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가 말한다…‘손·황’ 얼마나 뛰어난 골잡이인지”
황희찬, 기대득점 2.4골인데 6골
손흥민은 4.5골 기대 상황서 8골
득점 선두 홀란보다 훨씬 뛰어나
각 구단 스카우팅까지 적극 활용
김민재 영입엔 ‘패스 강점’ 작용
최근 아시아 전역을 누비고 있는 롭 베이트먼 옵타(Opta) 데이터 인사이트 총괄이사(58)는 스포츠 통계 전도사로 불린다. 과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스포츠 데이터의 숨겨진 가치를 찾아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가 발굴한 숫자로 팬들은 스포츠에 숨겨진 스토리를 즐기고, 감독과 선수는 승리로 가는 지름길을 얻고 있다. 지난 7일 경향신문사에서 만난 베이트먼 이사는 “스포츠를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한국에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평범한 광고 마케터였던 그는 1998년 옵타에 입사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옵타를 상징하는 엑스(X·옛 트위터) 계정(Optajoe)이 바로 그가 만들어낸 첫 작품이다.
베이트먼 이사는 “좋아하는 축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다. 코칭 수업은 나와 맞지 않았고 광고계에서 일한 경력으로 아스널 팬진에 글을 쓴 것이 인연이 돼 스포츠 데이터 전문가가 됐다”고 떠올렸다.
당시만 해도 옵타는 영국 ‘스카이스포츠’가 중계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분석팀에 불과했지만, 그가 데이터에서 발견한 스토리가 큰 인기를 모으면서 세계에서 핫한 스포츠통계업체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미국 시장의 리더인 스태츠와 합병하면서 이 분야의 진정한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베이트먼 이사는 한국 언론이 통계를 활용해 EPL을 호령하고 있는 손흥민(31·토트넘)과 황희찬(27·울버햄프턴)의 숨은 가치를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EPL 득점 공동 2위(8골), 황희찬은 득점 공동 6위(6골)를 달리면서 이미 크게 각광받는 터라 의아했다.
베이트먼 이사는 골잡이가 갖춰야 하는 골 결정력을 주목했다. 두 선수의 EPL 실제 득점에서 슈팅에 따른 기대득점(xG)을 빼면 골잡이로 얼마나 빼어난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이트먼 이사는 “우리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황희찬은 기대득점 2.4골의 슈팅 상황에서 6골을 넣었고(+3.6), 손흥민은 4.5골이 기대되는 슈팅으로 8골을 넣었다(+3.5). 두 선수가 이 부문 EPL 1~2위”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 득점왕이자 이번 시즌 득점 선두인 엘링 홀란(23·맨체스터 시티)은 11골을 넣었는데 기대득점은 정직한 수준인 10.6이라는 점에서 비교된다.
베이트먼 이사는 “손흥민은 해리 케인(30·바이에른 뮌헨)이 떠난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웠다. 아스널 팬인 나로선 답답하다. 아스널 상대로 최근 8경기에서 6골 2도움을 기록했다”며 탄식했다.
베이트먼 이사는 스포츠 통계를 활용하는 분야가 점점 늘어가는 것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그라운드에 전자장치의 반입을 허가한 뒤 각국 축구팀이 전술과 전략 그리고 스카우팅까지 모든 분야에서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카우팅의 변화가 가장 극명하다. 제한된 예산에서 최적의 선수를 데려오는 방편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한 클럽이 중앙 수비수를 데려오고 싶을 때 전 세계의 모든 선수를 살펴보는 게 아니라 자신의 팀에 필요한 장점을 데이터로 걸러내면 영입 작업이 수월해진다”면서 “강팀은 패스를 잘하는 수비수, 약팀은 열심히 뛰고 수비 잘하는 선수를 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베이트먼 이사는 아시아 선수 최고 몸값을 기록한 김민재(27·바이에른 뮌헨)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토마스 투헬 바이에른 뮌헨 감독(50)이 평소 수비수의 덕목으로 패스를 강조했는데, 김민재의 최고 강점이기도 하다. 김민재는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 시절 35경기를 뛰면서 패스 시도(2799회)와 성공 횟수(2547회) 모두 1위를 기록했다. 뮌헨은 옵타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구단이기도 하다.
베이트먼 이사는 “뮌헨은 우리의 데이터뿐만 아니라 훈련 및 의료 데이터 등도 함께 활용해 (김민재 영입)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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