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패스·기후동행·경기패스... 정책 자랑에 시민 힘들다
요즘 수도권 시민들은 헛갈린다. 여기저기서 대중교통 복지가 신상품처럼 쏟아진다. K-패스에 이어 기후동행카드, 더(The)경기패스까지. 그런데 정책 수요층은 인천 서울 경기에 흩어져 산다. 오래된 단일 생활권이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서로 더 나은 복지라며 브랜드 경쟁을 벌인다. 정치적 타산까지 곁들여져 더 불편하다.
시작은 9유로 티켓이었다. 독일은 팬데믹 시기 월 9유로에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하는 정액교통권을 도입, 큰 호응을 얻었다. 자가용 이용에 따른 탄소 배출을 줄이고 교통혼잡까지 개선했다. 올해 5월에는 월 49유로짜리 도이칠란트 티켓을 도입했다. 장거리 열차를 제외한 거의 모든 대중교통을 포괄하는 티켓이다. 이런 무제한 정기권은 파리, 빈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최근 인천에서 인천 서울 경기 교통국장회의가 있었다. 서울 경기가 먼저 내놓은 정액 교통권 정책을 조율하려 했다. 별 성과가 없었으니 당분간 제 갈 길을 갈 참이다. 먼저 지난 8월 정부와 여당이 K-패스를 내놓았다. 내년 하반기 시행 예정의 대중교통요금 환급 제도다. 월 21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지불 요금의 20~53%를 돌려준다. 뒤를 이어 서울시는 지난 9월 기후동행카드를 내놓았다. 월 6만5천원 대중교통 정액권으로 서울의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그러면서 경기 인천의 동참을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 10월에는 경기도가 더(The)경기패스를 내놓았다. 정부의 K-패스를 기반으로 한 대중교통요금 환급 제도다. K-패스 혜택에 이용 횟수를 무제한으로, 청년 연령을 만 39세까지 확대했다. 이렇게 되자 인천시도 뭔가를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됐다. 그러나 인천시는 내년 본예산에 국토부의 K-패스 운영에 따른 예산 90억원을 이미 반영해 놓은 상태다. 인천시는 당장 기후동행카드나 경기패스에 함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시는 이미 내년 본예산에 기후동행카드 시범사업비 401억원을 편성해 놓았다. 내년 경기도 예산안에도 263억원의 경기패스 예산이 반영해 있다. 이러면서 “정액교통권을 둘러싼 정책 경쟁도 나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인천까지 또 낯선 이름의 정액 교통권을 내걸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인천 경기 서울은 엄연히 하나의 생활권이다. 곧 송년회 시즌이다. 수도권 시민들은 버스 지하철을 갈아타며 이곳저곳 모임을 찾아갈 것이다. 그때마다 3~4개의 정액교통권을 챙겨야만 할 것인가. 인천 서울 경기가 따로국밥이면, 효과는 미미하고 시민들은 불편할 것이다. 시민들 혜택과 편의를 키우는 정책 경쟁이어야 한다. 수도권 정액교통권은 두루 통하도록 심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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