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청부사? 처참했던 최원태, 극적 역전승에도 남은 ‘잔혹사’의 기운

안형준 2023. 11. 8.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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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뉴스엔 글 안형준 기자/사진 표명중 기자]

결국 또 '잔혹사'가 될까.

LG 트윈스는 11월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3 신한은행 SOL 한국시리즈' 2차전 경기에서 승리했다. 이날 LG는 5-4 역전승을 거뒀고 시리즈를 1승 1패 원점으로 돌렸다.

LG는 이날 7회까지 끌려가는 경기를 펼쳤다. 원인은 선발 최원태의 부진이었다. 2차전 선발투수 중책을 맡은 최원태는 1회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고 0.1이닝만에 강판됐다.

시작부터 문제였다. 1회초 선두타자 김상수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고 후속타자 황재균에게 볼카운트 2-1로 몰린 뒤 안타를 허용했다. 코칭스태프가 급히 마운드를 방문해 안정을 시키려 했지만 후속타자 알포드에게 다시 볼넷을 허용한 최원태는 박병호에게 땅볼을 이끌어냈고 3루수 문보경이 홈으로 송구해 실점을 막았다. 하지만 장성우에게 볼카운트 2-1로 몰린 끝에 2루타를 얻어맞았다.

결국 LG 벤치는 더 두고보지 않았다. 0.1이닝 20구만에 최원태를 강판시키고 이정용을 투입했다. 이정용이 승계주자 2명의 득점을 모두 허용하며 최원태는 0.1이닝 4실점으로 한국시리즈 2차전을 마쳤다.

그야말로 처참한 결과였다. LG 입장에서 최원태가 그저 한 명의 선발투수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최원태는 LG가 여름 트레이드 시장에서 '우승 청부사'로 영입한 선수였다. 키움 히어로즈에 외야수 이주형과 투수 김동규, 2024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내주고 최원태를 영입했다. 켈리가 부진하고 플럿코가 부상을 당한 상황에서 선발투수가 필요한 LG가 플럿코를 대신할 '2선발'로 최원태를 품은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트레이드 전 키움에서 17경기에 선발등판해 평균자책점 3.25를 기록한 최원태는 이적 후 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70으로 부진했다. 이적 후 퀄리티스타트 피칭을 펼친 것은 단 두 번 뿐이었다. 가장 믿음을 줄 투수가 돼달라는 기대로 영입한 최원태였지만 LG 선발진에서 가장 부진한 선수가 됐다.

이 부진은 한국시리즈에서도 이어졌다. 시작부터 전혀 '영점'을 잡지 못했고 스트라이크를 넣는데 급급했던 최원태는 시작부터 승기를 내줬고 단 0.1이닝만에 강판됐다. 정규시즌 부진도 모자라 가장 중요한 한국시리즈에서 최악의 피칭을 펼친 것이다.

LG가 최원태 영입을 위해 키움에 내준 이주형은 이적 후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메이저리그로 향하는 이정후의 뒤를 이을 스타로 벌써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LG 입장에서는 더욱 뼈아플 수 밖에 없다.

LG는 이미 히어로즈와 트레이드에서 뼈아픈 경험을 한 바 있다. 바로 2011년 박병호를 히어로즈로 보낸 트레이드다. 당시 LG는 김성현과 송신영을 영입하며 박병호와 심수창을 히어로즈로 보냈다. 송신영은 1년만에 LG를 떠났고 김성현은 승부조작에 연루돼 사라졌다. 반면 박병호는 히어로즈 이적 후 KBO리그를 지배하는 거포가 됐고 메이저리그에도 다녀왔다.

비록 LG는 또 다른 '히어로즈 출신' 박동원의 역전포에 힘입어 2차전에서 승리했지만 최원태에 대한 고민은 남았다. 2차전에서 승리한 뒤 염경엽 감독은 "투구 수가 많지 않았던 만큼 최원태가 4차전에 다시 선발등판할 수도 있다"면서도 "최원태를 아예 한국시리즈 전력에서 빼고 갈지도 상의를 할 것이다"고 밝혔다. 30년 가까이 이어진 '한'을 풀기 위한 마지막 퍼즐로 야심차게 영입한 선수였지만 단 0.1이닝만에 한국시리즈 전력에서 제외될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이날 승리를 바탕으로 LG가 정상에 오른다면 최종 목적은 이루게 되는 것이지만 최원태의 활약으로 이룬 것이 아닌 만큼 많은 고민이 남을 수 밖에 없다.(사진=최원태)

뉴스엔 안형준 markaj@ / 표명중 acep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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