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실패했는데도 내 이름 연호에 큰 힘”···오늘은 완벽했던 고우석, LG도 기사회생 ‘첫승’[KS2]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LG가 역전패 충격을 되갚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LG는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KT를 5-4로 꺾었다.
전날 잠실구장을 가득 채운 2만3750명 관중 앞에서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에이스 케이시 켈리가 호투해 앞서던 경기를 마무리 고우석이 무너져 역전당했던 LG는 2차전을 불펜의 힘으로 잡고 시리즈의 균형을 맞췄다. 전날 2-2로 맞선 9회초 등판해 결승타를 맞고 패전했던 고우석은 2차전에서는 5-4로 역전하자 9회초 등판해 깔끔하게 승리를 지켜냈다.
LG는 선발이 0.1이닝 만에 강판된 경기를 잡았다. 정규시즌 1위지만 KT에 비해 선발이 취약한 LG는 국내 선발 3명 중 최원태를 2차전 선발로 내세웠다. 그러나 최원태가 경기 시작하자마자 볼넷 2개와 안타로 만루를 채우고 1사 만루에서 장성우에게 좌익선상 2루타로 2점을 내줬다. LG는 바로 투수를 교체했다. 1사 2·3루에서 이정용을 투입했으나 6번 배정대에게 좌중간 적시타를 맞고 또 2실점, 1회에만 역대 한국시리즈 1회초 최다득점 타이기록인 4점을 내준 채 끌려갔다.
일찌감치 불펜을 가동하며 불과 5회까지 6명의 투수를 투입한 LG와 반대로 KT는 선발 쿠에바스가 6이닝을 호투했다. 3회말 2사 1·3루에서 4번 딘 오스틴에게 적시타로 1점만 내준 채 5회까지 4-1 리드를 지켰다.
그러나 타선이 가라앉았다. LG 불펜은 3회부터 정우영-김진성-백승현-유영찬이 차례로 등판해 KT 방망이를 점점 마비시켰다. KT는 4회말 1사 만루에서 김상수와 황재균이 외야플라이와 삼진으로 물러나고, 5회 2사 1·2루에서는 문상철이 삼진으로 돌아서며 추가점을 뽑지 못했다.
결국 LG 추격의 물꼬를 오지환이 텄다. 6회말 1사후 쿠에바스의 컷패스트볼을 받아쳐 우월 솔로홈런으로 2-4를 만들었다.
6회까지 97개를 던져 임무를 마친 쿠에바스가 내려간 뒤 KT는 이번 가을 철벽 불펜 손동현-박영현을 투입했다. 플레이오프부터 전경기를 쉬지 않고 달리던 철벽 듀오가 처음으로 무너졌다.
손동현이 2사후 2번 박해민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번 가을 손동현의 첫 볼넷에 KT는 바로 박영현으로 교체했다. 그러나 박영현이 김현수에게 우월 적시 2루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플레이오프 5경기에 모두 나가 7이닝 무실점,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2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손동현의 이번 가을 첫 실점이 기록됐다.
3-4로 추격한 LG는 8회말 결국 역전했다. 선두타자 오지환이 볼넷으로 출루하자 문보경이 희생번트로 1사 2루를 만들었고 7번 박동원이 박영현의 한복판으로 들어온 체인지업을 받아쳐 좌월 2점 홈런을 쳤다. 5-4로 승부를 뒤집었다. 플레이오프 4경기에 이어 한국시리즈 1차전까지 무실점 역투했던 박영현 역시 첫 실점을 안았다.
역전하자 염경엽 LG 감독은 예고한대로 전날 패전 투수 고우석을 9회초 마무리로 투입했다. 고우석은 이를 악물고 공 10개를 던져 삼자범퇴로 경기를 끝냈다.
한국시리즈는 7전4선승제지만, 선발 싸움에서 밀리는 LG에게 2차전은 지면 벼랑끝이나 다름없는 승부의 분수령이었다. 일단 2차전을 잡으면서 LG는 다시 29년 만의 우승 희망을 되살렸다.
하루 사이에 지옥과 천국을 오간 고우석은 “어제 경기는 어제 경기일 뿐이니까 오늘 또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다른 점이 있었다면 좀 더 힘빼고 던지자고 생각하며 던진 것”이라며 “그동안 가을야구에서 실패를 많이 해봤던 것이 오늘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어제 결과가 좋지 않았는데도 팬들이 내 이름을 연호해줄 때 팀에 속해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잠실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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