 담아냈다. 엄청난 양의 산소를 뿜어내는 아마존 우림의 나무에 대한 경외심을 담았다.
미디어 아트의 광활한 진폭을 느낄 수 있는 전시다. 기획자 이지윤 숨 엑스 대표는 “지난 30년간 미디어를 현대미술의 중요한 재료로 실험한 대표 작가를 한자리에 모았다”며 “21세기 예술가에게도 자연은 중요한 주제이고, 이 주제를 디지털 언어로 어떻게 구현해내는지 보여주는 전시”라고 했다.
전시 제목인 ‘럭스(lux)’는 빛의 조명도를 나타내는 단위로, 미술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다뤄온 주제인 빛을 뜻한다. ‘시적 해상도’는 보이지 않는 빛과 소리를 해상도와 주파수로 수치화해 한 편의 시와 같은 시청각 매체(예술)로 표현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지윤 대표는 “인상파가 태양 빛을 예술로 끌고 왔다면, 우리 시대엔 디지털이라는 문명의 기술이 발산하는 빛이 새로운 미술 언어가 됐다”며 “디지털 숲을 거닐 듯 16개 작품을 관람하면서 힐링하고 명상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고 했다. 12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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