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에 엇갈린 희비…LG는 웃고, KT는 울상[KS]

LG, 선발 조기 강판에도 불펜진 호투로 역전승
KT, 믿을맨 손동현·박정현 줄줄이 '흔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8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2차전 경기, 5회초 LG 교체투수 유영찬이 역투하고 있다. 2023.11.08.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2차전에서 불펜이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희비를 갈랐다.

8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2023 신한은행 쏠 KBO KS 2차전에서 LG가 8회 터진 박동원의 역전 투런포에 힘입어 5-4로 승리를 거뒀다.

1차전에서 2-3으로 뼈아픈 패배를 당했던 LG는 1점차 패배를 고스란히 갚아주며 시리즈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데 성공했다.

LG는 선발 투수 최원태의 조기 강판이라는 악재가 있었지만 불펜진이 줄줄이 무실점 투구를 선보이면서 역전승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반면 KT는 1회 4점을 내고도 이번 가을야구 무대에서 가장 믿음직한 모습을 보이던 손동현, 박영현이 줄줄이 흔들리면서 역전패라는 뼈아픈 결과를 받아들었다.

LG 선발 최원태는 최악의 투구를 한 채 마운드를 일찌감치 내려갔다. 잡은 아웃카운트는 단 한 개였다. ⅓이닝 2피안타 2볼넷 4실점이 이날 최원태가 남긴 기록이다.

볼넷 2개와 안타 1개로 무사 만루에 몰린 최원태는 박병호에 3루 땅볼을 유도해 3루 주자 김상수를 홈에서 아웃시켰지만, 장성우에 2타점 좌전 적시 2루타를 맞았다.

LG 벤치는 결단을 내렸다. 불펜 소모를 감수하고 최원태를 조기 강판하는 결정을 내렸다.

1사 2, 3루 상황에 등판한 이정용이 배정대에 2타점 좌중간 적시타를 헌납했고, LG는 0-4로 뒤졌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7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LG 트윈스와 KT 위즈 경기, 9회 초 LG 고우석이 역투하고 있다. 2023.11.07. kch0523@newsis.com

그러나 LG 불펜진의 쇼는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LG 불펜에서는 최원태의 뒤를 이어 7명의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실점한 투수는 한 명도 없었다. 투수 컨디션과 상대 타자를 고려한 적절한 교체 타이밍도 빛을 발했다.

이정용이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책임진 뒤 마운드에 오른 정우영이 3회를 삼자범퇴로 끝낸 뒤 4회 연속 안타를 맞자 곧바로 김진성을 마운드에 올렸다. 김진성은 조용호를 볼넷을 내보내 1사 만루를 자초했으나 김상수를 우익수 뜬공으로, 황재균을 삼진으로 잡고 실점을 막았다.

5회 등판한 백승현이 2사 후 볼넷과 안타를 연달아 내주자 LG는 또다시 지체없이 투수를 바꿨다. 유영찬이 올라왔고, 문상철을 삼진 처리했다.

LG는 7회까지 유영찬을 교체하지 않았다. 유영찬이 6회에 9개의 공만 던지고 삼자범퇴로 끝내자 7회까지 맡기기로 했다. 유영찬은 8회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8, 9회 마운드에 오른 함덕주와 고우석은 1이닝씩을 무실점으로 책임졌다. 전날 1차전에서 2-2로 맞선 9회 등판헤 문상철에 결승 2루타를 맞았던 고우석은 이날은 뒷문을 단단히 걸어잠갔다.

LG 불펜진이 줄줄이 호투를 이어가자 타선도 김현수의 적시타, 박동원의 역전 투런포로 화답했고, 역전승으로 이어졌다.

염경엽 LG 감독은 경기 후 "초반에 어려운 경기를 했는데 불펜들이 자기 역할을 해주면서 승리의 발판을 만들어줬다. 젊은 불펜 투수들이 경험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좋은 경험을 했다. 앞으로 정우영, 유영찬, 백승현 등을 과감하게 기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칭찬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8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2차전 경기, 7회말 KT 교체투수 손동현이 역투하고 있다. 2023.11.08. mangusta@newsis.com

이어 "오늘 구위와 상대 타자를 보고 교체 타이밍을 잡았다. 불펜 운용 중에 한 이닝이 비어있었는데 6회까지 유영찬의 투구수가 14개 밖에 안되고, 구위도 좋아서 1이닝을 더 끌고 갔다"며 "완벽하게 막아줘서 역전의 발판이 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KT는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가 6이닝 8피안타(1홈런) 3탈삼진 2볼넷 2실점으로 제 몫을 다했지만, 타선이 LG 불펜진에 꽁꽁 묶인 가운데 믿었던 불펜 자원이 흔들리면서 쓰라린 역전패를 떠안았다.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PO) 5경기에서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해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오르고 KS 1차전에서도 2이닝 무실점 쾌투를 펼친 손동현은 7회 등판해 2사 후 박해민에 볼넷을 내줬다.

KT는 손동현을 내리고 박영현을 투입하며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를 가져갔는데 박영현은 김현수에 우측선상 2루타를 맞아 LG에 추격하는 점수를 줬다. 손동현의 포스트시즌 무실점 행진도 멈춰섰다.

박영현은 8회 볼넷과 희생번트를 허용해 1사 2루에 놓였고, 박동원에게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역전 투런 홈런을 맞았다. 체인지업이 가운데로 몰리면서 결승 홈런을 헌납하고 말았다.

올 시즌 홀드왕인 박영현도 KT가 자랑하는 불펜 자원이다. PO 4경기에서 5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KS 1차전에서는 3-2로 앞선 9회말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책임지고 세이브를 따냈다.

하지만 이날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손동현이 조금 지친 모습을 보여서 빨리 교체했다.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그간 잘해줬다. 내일 하루 쉬면 좋아질 것"이라며 "박영현이 전날 타구에 맞은 것은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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