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살해 교통사고 위장’ 혐의 부사관 징역 30년 구형

중형 불구 유가족 억울함 호소
“병원 갔으면 고인 살릴 수 있어”
피고 “아내 극단 선택” 무죄 주장

“누나가 위태로웠을 때 병원에 데려갔어야지 망설였다는 게 말이 됩니까.”

동해에서 아내를 살해한 뒤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위장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육군 부사관과 관련, 피해자 가족들이 억울함을 호소했다. 군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지만 해당 부사관 측은 여전히 무죄를 주장했다.

8일 제3지역군사법원 제2부 심리로 열린 육군 원사 A(47)씨의 살인과 사체손괴, 보험사기특별법 위반 혐의 사건 결심공판에서 군 검찰은 A씨에게 징역 30년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앞서 A씨는 지난 3월 8일 오전 4시 58분쯤 강원 동해시 구호동 한 도로에서 피해자를 조수석에 태우고 가다가 옹벽을 들이받는 등 위장 교통 사망사고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피해자가 심한 골절상을 입었지만 소량의 혈흔만 발견된 점을 수상히 여긴 경찰이 CC(폐쇄회로)TV를 분석한 결과 해당 차량이 수차례 사고 지점을 맴도는 모습을 확인,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했고 그 결과 ‘경부 압박’과 ‘다발성 손상’이 사인으로 지목됐다. 군은 A씨를 살인과 사체손괴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날 A씨는 아내의 극단선택을 알리고 싶지 않아 그런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내의 신앙심을 지켜주기 위해 그런 선택을 했다”며 “호흡과 맥박을 확인했을 때 울면서 아내를 바라봤고, 아이들도 충격이 클 것 같아 (아내를) 차에 태웠다. 그리고 교회에 가서 기도를 할 지, 경찰서를 갈 지 망설이던 찰나 눈 앞에는 (들이받은) 옹벽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의 진술을 듣던 피해자의 동생이 소리를 지르며 법정에 난입했다. 법정에 난입한 그는 “우리 누나가 당신에게 얼마나 잘했는데 그런 짓을 하냐”며 “그랬으면 병원으로 갔어야지. 그러면 누나를 살릴 수 있었다”면서 A씨의 멱살을 잡아 결국 법정에서 퇴장했다. 재판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피해자의 동생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로 누나를 모욕하는 언행을 했다. 도저히 참고 있기 힘들어서 하면 안되는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수사 단계에서 본 법정에 이르기까지 범행을 모두 부인하고, 범행 이후 은폐 목적으로 여러 차례 진술을 번복하는 등 수사를 방해해왔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또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을 경우 있어야 할 삭흔이 없고, A씨가 진술한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 도구가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들어 A씨의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했다. A씨의 1심 선고 공판은 내달 5일 진행된다. 신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