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들어가는 향신료만 14개… ‘54년 1위’ 카레 만드는 ‘오뚜기’ 대풍 공장

충북 음성=김가연 기자 2023. 11. 9.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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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 카레 점유율 80% 넘어
레토르트 1분에 160개 생산
케첩·마요네즈도 부동의 1위
대풍공장에서 생산되는 오뚜기 카레./오뚜기 제공
“이곳은 국내에서 가장 카레를 많이 만들 수 있는 곳입니다.”

김혁 오뚜기 대풍공장 공장장

8일 오후 2시 충청북도 음성군 오뚜기 공장.

6개 생산과로 나뉜 공장에선 ▲분말제품 ▲토마토케첩 ▲마요네즈 ▲레토르트 ▲즉석조리식품 ▲씻어나온 쌀·식초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품목 수를 따지면 총 452품목에 달한다. 수백 가지 품목이 만들어지는 만큼 제품 생산부터 물류창고로 옮겨지는 과정까지 자동화 시스템이 발달했다.

제품 생산 과정에서는 기계가 필요한 재료들을 자동 배합했다. 생산이 끝난 제품은 아파트 12층 높이로 이뤄진 물류창고에 자동으로 저장됐다. 각 제품에 새긴 바코드에 맞춰 기계가 알아서 적합한 위치에 제품을 가져다 뒀다. 기계들은 날짜별로 제품을 차곡차곡 맞춰 뒀다가 적절한 시점에 출고까지 책임졌다.

김 혁 공장장은 “계량을 사람이 하면 실수를 기계보다 자주 하기 마련인데, 기계를 사용하면 5g 오차가 2g으로 줄어든다”면서 “수율이 올라가니 이익 구조가 좋아져 좀 더 저렴한 가격에 팔 수 있다”고 설명했다.

8일 충청북도 오뚜기 대풍공장에서 김혁 공장장이 '오뚜기 카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뚜기 제공

◇ 국내 카레 시장점유율 80%대… “향신료 볶는 온도, 시간이 비결”

카레를 생산하는 건물에 들어서자, 복도 전체에 카레 향이 진동했다.

정상훈 품질관리 부장은 “카레는 향이 강한 음식이라 생산라인 근처에만 가도 카레 향이 난다”고 말했다.

이 향은 열 종류가 넘는 향신료에서 나온다. ‘카레’ 하면 강황만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오뚜기 카레에는 강황 외에도 호로파, 정향, 소두구 등 14개 향신료가 들어간다. 14개 향신료를 볶는 기술에 따라 카레 맛이 달라진다.

정 부장은 “향신료를 볶는 온도와 시간에 따라 카레 특유의 맛이 달라진다”면서 “제품마다 가장 적합한 로스팅 방법을 연구해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뚜기를 상징하는 ‘3분 카레’는 레토르트 식품이다. 대풍공장 8개 레토르트 생산 라인은 짜장·카레 같은 레토르트 식품을 분당 160개씩 만들어 낸다.

장기 보존 식품인 레토르트는 멸균이 핵심이다. 보존료를 넣지 않고도 2년간 카레를 보존할 수 있는 이유는 가압·고온 살균하기 때문이다. 카레는 파우치 채로 121~123℃ 고온에서 멸균 과정을 거친다. 에프제로(F0) 값이 8 이상(남아 있는 미생물이 0이라고 기준)을 기록해야 멸균기를 나올 수 있다.

올해 55년을 맞은 오뚜기는 1969년 창립과 동시에 카레를 가장 먼저 출시했다.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오뚜기 카레는 국내 카레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오뚜기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국내 분말카레 시장에서 오뚜기 카레는 약 83%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3분 카레’를 포함한 레토르트 시장에서 오뚜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89%에 달한다.

오뚜기 마요네즈 용기는 두 겹으로 이뤄져 있다. /김가연 기자

◇ 케첩·마요네즈도 부동의 1위... 50여년간 도합 100억 개 가까이 팔려

케첩은 토마토 페이스트에 식초 등을 넣고 혼합해 만든다. 이 과정도 각 원료를 기계로 자동 배합해 투입한다.

토마토 페이스트는 토마토에서 심지를 따낸 다음 먹을 수 있는 부분을 농축시킨 걸쭉한 장(醬)이다. 오뚜기에서는 칠레·미국·중국 3개국에서 수입한 토마토를 사용한다.

제품이 만들어지고 나면 100℃에서 고온 살균을 거친 후 2차례에 걸쳐 85℃, 37℃로 냉각한다. 케첩을 고온 상태 그대로 용기에 담으면 갈변현상으로 제품 품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냉각 공정을 필수로 거친다.

마요네즈는 다르다. 공장 관계자는 ”케첩과 마요네즈는 비슷한 통에 담겨 있지만, 마요네즈는 고온 살균을 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마요네즈는 계란, 식초, 식용유가 주원료다. 계란 노른자와 흰자를 분리해 액란을 조합한 다음 식용유와 식초 등을 넣고 기름과 물이 잘 섞일 수 있도록 유화 과정을 거쳐 제조한다.

계란은 열을 가하는 순간 익어버린다. 마요네즈는 고온 살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케첩보다 유통기한이 3~4개월 짧다.

오뚜기는 유통기한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마요네즈에는 산소 차단이 가능한 용기를 사용한다.

정 부장은 “마요네즈는 고온 살균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포장재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며 “얼핏 한 겹 같은 말랑말랑한 마요네즈 용기가 사실은 서로 다른 소재(플라스틱·접착제·이보에이치 수지)를 이용해 3겹으로 이뤄져 있다”고 설명했다.

대풍공장에서는 케첩과 마요네즈를 300g 기준 분당 130개씩 만든다. 기본 케첩·마요네즈 뿐 아니라 당을 줄인 ‘하프 케첩’, 기름을 줄인 ‘하프 마요’, 계란 대신 콩을 사용해서 만든 비건용 ‘소이마요’처럼 소비자 취향에 맞춘 여러 타입 제품도 생산한다.

오뚜기 관계자는 “국내 최초 케첩과 마요네즈를 생산한 곳이 오뚜기”라며 “오뚜기 케첩은 국내 시장 점유율 90% 이상, 마요네즈는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뚜기에 따르면 지난 50여 년간 팔린 오뚜기 케첩과 마요네즈는 각각 누적 47억 개, 50억 개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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