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의 WOW 이제는 스타트업] 대한민국 경제의 '아이언돔'을 꿈꾸다
“유니콘 왕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영국이 올해 새롭게 시작한 캠페인이다. 올초 영국에서 열린 ‘비즈니스 커넥트 콘퍼런스’에서 한 창업가의 질문에 리시 수낵 영국 총리의 답변을 듣던 중 귀에 들어온 ‘유니콘 왕국’이라는 말이 나의 폐부를 찔렀다.
유니콘은 모든 스타트업의 꿈이자 명예의 전당과도 같은 키워드다. 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으로 창업한 지 10년 이하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일컫는 유니콘 기업은 창업과 혁신의 생태계에서 많은 이의 성공 지표이자 꿈이다. 창업한 사람이라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비즈니스 모델이기도 하다.
한국보다 유니콘 많은 이스라엘
여기서 나아가 유니콘 기업이 많아진다는 것은 단순히 성공한 기업이 늘어나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의 미래 경쟁력 혹은 막대한 경제파급 효과로 직결된다는 사실을 이제는 전 세계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단순히 성공한 기업을 의미하는 것을 넘어 첨단 기술, 고용 창출 등 국가의 미래 성장력을 ‘유니콘’이라는 마법 같은 단어에서 찾는 것이다.
나라별 유니콘 기업 수를 살펴보면 미국이 656개로 압도적이다. 그다음이 중국으로 172개다. 그리고 인도 70개, 영국 52개, 독일 30개, 프랑스 25개, 이스라엘 24개 순이다. 한국은 14개로 11위에 올라 있다(CB Insight, 2023년 7월 31일 기준). 인구도, 국가 면적도 우리나라의 5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 이스라엘이 어떻게 한국의 두 배가 넘는 유니콘 기업을 배출해 낼 수 있었을까? 어떻게 하면 한국의 유니콘 기업을 늘릴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이스라엘과 비교하다 보니 몇 가지 의미 있는 내용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에릭 슈밋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창업자들에게 이스라엘이 미국 다음으로 최고의 나라라고 한 적이 있다. 이스라엘 기업은 미국 기업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미국 시장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사업을 한다. 창업 초기부터 자국 시장보다는 미국 등 더 큰 시장을 염두에 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해외 투자 및 나스닥시장 상장 등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모든 창업자가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하면 세계에서 성공한다는 마음으로 실리콘밸리에 모이는 것처럼, 이스라엘도 세계에서 제일 큰 시장을 바로 공략하는 것이다. 세계 기술과 인재, 자본이 모이는 실리콘밸리와 ‘스타트업 네이션’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는 이스라엘을 벤치마킹하는 정책을 여러 나라가 앞다퉈 내놓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국방 예산으로부터 파생되는 혁신 생태계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지출 규모가 세계 상위그룹에 속하는 이스라엘은 딥테크를 필요로 하는 방위산업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그리고 그 경험과 인재를 민간으로 이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둬 유니콘 기업의 원천이 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인터넷 보안 시장 세계 최고 기업인 ‘체크포인트’도 이스라엘 인터넷 보안부대 ‘8200’ 출신이 설립했고, 한때 이슈였던 ‘아이언돔’도 엘리트 과학기술 전문 장교 집단인 ‘탈피오트’ 사관후보생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실전 배치까지 성공한 사례다. 이 부대 출신들이 세운 스타트업이 1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방위산업과 예산, 스타트업의 기술과 인적 자원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이스라엘을 창업 강국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아이언돔 제조사 라파엘의 하임 야코보비츠 부회장이 몇 년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과거에는 이스라엘의 방산기술이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데 도움을 줬다면 이제는 반대로 스타트업이 이스라엘의 방산기술을 이끌고 있다고 한 말은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방산이 한국 유니콘의 요람 되길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국방비 지출 규모는 약 57조원으로 세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수준이다. 분단국가라는 특성상 방위산업의 첨단 기술 개발이 아주 절실한 상황이기도 하다. 청춘의 일부를 의무적으로 군대에서 보내야 하는 청년들의 취업·창업에 대한 고민과 우리나라 미래 성장동력을 함께 고려한다면, 우리는 이스라엘 사례로부터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국내 방위산업 분야와 관련해 혁신 생태계가 활발하게 구축되고 스타트업이 육성된다면 기술과 인재, 자본 측면에서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갈 차세대 딥테크 유니콘 기업들의 또 다른 요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김현우 서울경제진흥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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