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박훈상]전권 줬더니 월권 없다는 인요한의 유교식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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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온돌방 아래서 자란 사람이다. 월권하지 않는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혁신위원장직 임명 후 보름 넘도록 통합과 희생, 혁신을 키워드로 무수한 쇄신의 메시지를 쏟아냈으나 '월권'만 귀에 박혀 떨어지지 않는다.
의사는 가족이나 가까운 사이엔 칼을 대지 않는다는데 윤 대통령과 '안면(顔面) 받치는 사이'가 쇄신의 메스를 들이댈 수 있느냐는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혁신 뒤에 대통령의 그림자가 아른거려선 쇄신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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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혁신위원장직 임명 후 보름 넘도록 통합과 희생, 혁신을 키워드로 무수한 쇄신의 메시지를 쏟아냈으나 ‘월권’만 귀에 박혀 떨어지지 않는다. 인 위원장은 임명 당일 혁신위 활동 범위와 안건 등에 전권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그는 취재진이 수직적인 대통령실과 당과의 관계부터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고 질문하자 “월권”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른 인터뷰에선 “대통령 위로 올라가라는 것은 월권”이라고도 했다. 수직적 상하관계를 흔들면 안 된다는 유교적 답변을 반복한 것.
인 위원장은 지난달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정확히 3번 식사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5월 윤 대통령 취임식에 국민대표 20인 중 한 명으로 참석했고, 올해 참전용사 후손 자격으로 한미동맹 70주년 특별전 관람에 윤 대통령 내외와 동행한 인연도 있다.
인 위원장은 윤 대통령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하나도 비판할 것이 없다”며 “외교는 너무 잘했고 한국 이익을 철저하게 챙기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방법론에서 매끈하지 않지만 그게 매력”이라며 “(윤 대통령이) 정확하게 얼마나 큰일을 하고 있는지 (우리의) 인식이 부족하다”고 평했다. 인 위원장은 “10개 잘하고, 1개 못하면 (인식이) 1개에 머물러 있다”며 “‘perception(인식)’과 ‘reality(현실)’하고 다르다”고도 했다.
이런 인식 때문일까. 인 위원장의 쇄신은 대통령실을 비켜나 당의 3대 축인 당 지도부와 중진, 그리고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이란 친윤(윤석열)계 핵심만 겨누고 있다. 하지만 인 위원장의 내년 총선 불출마나 수도권 험지 출마 권고에 화답하는 의원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 국민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정부 여당을 심판하면서 대통령실과의 관계 재정립도 요구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유독 이것만은 끝내 외면하면서 쇄신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비윤(윤석열)계인 여당 초선 의원은 “보선 참패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당정 관계를 수평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가장 많았다”고 꼬집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인 위원장을 만나 “위원장 권한은 그 위로 당 대표, 대통령이란 두 단계가 있어 한계가 있다”며 “그러나 혁신위원장으로서 소신을 관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콕 집어 “국민의힘은 대통령 얼굴만 쳐다보는 정당”이라고 했다.
쇄신의 성공은 정확한 진단과 처방에 달려 있다. 여당 의원들이 대통령실만 바라보고 있다면 쇄신의 메스를 그곳부터 들이대야 한다. 인 위원장은 의사 출신이다. 의사는 가족이나 가까운 사이엔 칼을 대지 않는다는데 윤 대통령과 ‘안면(顔面) 받치는 사이’가 쇄신의 메스를 들이댈 수 있느냐는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7일 대통령실 국정감사가 끝나고 용산발 인사들의 출마 열풍이 시작됐다. 총선마다 반복되는 사람만 쳐내려는 혁신만 있고, 당정 관계 문제, 용산 대통령실 출신의 험지 출마 등에 대한 인 위원장의 명확한 메시지가 없다. 혁신 뒤에 대통령의 그림자가 아른거려선 쇄신할 수 있겠나.
박훈상 정치부 차장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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