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현희, ‘사기 혐의’ 전청조와 첫 대질···13시간 경찰 조사

전창조씨 사기 공범 혐의를 받는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가 8일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송파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가 8일 경찰에 출석해 전 연인 전청조(27)씨와 사기 혐의 관련 대질 조사를 받았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이날 남현희를 사기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3시간가량 조사했다. 지난 6일 경찰에 처음 출석해 10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은 지 이틀 만이다.

경찰 조사에서는 구속된 전청조와의 첫 대질 신문도 이뤄졌다. 대질 조사에서는 남현희가 전청조 범행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나아가 범행을 공모했는지가 주된 쟁점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10시쯤 시작해 오후 8시쯤 끝났으나 이후 피의자 신문 조서 내용이 자신의 진술대로 적혔는지를 확인하는 데 3시간 가량이 더 걸렸다.

남현희는 이날 오후 11시15분쯤 조사를 마치고 서울 송파경찰서를 나와 취재진의 “대질 조사에서 어떤 말을 나눴느냐”, “억울한 점 있으면 말해달라”는 등 질문을 받았으나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남현희는 경찰에 접수된 전청조 상대 여러 고소 건 가운데 1건에서 전청조의 공범으로 함께 고소를 당했다. 고소인은 남현희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의 펜싱 아카데미 수강생 학부모로, 이날 대질 조사에도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청조씨 변호인은 조사를 마치고 나와 “피해자는 남씨가 전씨 범행을 모두 알고 있었고 공모했단 취지로 진술했다”며 “전씨도 그와 비슷하게 진술했다”고 밝혔다. 그는 “남씨는 경제적 부분에서 피해자라기보다는 전씨 사기 범행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속았다는 입장에서 표현을 쓰는 듯하다”며 “그러나 전씨는 사기 범행에 대해 남씨가 올해 3월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또 “오늘 조사는 더 길게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남씨가 돌연 몸이 아프다고 해 조사가 저녁 식사 이후 거의 중단됐다”며 “남씨가 조속히 회복해 추가 대질 조사에 임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전청조 측 변호인은 남현희가 언론에 예고한 것과 달리 경찰에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남현희는 경찰 조사를 앞두고 이날 새벽 자신의 SNS에 ‘전청조의 거짓말’이란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9개 연달아 올리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전청조를 컨설팅, 정보기술(IT), 강연, 독서모임으로 돈을 버는 사람으로 알았다”며 “기업 컨설팅을 한다고 했고 최근에 한 유명 배달앱 대표에게 5천만원을 받고 1시간 컨설팅을 해줬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 “본인의 강연 비용이 1인 3천만원이라기에 이해가 안 됐다. 그런데 전청조에게 장문의 문자 메시지가 쇄도했고, 한 번만 만나주기를 부탁하는 내용이었다”며 “전청조는 ‘내가 이 정도다. 이렇게 메시지 보내온 많은 사람 중 내가 일일이 문구를 읽어보고 선택해서 컨설팅해줄 거야’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전청조씨 강연 수강생들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받아 가로챈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전청조의 성별과 파라다이스 호텔 혼외자 사칭 등 다른 논란들과 관련해서도 전청조가 보여준 주민등록증 사진, 전청조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신저 내용을 공개하며 “이름 빼고 모든 게 거짓이었던 전청조에게 속았다”고 밝혔다.

남현희는 “40살이 넘었는데 이걸 모를 수 없다고 (말하지만)정말 몰랐다”며 “26년 동안 가슴에 태극마크 달고 국위선양을 위해 인생을 바쳤다. 사기꾼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니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다. 제가 죽어야 이 사건이 끝나는 것이냐. 제가 죽을까요?”라고 썼다.

남현희의 재혼 상대로 소개됐다가 사기 의혹이 불거진 전청조는 강연 등을 하면서 알게 된 이들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거액을 건네받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지난 3일에 구속이 됐다. 경찰이 파악한 사기 피해자 수는 20명으로 피해 규모는 26억에 이른다. 경찰은 구속 기간이 만료되는 오는 10일 전청조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전청조는 지난해 채팅 앱으로 알게 된 남성에게 “임신했다”고 속여 돈을 뜯어낸 혐의로 지난 4월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에서 불구속 기소된 사실도 뒤늦게 전해졌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