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LG’를 묶었다…가을에도 고! 영표
올 시즌 LG전 승리 없이 ‘2패’
“패배 잊지 않았다” 타선 제압
9회초 역전승 발판 만들어내
2년 전 중간계투 아쉬움 날려
프로야구 KT 토종 에이스 고영표(32)는 올해 유난히 LG전 성적이 좋지 않았다. 3차례 선발 등판 포함, 4경기에서 18.1이닝밖에 던지지 못하고 15실점, 평균자책이 7.36이나 됐고 승리 없이 2패만 기록했다. 올시즌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 이하)가 리그에서 가장 많은 17번이나 될 정도로 안정적인 투수지만 LG전에서는 1번에 그쳤다.
LG는 올시즌 도루 1위 팀이다. 염경엽 감독 체제로 바뀐 뒤 더 많이 뛰어다니며 상대 배터리를 파고드는 야구를 했다. 언더핸드인 고영표를 상대로 가장 최근 경기였던 9월7일에는 무려 5개의 도루를 성공하기도 했다. 2021년에는 LG 상대 6경기에서 3승1패 평균자책 1.73으로 좋았던 고영표가 올시즌 흔들린 이유로 꼽혔다.
고영표는 지난 7일 LG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 선발로 나서 KT를 3-2 승리로 이끌었다. 동점에서 물러나 승리 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6이닝 7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했다. 야수들의 실수가 잇따르는 가운데 1회 2실점 이후로 LG 타선을 완전히 제압해 9회초 역전승 발판을 만들었다.
리그 ‘톱급’으로 올라선 고영표의 등판은 KT의 필승카드다. 그런데 LG에 약했다는 상대성으로 인해, 특히 케이시 켈리와 격돌하게 된 1차전을 앞두고 전망은 엇갈렸다. 고영표는 이를 완전히 뒤집었다. 고영표는 “정규시즌에 우리가 LG에 많이 졌다. 그 패배를 잊지 않아서 오늘 승리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영표는 ‘뛰는 LG’를 대비했다. 고영표는 “정규시즌에 LG에 도루를 많이 허용하면서 심리적으로 힘들게 경기했다. 세트포지션과 퀵 모션도 중요하지만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원하는 데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그 부분을 연습했다”며 “그런데 오늘 LG 주자들이 잘 안 뛰더라. 시도를 잘 안 하던데 운이 좋았는지 모르지만 또 등판하게 되더라도 안 내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규시즌에 비해 도루 시도를 신중히 하겠다고 했던 LG는 이날 도루 시도를 하지 않았다.
고영표는 군 복무를 마치고 2021년 리그에 복귀해 바로 평균자책 2.92로 11승을 거두고 리그 퀄리티스타트 1위에 오르는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복귀하자마자 KT가 창단 첫 우승을 하는 데 주역이 됐다. 그러나 그해 두산과 맞붙은 한국시리즈에서는 선발이 아닌 중간계투로 뛰었다. 정규시즌에 두산 상대로 아주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정규시즌을 선발로 뛰고 생애 첫 한국시리즈를 불펜으로 나서게 된 고영표에게는 아쉬움도 있었던 가을야구였다. 지금 고영표는 그 아쉬움도 완전히 털어내고 있다. 2022년 준플레이오프 3차전 패배로 더해졌던 ‘가을야구에 약하다’는 선입견도 떨쳐냈다.
올해 가을야구에서 고영표는 KT의 ‘첫 승’을 도맡고 있다. NC에 2패로 밀려 벼랑 끝에 섰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6이닝 3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으로 데뷔 첫 포스트시즌 승리 투수가 되면서 KT의 ‘리버스 스윕’ 반격을 이끌었고, 한국시리즈에서는 1차전에 선발 등판해 꿈같은 승리를 이끌었다. 승리 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최고의 무대 한국시리즈에 처음 선발 등판해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가을야구를 거치면서 또 한 단계 올라섰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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