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7671일' 염경엽, LG 기적의 KS 승리에…"팬들께 죄송했다, 최원태는 바꿀지 고민"[일문일답]
[스포티비뉴스=잠실, 박정현 기자] "어제 경기를 져 정말 죄송했다. 뜨거운 응원에 보답하지 못해 아쉽고, 미안했다. 잠도 못 잤다."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이 대역전 드라마를 쓴 소감을 밝혔다. LG는 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kt 위즈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5-4로 역전승했다. LG는 1차전에서 2-3으로 역전패하고, 2차전도 1회부터 4실점하면서 2연패로 홈 2연전을 마무리하나 싶었는데, 어렵게 2차전을 승리로 장식하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LG는 2002년 11월 8일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8-7로 승리한 지 7671일 만에 한국시리즈 승리를 거뒀다.
정규시즌 1위 LG는 1차전에 kt에 일격을 당하는 바람에 우승 확률이 25.6%까지 떨어진 상황이었다. 1994년 마지막 우승 이후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외치던 기세도 자칫 꺾일 뻔했다. LG는 2차전을 잡으면서 우승 확률을 44.4%까지 끌어올렸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패배, 2차전 승리를 기록한 18팀 가운데 8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2차전까지 내줬더라면 우승 확률이 10%까지 떨어질 뻔했다.
선발투수 최원태의 부진은 뼈아팠다. 최원태는 ⅓이닝 20구 2피안타 2볼넷 무탈삼진 4실점이라는 참혹한 성적을 남기고 물러났다. 그러면서 LG는 불펜 총력전을 펼쳐야 했다. 이정용(1⅔이닝)-정우영(1⅓이닝)-김진성(⅔이닝)-백승현(⅔이닝)-유영찬(2⅓이닝)-함덕주(1이닝)-고우석(1이닝)까지 불펜 투수 7명을 투입해 힘겹게 9이닝을 채울 수 있었다. 최원태가 무너진 대신 불펜 투수들이 무실점 릴레이 호투를 펼친 게 주효했다.
타선에서는 베테랑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포수 박동원이 8회말 역전 투런포를 쏘아 올리는 등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박동원은 2차전 데일리 MVP로 선정됐다.
오스틴 딘은 팀에 선취점을 안기는 적시타를 날렸고, 오지환은 추격의 신호탄이 된 솔로포를 터트렸다. 김현수는 7회 4-3까지 쫓아가는 1타점 적시 2루타를 치는 등 주축 타자들이 고르게 활약하며 경기를 뒤집을 수 있었다.
다음은 염경엽 LG 감독과 일문일답.
-총평은.
(최)원태가 제구가 안돼 어려운 경기를 했다. 불펜들이 자기 역할을 해주며 승리의 발판을 만들었다. 타선에서도 지환이와 현수의 타점이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었다. 또 (박)동원이가 가장 중요한 순간 역전 홈런을 쳐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했다. 가장 중요한 건 오늘 승리가 1승이 아닌 시리즈의 자신감을 만들어주는 경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 소득은 젊은 불펜들이 경험이 없어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했는데, 좋은 투구를 해줘 그들을 더 과감하게 기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8일) 승리가 LG라는 팀에도 의미, 감독에게도 더 의미가 있을 듯한데.
매 경기가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시리즈에서도 중요했다. 나에게 가장 좋은 점은 8명의 선수가 투입돼 좋은 투구를 보였다. 운영할 수 있는 카드를 많이 만들었다. 경기 운영에 좋은 것 같다.
-최원태 조기 강판을 예상했는지와 앞으로 활용법은.
(최)원태가 5이닝을 던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제구가 안 돼 일찍 무너졌다. 전력분석파트와 상의해야겠지만, 일찍 내려온 것이 4차전에 쓸 수 있는 또 하나의 카드가 만들어졌다. (김)윤식이로 갈지 원태로 갈지 고민해보겠다.
최원태가 4차전을 안 나가게 되면 상의를 해봐야겠지만, 정용이가 선발로 들어갈 수도 있다. 휴식일에 많은 고민해보겠다.
-고우석이 하루 만에 부활했다.
어제도 구위는 나쁘지 않았다. 실투 하나를 상대가 잘 쳤다. 어제는 결과가 안 좋았지만, 오늘은 고우석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선수와 나, 스탭들 모두 우석이한테 자신감을 심어주는 말을 많이 했다. 우리 마무리 투수로서 지켜줘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안 좋았던 것, 직구가 날리는 부분 그러면서 변화구를 활용한 점 등을 얘기했다. 직구를 잡아내니 제구가 됐다. 오늘 기술적인 것들을 전달했고, 잘 보여줘 앞으로도 기대된다.
-홍창기에 대한 고민.
경기가 많이 남아있다. 자신의 모습을 찾을 것으로 생각한다.
-팬분들 많이 오셨는데, 선수들이 부담감을 떨쳤는지.
어제 경기를 져 정말 죄송했다. 뜨거운 응원에 보답하지 못해 아쉽고, 미안했다. 잠도 못 잤다. 우리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투수와 타격 파트 모두 다 똘똘 뭉쳐서 팬들에게 좋은 경기로 웃고 돌아갈 수 있게 만들어 감독으로서 고맙다.
-유영찬 투구는.
구위와 상대 타자에 대비해 교체했다. (승리조 운영에) 한 이닝이 비워 있었다. 투구수도 14개고 구위도 괜찮아 1이닝 더 끌고 갔고, 완벽하게 이닝을 막아 역전의 발판이 됐다.
-홈런 세리머니는.
항상 했던 세리머니인데, 한국시리즈라 그런 것 같다. 선수들은 팬들처럼 더그아웃에서 ‘박동원’이라고 하더라. 선수들이 어느 때보다 우승에 대한 열정과 절실함이 있다. 그 절실함이 있어 승리할 수 있었다.
-도루 실패는.
민재 도루는 스타트가 늦었고, 상대 포수 장성우의 송구가 정확했다. 고영표와 윌리엄 쿠에바스 모두 슬라이드 스탭을 정규시즌보다 대비했다. 많이 뛰지 않고, 거기에 맞춰서 대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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