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들 "윤 대통령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 전향적 결단"

최기철 2023. 11. 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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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내부, 반기는 분위기 속 "예상 밖" 반응
측근 "조희대 전 대법관, 내정 소식 듣고 당황"
"온화하지만 강단…윤 대통령, 간단치 않을 것"
尹, 인사 기조 바뀌었나…"총선용일 뿐" 해석도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제17대 대법원장 후보자로 조희대 전 대법관을 지명한 것을 두고 법원 내부는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매우 전향적 결단"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대법관 임기를 마친 원로법관으로 법원 내 신망이 워낙 두터운 데다가 현 사법부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평가다.

조 전 대법관 재직시절 대법원에서 함께 근무한 한 고위 판사는 8일 "후보자가 워낙 꼬장꼬장한 원칙주의자여서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서울에서 근무 중인 부장판사도 "예상 밖"이라고 말했다.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대법관 후보자 시절이더 2014년 2월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판사들의 이런 반응은 그동안 윤 대통령이 고수해오던 인사 스타일에 근거한다. 공교롭게도 주요 국가 기관장에 윤 대통령과 인연이 있거나 엇비슷한 경력의 인물이 지명돼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자기 보다 윗사람'은 등용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조 전 대법관은 27년 경력의 정통 법관이다. TK(경북 경주) 출신으로 대구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법관이 됐지만 윤 대통령과는 이렇다 할 인연이 없다.

조 전 대법관과 가까운 판사들은 그가 대통령실로부터 대법원장 후보자 내정 소식을 전해들은 뒤 적지않게 당황했다고 한다. 조 전 대법관은 이균용 전 후보자와 함께 대법원장 후보자 검증 대상에 올랐을 때 강하게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보수'라는 교집합 때문에 조 전 대법관을 대법원장으로 지명한 것 아니냐는 분석에 대해서도 다른 해석이 없지 않다.

조 전 대법관을 잘 아는 한 현직 부장판사는 "조 전 대법관 판결 중 보수적 성향으로 해석될 수 있는 판단이 있을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법관으로서의 소신과 원칙"이라며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 소수의견을 많이 낸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조 전 대법관이 보수 성향일지언정 정부 기조에 편승하는 판단은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조 전 대법관이 온화하고 합리적인 학자풍의 선비 스타일이지만 매우 강단이 있다. 전(김명수 대법원장) 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고 했다.

법원에서 이같은 반응이 나오면서 윤 대통령의 인사기조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창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국민소통·민생안정' 행보는 '강서구청장 보선' 직후 시작됐지만, 그 직전 현안은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낙마' 사태였다. 이 전 후보자 역시 윤 대통령과 서울법대 동기동창으로, 판사들 사이에서는 '뜬금 없는 인사'라는 말이 많았다.

다만, 이번 인사로 윤 대통령의 인사 기조가 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반박도 있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 판사는 "총선용 아닌가 싶다. 지금 상황에서 외골수로 가기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행정처에 근무하는 한 판사도 "대법원장 후보자 관련해서는 (대통령실과) 어떤 이야기도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 전 대법관이 대법원장으로 취임할 경우 6년 임기만료 전 정년퇴임하는 것을 두고는 법원 내 여론이 갈린다. 조 전 대법관은 1957년 6월 6일생으로, 대법원장 정년인 만 70세가 되는 2027년 6월 정년퇴임한다. 윤 대통령 임기는 그 한 달 전인 2027년 5월이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임기 만료 전 새 대법원장을 지명할 경우 극심한 혼란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현직 고위 법관은 "21대 대통령 선거가 2027년 3월 3일 실시 예정이다. 조 전 대법관 정년 석달 전으로, 선거 직후 인수위가 가동될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새 대통령이 후임자를 지명하게 될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했다. 다만 다른 부장판사는 "헌법상 대법원장 지명은 대통령 권한이다. 윤 대통령 퇴임 전 반드시 정치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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