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인하’ 좋지만, 폰 제조사까지 쥐어짜나
정부가 현재 월 4만원대부터 시작하는 통신 3사의 5G 요금제를 월 3만원대로 낮추고,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에 80만원대 이하 중저가폰 5~6종을 출시하는 내용 등이 담긴 ‘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을 8일 내놓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별도 당정 협의 없이 이날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방안을 발표했다. 과기정통부는 현 정부 출범 후 통신 3사를 압박해 5G 중간 요금제 출시, 혜택이 강화된 청년·어르신 요금제 출시 등과 같은 통신비 절감 정책을 추진해왔는데, 이번엔 통신 3사뿐 아니라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까지 끌어들였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요금제와 스마트폰 단말기 선택권을 확대해 국민의 통신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주려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를 놓고 “과연 소비자들이 선택할 만한 실효성 있는 대책인지 미지수” “정치권 눈치를 보느라 너무 지나치게 요금제와 폰 가격까지 통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요금제 확대, 중저가 단말기도 는다
현재 통신 3사별 최저가 5G 일반 요금제는 월 4만5000~4만9000원(데이터 5~8GB·기가바이트)다. 하지만 통신 3사는 정부와 협의를 거쳐 내년 1분기 안에 월 3만원대 5G 요금제를 내놓기로 했다. 월 3만원대에 데이터 1~3GB를 쓸 수 있는 요금제가 나오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이달 안에 5G와 LTE(4세대이동통신) 요금제도 통합한다. 그동안 통신 3사 가입자들은 5G폰은 5G 요금제, LTE폰은 LTE 요금제만 쓸 수 있었는데, 이제 5G·LTE 요금제를 모두 선택할 수 있게 된다. SK텔레콤의 경우, 5G폰 이용자가 쓸 수 있는 요금제가 기존 12종에서 LTE 요금제를 포함해 18종으로, LTE폰 이용자는 기존 6종에서 18종으로 늘어난다. 가령, 가정·직장에서 와이파이(무선랜)를 주로 쓰기 때문에 데이터 소모가 거의 없는 5G폰 이용자가 지금까지 쓸 수 있는 가장 저렴한 5G요금제는 월 4만원대(5~8GB)였다. 하지만 이제 LTE 요금제에 있는 월 3만원대(1.5GB)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정부는 이번 방안에 이례적으로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까지 참여시켰다. 폰 제조사들이 200만원에 달하는 고가 ‘프리미엄폰’ 위주로 신제품을 주로 내놓는 바람에 국내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 때문이다. 정부는 삼성전자와 협의해 30만~80만원대 중저가 스마트폰을 연내까지 국내 시장에 2종, 내년 상반기 안에 4종 출시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1~2년 전만 해도 삼성이 국내에 중저가폰 8~10종을 내놓았는데, 올해는 2종(10월 기준)만 출시했다”며 “현재 국내에서 80만원 이하 단말기 판매점유율이 40%에 육박하는 등 수요가 많기 때문에 삼성전자에 협조를 요청한 것”이라고 했다.
◇과도한 시장 개입 논란도
이를 놓고 소비자들 사이에선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데이터를 많이 쓰는 이용자들은 대부분 인터넷 서비스 속도가 빠른 5G 스마트폰을 쓰기 때문에, 데이터 제공량이 많을수록 상대적으로 비싸지는 LTE 요금제를 선택할 유인이 적다는 것이다. 데이터 사용량이 적은 이용자들도 비슷하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모(32)씨는 “현재 KT의 4만5000원(월 5GB)짜리 5G 요금제를 쓰고 있는데, 몇 천원 아끼겠다고 데이터 제공량이 절반 수준인 LTE 요금제로 갈아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통신업계 내에서도 “LTE폰은 5G 속도를 충분히 지원하지 못하기 때문에 5G 요금제로 갈아타는 이용자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정부가 통신사를 넘어 스마트폰 제조사까지 압박하는 것을 두고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IT업계 관계자는 “정권마다 통신비를 낮추기 위해 마른 수건 쥐어짜듯 통신사를 압박해왔는데, 이제는 제조사까지 끌어들이는 것”이라며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이 9분기 연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값비싼 아이폰을 내놓는 애플은 놔두고 국내 기업의 부담만 늘리는 건 역차별인 측면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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