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209] 범안(犯顔)과 범상(犯上)
‘논어’에 나오는 이야기다. 노나라 군주 애공(哀公)이 물었다.
“어떻게 하면 백성들이 복종하겠는가?”
공자가 말했다.
“곧은 자[直]를 중용하고 굽은 자[枉]들을 내버려두면 백성들이 복종하고 굽은 자를 중용하고 곧은 자들을 내버려두면 백성들이 복종하지 않습니다.”
오늘날에는 백성들이 복종하는지 복종하지 않는지를 여론조사로 알 수 있다. 그러면 누가 곧은 자이고 누가 굽은 자인가? 그 실마리 역시 ‘논어’에 들어 있다.
공자에 따르면 간언(諫言)은 조심해서 드물게 하라고 했다. 기간(幾諫)이 그것이다. 그러나 정말로 상황이 위태로울 때는 범안(犯顔)해서라도 할 말은 해야 한다고 했다. 범안이란 윗사람 안색을 범한다는 말인데, 한마디로 윗사람이 불같이 화를 내더라도 할 말은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때 윗사람이 범안해 가며 올리는 아랫사람 간언을 따르지 못하면 너그러움이 부족한 리더가 된다.
범안(犯顔)과 비슷하면서도 차원이 다른 것은 ‘논어’ 학이 편 2에 나오는 범상(犯上)이다. 그만큼 중요하니까 앞에서 둘째인 학이 편 2에 나온 것이다. 한마디로 윗사람한테 기어오른다는 것인데, 이때는 겉으로 드러난 것이 아니라 속으로 그런 마음을 품는 것을 말한다. 명군(明君), 즉 눈 밝은 지도자란 이처럼 아직 드러나지 않은 범상(犯上)하려는 마음을 미리 알아차릴 줄 아는 사람이다.
서울시 강서구 보궐선거 참패로 여당이 몸부림치고 있다. 인사 실패, 즉 굽은 자를 중용하고 곧은 자들을 내버려 둔 용산발 정치에 대한 죽비라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대체로 동의한다. 그런데 처방 중 하나로 이준석 전 대표를 품으려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품고 안 품고야 국민의힘 선택이지만, 최근 이 전 대표 언행이 범안(犯顔)보다는 범상(犯上)에 가까운데도 억지로 품어 안는다면 정도(正道)를 가는 정당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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