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영]“역사에 남을 몰락”… ‘공유경제 아이콘’ 위워크 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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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돈 없이도 도심 속 고층 빌딩에 세련된 사무실을 낼 수 있다.
공간을 빌리면 맥주와 커피가 무제한 제공된다.
유연한 업무공간의 미래라는 찬사를 받으며 글로벌 공유오피스 업체 위워크는 '공유경제의 아이콘'으로 치켜세워졌다.
하지만 4년 전 470억 달러(약 62조 원)의 가치를 인정받던 이 회사는 6일 미국 뉴저지주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며 신화의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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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건물에서 시작한 위워크는 불과 9년 만에 전 세계 120여 개 도시에 800여 개 지점을 운영하는 세계 최대 공유오피스 업체로 급성장했다. 대형 건물을 층 단위로 장기 임차한 뒤 이를 쪼개 스타트업 등에 단기 재임대하는 사업 방식이었다. 부동산 임대 사업에 공유경제 개념을 더했고, 네트워크 효과를 통한 정보기술(IT) 기업을 표방했다. 든든한 투자 지원군도 있었다. 2016년 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뉴욕의 위워크 본사를 단 12분 둘러본 뒤 44억 달러짜리 수표를 끊어 줬다.
▷공동창업자 애덤 뉴먼의 카리스마도 성공에 한몫했다. 어린 시절 이스라엘의 키부츠(집단농장)에서 생활하며 공동체와 공유경제를 배웠다는 경험담은 스토리가 됐다. 196cm의 훤칠한 키에 긴 머리를 휘날리면서 무대에 올라 좌중을 사로잡았다. “지금까지는 ‘I’(아이폰)의 시대였지만 앞으로 10년은 ‘We’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TGIM(Thank God, It’s Monday)’을 외치며 일터의 혁신을 주창했다. 월요일을 기다리며 하루빨리 출근하고 싶은 사무실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비전이었다.
▷하지만 2019년 상장을 준비하면서 투자설명서를 공개하자 투자자들은 경악했다. 매출 1달러를 벌기 위해 2달러를 쓰는 빈껍데기였다. 일정 궤도에 오르면 고객이 늘어나도 추가 비용이 늘지 않는 테크 기업들과 달리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부동산 임대비용이 늘어났다. 자가용 비행기를 구매하고 자신의 부동산을 위워크에 임대해 사익을 챙긴 창업자 뉴먼의 방만 경영도 도마에 올랐다. 이 와중에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산해 공실률이 치솟으면서 사업모델은 치명상을 입었다.
▷위워크의 몰락과 함께 한때 각광받던 공유경제 모델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실상 전문 임대업으로 변질된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는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받으며 각국의 규제를 받고 있다. 차량, 킥보드, 의류 등의 공유업체들도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혁신의 화려한 포장지에 현혹되지 말고 기업가치의 본질을 보라. 공유경제 아이콘의 퇴장을 통해 우리가 공유해야 할 교훈이다.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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