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미적대면 ‘제2 대우조선’ 나온다
주인 없는 회사, 비리만 수두룩… 해운 경쟁력 유지할 신속 매각을
지금부터 7년 전인 2016년 11월의 한국 경제는 어땠을까. ‘대통령 탄핵’이란 블랙홀 와중에 한국 경제도 구조조정이란 거대한 난제 앞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구조조정 무딘 칼날에 좀비기업 46% 늘었다’ ‘또 맹탕 조선, 해운 구조조정안, 다음 정권에 넘기나’ ‘진통제 처방만, 정부 계속 폭탄 돌리기’ ….
당시 신문 지면을 장식했던 제목들이다. 몇몇 고유명사만 바꾸면 시계추를 7년 후에 맞춰도 무방할 얘기들도 많다. 해운 구조조정이 대표적이다.
한진해운 사태는 탄핵 국면에서도 뉴스의 중심에 섰던 대형 사건이었다. 한진해운 처리에 대한 아쉬움은 지난 일이니 또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지금도 그 연장선에서 진행되는 HMM 매각 건을 얘기해보자.
이름도 생소한 HMM은 ‘현대상선’으로 더 익숙한 회사다. 세계 7위 한진해운이 2016년 공중분해되자 최대 국적 해운사 지위를 이어받았다. 그런 HMM도 결국 경영난에 이름까지 바꿔 달고 채권단인 KDB산업은행에 넘어가 지금에 이르렀다.
해운은 한국 경제의 핵심이다. 대외무역의존도(GDP 중 수출입 비율)가 84.5%인 나라에서 수출입 물량 중 99.7%가 해상 운송에 의존한다. 해운은 해상 운송의 줄인 말이다. 더욱이 해운은 전쟁 시 전략 물자 수송을 맡는 국가 전략 핵심 산업이기도 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최대 난관을 돌파했지만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 매각건은 난항에 빠져들 조짐이다. 채권단이 동원산업, LX인터내셔널, 하림 등 최종 인수 후보 3사를 선정했지만 벌써부터 후보업체가 약하다는 등의 이유로 매각 무산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금성 자산만 12조원, 예상 매각 대금 7조원짜리 HMM의 처리는 신중해야 한다. 다만 배 부족으로 역대급 호황을 누리던 해운 업황이 최근 급락세에 접어들었다. 이런 상황이면 매각 지연은 결국 매각가 하락을 수반할 것이고, 그러면 또다시 매각의 장기 지체가 불을 보듯 뻔하다.
최근 한화에 넘어간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역사가 딱 그랬다. 2000년 산은에 넘어가 22년 이상 주인을 못 찾았다. 처음엔 호황이라 매년 2000억원 넘는 배당금이 짭짤하니 산은이 매각에 소극적이었고, 2008년엔 매각 시도가 최종 단계에서 불발됐다. 뒤이은 조선업 불황에 매각 작업은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다 22년 만인 올 초 겨우 새 주인을 찾았다. 그 과정에서 대우조선과 한국 경제가 입은 손실은 엄청나다. 매각가만 해도 6조원대에서 2조원으로 추락했다.
‘주인 없는 회사’로 안팎에서 벌어졌던 비리는 열거하기 벅찰 정도다. 인사철만 되면 정치권에 줄 대느라 조직은 망가졌고, 노조까지 가세한 도덕적 해이에다 투자 부족, 인력 유출 등이 이어졌다. 전직 관료, 국정원 간부, 정치권 출신 고문만 60여 명이었고, 이들에게 지급한 인건비가 100억원이 넘었다. 채권단이 보낸 CFO(재무책임자)는 허수아비였다.
다행히 조선업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란 버팀목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해운업은 그렇지 않다. 한진해운 몰락 이후 우리 수출입은 이미 외국 선박에 대한 의존도가 엄청나다. 일본이나 중국의 국적 해운사 이용률은 50%대인데, 우리는 17%로 추정된다.
과문한 탓인지 채권단 지휘하에서 미래를 투자하고, 경쟁력을 제대로 키워간 기업을 본 적이 없다. HMM 매각건이 지연될까 두려운 이유다. ‘제2의 대우조선’을 막고, 한국 해운업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을 HMM 매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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