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포로 잠실 뒤흔든 LG 박동원 "우리는 2만명과 힘합쳐 싸운다"(종합)[KS]

김주희 기자 2023. 11. 8.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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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로 끌려가던 8회 역전 투런포…KS 2차전 데일리 MVP
21년 만에 KS 오른 LG, 2002년 11월 8일 이후 KS 승리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8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2차전 경기, 8회말 1사 주자 2루 상황, LG 7번타자 박동원이 투런 홈런을 날린 후 홈인하고 있다. 2023.11.08.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LG 트윈스 박동원(33)이 짜릿한 역전 홈런으로 팀에 21년 만의 한국시리즈(KS·7전4승제) 승리를 안겼다. 호쾌한 스윙에 잠실벌은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박동원은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쏠 KBO KS 2차전 KT 위즈와 경기에 7번 타자 포수로 선발 출전, 가장 극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팀이 3-4로 뒤진 8회 1사 2루에 타석에 들어선 박동원은 KT가 자랑하는 구원 투수 박영현의 초구 체인지업을 통타, 왼쪽 펜스를 넘어가는 투런 아치를 작렬했다.

이날 1회에만 4실점하며 경기 내내 끌려가던 LG에 첫 리드를 선사한 역전 홈런이었다. LG가 5-4로 승리하며 박동원은 결승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KS 2차전 데일리 최우수선수(MVP)은 당연히 박동원의 몫이었다.

전날 1차전을 2-3으로 패한 뒤 분위기가 가라앉았던 LG는 이날 승리로 다시 흐름을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LG는 2002년 삼성 라이온즈와 KS에서 준우승을 거둔 후 21년 만에 KS 진출에 성공했다. 그해 11월 8일 8-7로 이긴 5차전이 가장 최근 KS 승리였던 LG는 21년 후 돌아온 11월 8일에 다시 승리의 시계를 돌렸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2차전 LG 트윈스 대 KT 위즈 경기, LG가 KT를 5대4로 역전승했다. LG MVP 박동원이 상금을 받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1.08. kkssmm99@newsis.com


선발 포수 박동원에게는 쉽지 않은 하루였다. 이날 LG 선발 최원태는 아웃 카운트 하나만 잡고 4실점 했다. 선발 투수가 무너지면서 LG는 연이어 구원 투수를 올리며 불펜 데이를 가동해야만 했다.

안방을 지키는 박동원은 불펜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추가 실점을 내주지 않고 호시탐탐 반격 기회를 노렸다.

타석에서도 쉽지 않았다.

박동원은 전날 열린 1차전에서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이날도 초반 타격 페이스가 좋지 않았다. 2회 무사 1루에서 병살타에 그쳤고, 4회 1사 후에는 좌익수 뜬공으로 잡혔다.

꽁꽁 묶였던 박동원의 방망이는 팀이 2-4로 추격하던 2사 후 KT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에 좌전 안타를 치며 마침내 침묵을 깼다.

몸을 푼 박동원은 한 점차까지 따라간 8회 승부를 뒤집는 홈런을 쏘아 올리며 강렬한 존재감을 선사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4년 총 65억원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고 LG로 이적한 박동원은 새 팀에 합류하자마자 맹활약을 펼쳤다.

지난 5월까지 13홈런을 때려내는 등 시즌 초반 홈런 레이스를 이끌며 팀의 선두 싸움에 앞장섰다. 시즌 중반 이후 주춤했지만 한방 능력을 갖춘 박동원이 버티고 있는 LG 타선은 상대 투수에게 부담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공수에서 활약하며 팀의 정규시즌 1위에 큰 힘을 보탠 박동원은 정상으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 앞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며 팀을 웃음 짓게 했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2차전 LG 트윈스 대 KT 위즈 경기, 5-4로 승리한 LG 선수들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2023.11.08. kmn@newsis.com

승리 후 만난 박동원은 홈런 상황을 떠올리며 "솔직히 들어가면서 3루수를 쳐다봤다. 어떻게든 살아나가 팀에 도움이 되고 싶어서 기습번트를 고민했는데, 치길 잘했다"며 "투수가 워낙 구위가 좋아서 늦지만 말자고 생각했는데 스윙이 잘 나왔다"며 활짝 웃었다.

타구가 날아가는 순간 홈런을 직감한 관중들은 커다란 함성을 내질렀다. 박동원에게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됐다. 박동원은 "너무 짜릿했다. (더그아웃에 들어와서는 선수들에게) 너무 많이 맞았다. 눈물이 살짝 날 것 같았다"며 벅찬 감동을 전했다.

최원태가 강판된 후 7명의 불펜 투수와 호흡을 맞춘 것에 대해서는 "우리 투수들이 정규시즌 보다 더 잘 던졌다. 정규시즌 때는 반대투구도 오고 하는데, 오늘은 그런 게 없더라. 투수들이 잘해주고 집중력이 좋아서 1회 이후로 실점이 없었다"며 공을 돌렸다.

비록 최원태가 아쉬움을 남기긴 했지만 8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강력한 구원진은 KT에 충격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박동원은 "상대 입장에선 새로운 투수들을 계속 만나니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 투수들마다 직구 다음으로 잘 던지는 변화구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구종 선택을 하기가 좋았고 편하게 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LG는 1994년 이후 29년 만의 통합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오랜 숙원을 풀길 원하는 팬들은 연일 야구장을 가득 메우며 선수들에 열띤 응원을 보내고 있다.

박동원은 "유광점퍼를 입은 분들이 정말 많더라. 우리는 (응원해주는 팬) 2만명과 힘을 합쳐서 싸우고 있다고 느낀다"며 "KT팬들도 많이 오셨지만, LG팬들이 티켓팅을 잘하신 것 같다. 너무 큰 힘이 되고 있다"며 미소지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juh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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